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인종을 고려한 대학입학정책의 미래를 좌우할 ‘하버드-아시안 소송’의 전망
[칼럼] 인종을 고려한 대학입학정책의 미래를 좌우할 ‘하버드-아시안 소송’의 전망
  • 윤성현<정책대 정책학과> 교수
  • 승인 2019.03.11
  • 호수 1490
  •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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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현정책대 정책학과 교수
▲ 윤성현<정책대 정책학과> 교수

2014년 11월 SFFA(Students for Fair Admissions)가 청구한 ‘하버드-아시안 소송’(SFFA v. Harvard)은 필자가 미국에 방문학자로 머무르는 사이 1심 변론이 본격화되고 올 2월 종결되어 곧 선고를 앞두고 있다. 미국 언론들에서는 본 소송을 주로 적극적 평등실현조치(affirmative action, 이하 우대조치) 케이스로 부르지만, 종래 우대조치의 전형적 사례들에 비하면 새롭고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아시안 인종 차별을 정면으로 다뤘다는 점이다. 물론 과거에도 ‘Chinese Exclusion Act’나 ‘Korematsu 사건’ 등 아시안 차별의 역사가 존재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차별받는 소수의 상징은 흑인이었고, 본 소송의 근거가 된 민권법도 흑인 민권 운동의 성과였다. 한편 히스패닉은 인구에서 흑인을 넘어섰고 2009년 최초의 연방대법관 소토마요르, 2018년 정치계의 신성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을 배출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안은 아직까지 뚜렷한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출신국 별로 뭉치는 정도였다. ‘하버드-아시안 소송’은 아시안-아메리칸(Asian American)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해나가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다음은 아시안이 우대조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원고 측 변호사는 작년 10월 변론에서 “우대조치의 미래는 재판의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Bakke, Grutter, Fisher 등 기존 사례들은, 백인들이 우대조치로 인한 역차별의 위헌성을 주장한 사안들이었다. 그러나 본 사건은 아시안이 소수자임에도 오히려 차별을 받았다는 점이 쟁점이다. 원고 측은 하버드가 학업, 과외활동, 운동 등 다양한 평가 항목 중 유독 인성(personality) 부분에서 아시안에게 낮은 점수를 준 입학통계 분석을 들어, 인종적 편견으로 차별이 이뤄졌다고 본다. 원고의 주장에 따르면 백인은 다수임에도 혜택을 받고(이것은 20세기 초 유대인 입학비율을 낮추려 인종 균형 맞추기를 했던 역사의 재판(再版)이라고 본다), 흑인이나 히스패닉은 우대조치를 받는데 비해, 아시안은 이들 사이에 샌드위치 되어 차별을 받아온 셈이다.  

하지만 우대조치가 여전히 문제인 이유는, SFFA의 기획자 블럼 등 백인 그룹이 이 소송을 지렛대로 삼아 우대조치 폐지를 관철하고자 아시안에게 손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블럼은, 이미 연방대법원 Fisher 판결(2013, 2016)에서 우대조치 폐지를 원하는 백인 원고를 지원했던 백인 보수주의 운동가이고, 더불어 작년 8월에 트럼프 행정부의 법무부가 원고 측을 지지하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한 점은 이러한 심증을 굳게 만든다. 이처럼 민권법 사안에 정치적 의도가 가미되면서, 반대 당사자인 하버드 또한 한편으론 ‘차별의 가해자’라는, 다른 한편으론 다양성을 지키는 ‘우대조치의 옹호자’라는 야누스의 얼굴을 갖게 되었다. 

필자는 본 소송이 ‘현행 우대조치의 폐지냐 유지냐’를 놓고 백인 그룹과 하버드 간 이분법적 대결로 흐르는 것은 자칫 사안의 본질을 호도할 우려가 있다고 본다. 법원은 우대조치를 존중하되, 그것이 인종 균형 맞추기의 방편이 되어서는 안 됨을 선언해야 한다. 나아가 차별의 의도가 드러난 경우 관련 입학 절차를 개선하고, ‘부유한’ ‘백인’들에게 유리한 통로로 기능해온 동문 자녀나 운동 특기자 입학을 축소·폐지하는 것이 다양성(diversity)을 구현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음을 밝혀주길 기대한다. 본 소송을 둘러싼 논의들은, 다문화사회로 변화해가고 수시입학·특별전형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우리 사회에 대해서도 중대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기에, 후속 경과를 다각적으로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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