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반려동물에게 품위 있는 죽음을
나의 반려동물에게 품위 있는 죽음을
  • 조수경 기자
  • 승인 2018.11.11
  • 호수 1485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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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인구 1천만 시대, 이제 반려동물은 가족 구성원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려인들에게 반려동물의 죽음은 깊은 상실감을 남기기도 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의 죽음에도 추모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반려동물 장례문화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반려동물 장례문화는 사람의 경우와 같이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의 장례를 치르고 명복을 빌어주는 문화를 의미한다. 현재 죽은 반려동물과 합법적으로 작별하는 방법은 △동물병원 위탁 집단 소각 △동물장묘시설을 통한 화장 △쓰레기봉투 분리수거다. 하지만 자신의 반려동물 사체를 쓰레기봉투에 넣어 처리하는 반려인은 현저히 적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진행한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처리 계획에 대해 약 60%가 ‘동물장묘시설을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쓰레기봉투에 담아 처리하겠다’는 답변은 1.7%에 불과했다. 이처럼 반려동물에게도 최대한 예를 갖춰 장례를 치러주려는 반려인들이 늘어나며 동물장묘시설에 대한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동물장묘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등록된 동물장묘시설은 총 28개로, 이는 1년 동안 발생하는 반려동물 사체의 6% 정도만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수요에 비해 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불법 업체도 함께 등장하고 있다. 이에 박종현<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팀> 사무관은 “불법 업체가 대기환경보전법과 같이 정부가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이는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사각지대를 만든다”고 우려했다. 또한 박 사무관은 “반려동물장례지도사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 장례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어 올바른 반려동물 장례문화 정착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불법 업체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현행법상 동물장묘시설은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으면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동물장묘시설은 혐오 시설이라는 인식과 님비(NIMBY) 현상으로 인해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이에 박 사무관은 “동물장묘시설은 사람의 경우와 달리 규모 면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에 공청회와 같은 공식적인 협의 과정이 없다”며 “입지와 관련한 세부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의 부재는 주민과 동물장묘업체 간의 합의점을 찾기 어렵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입지와 관련한 세부적인 법안 기준 마련과 반려동물 장례문화에 대한 국민의 인식 변화다. 박 사무관은 “동물장묘시설에 대해 주민과 서로 협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세부 기준과 더불어 주민들과 동물장묘업체가 소통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또한 박 사무관은 “성숙한 반려동물 장례문화는 동물장묘시설에 대한 범국민적인 논의와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사랑하는 반려동물과 작별한 사람들은 가까운 친구나 자녀를 잃었을 때와 유사한 정도의 슬픔과 고통을 겪는다고 한다. 누구든, 무엇이든 삶을 품위 있게 마무리할 권리가 있다. 반려동물도 그들의 가족과 함께 마지막까지 행복할 수 있는 성숙한 장례문화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도움: 박종현<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팀>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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