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만한 특권의식에서 비롯된 공공기관 채용비리
[사설] 오만한 특권의식에서 비롯된 공공기관 채용비리
  • 한대신문
  • 승인 2019.03.04
  • 호수 1489
  •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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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정부가 공공기관 채용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밝혔다. 이번 전수조사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채용비리 의혹’을 계기로 실시됐다.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 국민권익위원회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실시된 이번 전수조사는 △공공기관 △지방공공기관 △기타 공직유관단체 등 1천205개 기관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전수조사 결과, 수사를 의뢰하거나 문책 요구가 필요한 채용비리는 총 182건이었다.

채용비리에서 쓰인 수법은 대체로 두 가지다. 우선 계약직으로 채용한 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법이 있다. 지난 2017년 5월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는 용역업체를 총괄하는 소장이 관리하는 업체에 본인 동생과 지인을 채용하도록 청탁했으며 지난해 이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가 적발됐다. 응시자격을 임의로 부여하는 방법도 있다. 경북대 병원은 지난 2014년 2월 응시자격이 없는 직원의 자매, 조카, 자녀에게 응시자격을 임의로 부여해 최종 합격시켰다.

이번 조사결과는 불법 정규직 전환, 친인척 특혜 채용 등 공공기관에서 채용비리가 만연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지닌다. 지난 2016년 당시 신입사원의 95%가 부정청탁으로 합격한 강원랜드 대규모 채용비리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이렇듯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는 뿌리가 깊다.

채용비리는 사회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기업은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자랑하는 선호도가 높은 직장이다. 보수도 좋고 한 번 들어가면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채용 과정에서의 반칙과 특권은 밤잠을 설치며 취업 준비를 하는 사람들에게 절망을 안겨주는 처사다.

정부는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드러난 채용비리 부정합격자는 퇴출하고, 채용비리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경우 다음 채용단계에 재응시 할 수 있는 구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공직자 가족채용 특혜 방지 △채용비리자 징계 감경 금지와 승진 제한 △인사‧감사 업무 보직 배제 등의 개선책도 내놓았다. 더불어 매년 공공기관 채용 전반에 대한 정기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임직원 채용 현황을 공개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대책이 실효성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내놓은 개선책이 모호하고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지난해 말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를 계기로 ‘공공부문 채용비리 관련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를 구성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국조특위를 구성했을 뿐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회는 단 한 차례도 국조특위 회의를 소집하지 않는 등 채용비리 문제 해결에 있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은 사회에서 일정한 역할과 목적을 위해 설치된 공적 기구나 조직이다. 공공기관은 어느 조직보다 투명해야 한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는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오만한 특권의식이다. 정부의 대책도 중요하지만 특권과 반칙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적폐가 사라지지 않는 한 채용비리는 암암리에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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