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아직 살만한 세상이구나' 라는 위로
[장산곶매] '아직 살만한 세상이구나' 라는 위로
  • 김종훈 편집국장
  • 승인 2019.03.04
  • 호수 1489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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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편집국장
▲ 김종훈<편집국장>

언론은 매일 수만 가지 소식을 대중에게 전달한다. 뉴스는 대부분 부정적인 기사들로 가득하다. 유력 정당 국회의원이 젊은 세대를 겨냥한 막말 사건, 유명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운영하는 클럽에서 마약이 유통된다는 의혹과 어느 대학 총학생회의 횡령 소식 따위의 것이 그렇다. 뉴스를 보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지만, 보고 난 뒤에 기분이 씁쓸해지는 것은 왜일까.

한대신문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굳이 비율을 따지면 학내 보도의 7할 이상은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다. 당장 이번 호 학내보도에도 총장 취임식 사진 기사 외에는 좋은 소식이 없다. 학보로만 우리 학교를 접하는 사람이라면 우리 학교가 문제점만 가득한 곳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진 않다. 지난달 양 캠퍼스에서 전기 학위수여식이 열렸고, 지난달 8일에는 김성윤 동문이 학교에 발전기금 3억을 기부하는 등 좋은 소식도 많았다.

학보를 포함한 언론에는 왜 나쁜 소식이 주를 이룰까. 언론의 주 역할이 대중들에게 자신이 속한 사회의 문제점을 포착해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좋은 소식은 단편적이다. 미담이나 단순 사실 전달에 그칠 확률이 높다. 그렇다보니 좋은 소식은 한정된 지면에서 자연스럽게 뒷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다뤄지더라도 그런 소식이 1면을 차지하기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 가끔 접하는 미담이나 좋은 소식은 사람들에게 위로 같은 존재다. ‘아직 살만한 세상이구나‘라는 말이 떠오른다.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국민추천포상 수여식’이 열렸다. 국민추천포상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묵묵히 헌신과 노력을 해 온 숨은 공로자들을 국민에게 직접 추천받고 포상하는 제도다. 수여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24명의 수상자들에게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날 가장 주목을 받은 사람은 단연 이국종 교수다. 권역외상센터를 포함한 의료계에서 그의 헌신은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이 소장은 더욱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겠다는 겸손한 소감을 내놨다. 많은 언론은 이국종 교수를 집중적으로 다뤘지만 필자는 시선을 다른 시상자들로 조금 돌려 보고 싶다.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1만 쌍이 넘는 부부에게 무료 예식장을 선물한 백낙삼 씨가 그중 한 명이다. 그곳의 직원은 그와 그의 아내 단둘이다. 그가 운영하는 ‘신신예식장’에서는 사진값만 내면 무료로 예식장을 빌릴 수 있다. 백 씨는 이뿐만 아니라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년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한영탁 씨는 ‘투스카니의 의인’으로 유명하다. 한 씨는 지난해 5월 고속도로에서 중앙분리대를 넘어 달리는 차를 막는 고의 사고를 내 추가 피해를 막았다. 달리는 차량의 운전자가 의식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이상하다고 여긴 그는 용기를 내 차를 가로막았다. 한 씨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다음에도 비슷한 상황을 목격하면 똑같이 하겠다는 용기 있는 말을 전했다.

진도군청 공무원 황창연 씨는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우지 않은 차가 내리막길에서 내려오는 걸 보고 온 몸을 던져 사고를 막았다. 황 씨는 전치 12주의 큰 부상을 입었지만, 당시 차에 타고 있던 두 아이를 사고로부터 구해냈다. 그는 사고로 크게 다쳤지만 그때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언론에서 의인들에게 밥 먹듯 던지는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하실 수 있었나요?”라는 질문은 참 묘하다. 많은 의인이 ‘별생각 없이’, ‘본능적으로’라는 답을 한다. 우리는 왜 그런 본능적이고 별생각 없는 행동에 위로받는 걸까.

필자는 이런 사연들이 우리에게 더욱 감동을 주고, 위로가 되는 이유는 반대로 그만큼 한국 사회가 살기 팍팍해져서가 아닐까 싶다. 사람 냄새나는 소식이 언론보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을지라도 그것들이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이런 소식이 끊이지 않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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