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우리가 잠 못 이루는 이유, 고시원·원룸 안전사고
[아고라] 우리가 잠 못 이루는 이유, 고시원·원룸 안전사고
  • 정주엽 기자
  • 승인 2018.11.26
  • 호수 1486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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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주엽<문화부> 정기자

며칠 전 부모님의 전화가 걸려왔다, 부모님께서는 다짜고짜 “네 방 앞에 소화기는 제대로 있지?”라고 물으셨다. 필자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했지만, 부모님의 걱정 가득한 목소리를 듣고 무엇 때문에 급하게 전화하셨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바로 ‘종로 고시원 화재 사고’ 때문이었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에 대한 예방 시설이 갖춰지지 못한 상황에서 벌어진 이 화재는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입는 큰 사고로 이어졌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있지 않았고 기본적인 안전 점검 대상에서 제외됐던 건물이라 더 큰 피해를 낳았다. 소방청에 따르면 종로 고시원 화재 이전에도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299건에 이르고, 올해도 46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번 사고가 발생한 후에야 비로소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불이 난 고시원과 같이 2009년 이전에 영업을 시작해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던 시설들에 대해 이것의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령 개정 검토에 나섰다. 경기도 역시 뒤늦게 스프링클러가 미설치된 도내 노후 고시원에 대한 소방 점검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이러한 안전 문제는 비단 고시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정이 조금 나을 뿐 원룸, 옥탑, 반지하 건물들 역시 안전사고에 무방비한 상황이다. 특히 지난 4월과 10월에 각각 발생했던 경기 오산 원룸 화재, 김해 원룸 화재 사고는 많은 사상자를 낳기도 했다. 이러한 사고의 원인으로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은 기본적인 예방 시설의 부재다. 소방시설법에 따르면 원룸 구조의 건물은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화재감지기 의무 설치대상이다. 하지만 소방청에 의하면 지난해 기준 전국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율은 41.08%에 그쳤다고 한다. 불법적인 원룸 시설 역시 더 큰 안전사고를 야기한다. 그중에서도 이름만 원룸일 뿐 실제로는 고시원인 ‘불법개조’ 원룸이 큰 문제로 지적된다. 불법 개조 원룸들은 방마다 취사 시설을 둘 수 없는 건축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를 어기며 원룸으로 홍보해 입주자를 받는다. 또한 원룸 안에서도 불법적으로 각 방을 나누는 ‘방 쪼개기’가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불법 원룸들은 화재에 취약한 건축자재를 쓰거나 고시원처럼 거주 인원이 많아 주민들이 안전사고를 인지하고 대피하기에 적절하지 못한 환경이다.

우리들도 이러한 문제의 최전선에 서있다. 많은 대학생들이 여전히 고시원, 반지하나 옥탑방 등에 거주하며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특히 낮은 기숙사 수용률 때문에 자취하는 학생이 많은 우리 학교 학생들은 이러한 안전 문제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앞서 말했듯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공간의 안전 문제는 끊임없이 지적돼왔다.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 주도로 주거와 안전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집은 언제나 마음 편히 쉬고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우리의 보금자리가 어느 장소에 어떤 형태로 있건 누구나 안전하게 잠들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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