[아고라] 2019년, 성소수자 혐오·차별 철폐 향한 한 해가 되길
[아고라] 2019년, 성소수자 혐오·차별 철폐 향한 한 해가 되길
  • 우지훈 기자
  • 승인 2019.03.11
  • 호수 1490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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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훈 문화부 정기자
▲ 우지훈<문화부> 정기자

2019년은 성소수자에게 특별한 해다. 성소수자 인권 운동의 시초로 꼽히는 ‘*스톤월 항쟁’이 50주년, 2000년 9월 처음 개최됐던 서울퀴어문화축제가 20주년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제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 개최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스무 번째 도약, 평등을 향한 도전!’이라는 슬로건을 공개했다. 

성소수자는 오랜 역사에 걸쳐 차별과 혐오에 저항해 왔다. 하지만 성소수자를 위한 세상은 여전히 멀어 ‘도약’해야만 하고, 이성애 중심 사회에서 동등한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선 ‘도전’해야만 한다. 당장 최근 몇 달, 가까이는 지난주 발생한 사건만 돌이켜봐도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은 분명 존재한다. 

성소수자 여군에게 ‘남자 맛을 알려주겠다’는 빌미로 상관이 수차례 성폭력을 한 사건이 있었는가 하면, 동성애를 이상성욕으로 규정하고 이성애자로의 ‘전환치료’를 해오던 심리상담사가 적발돼 학회에서 제명되는 일도 있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는 한국으로 온 영국 동성 부부가 낸 이성 부부와 동등한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진정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모 대학에서는 성소수자 모임이 제작한 신입생 환영 포스터 설치를 학교 측에서 불허한 일까지 있었다.

하지만 이에 좌절해 평등한 사회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기엔 이르다.  무지개는 비가 내린 뒤에 뜬다. 분명 우리 사회는 타인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언론에서 차별과 혐오 문제를 앞다퉈 다루면서, 인권 의식은 나와 타인 사이 부대낌 속에서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문학과 영화·드라마에서도 성소수자 주인공을 접하면서, 우리 사회는 타인과 함께하는 장소와 상황 속 상대방의 다양한 정체성을 상상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최근 발표된 한국행정연구원의 ‘2018년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동성애자를 나의 이웃, 직장 동료, 친구 등으로 받아들일 수 있냐’는 질문에 긍정적 응답이 51%로, 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절반을 넘겼다. 이는 한국 사회가 성소수자를 배제하지 않는 사회로 조금씩 변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권 앞에서 ‘나중’과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며 유보해오던 논의를 더는 미룰 수 없다. 변해가는 사회에 발맞춰 정부와 국회는 혐오와 차별을 해소하는 데에 앞장서야 한다. 이성애자와 동등한 시민인 동성애자는 왜 가족을 구성할 수 없는지,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은 왜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인지, ‘군형법 제92조의6’이 어떻게 성소수자 군인을 색출해 처벌해 왔는지, 성교육표준안이 왜 다양한 성적 지향을 설명하지 않는지를 묻고 따질 것이다. 동등한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자유와 권리가 성별,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배제되거나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원한다. 그날로의 도약을 위해 평등을 향한 도전은 계속된다.


*스톤월 항쟁 : 1969년 뉴욕 그리니치 빌 크리스토퍼 가에 위치한 성소수자 주점 ‘스톤월 인’에 경찰이 무단 급습하자 성소수자들이 이에 저항한 사건이다. 이후 여러 성소수자 인권 단체들이 생겨났고, 다음 해 1970년 스톤월 인 인근에서 처음으로 퀴어퍼레이드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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