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사설] 대2병과 자존감
[교수사설] 대2병과 자존감
  • 조용현 연구교수
  • 승인 2018.11.05
  • 호수 1484
  • 7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2병’이란 자신감과 자존감이 급격히 낮아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전과나 휴학, 자퇴를 결심하는 증상을 빗댄 용어다. 특히 기초필수 위주의 1학년을 지나 본격적인 전공 수업에 들어가는 대학교 2학년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취업의 지옥문에 들어간다는 뜻에서 대학교 3학년을 ‘사망년’이라 부른다고 하니, 학생들의 현실 인식에 대한 자조가 느껴진다.

대2병에 걸린(?) 학생들은 사춘기 청소년들의 지나친 자신감으로 자의식 과잉 행동을 보이는 ‘중2병’과 반대로 자존감이 매우 낮고, 대부분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곤 한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데 어떤 것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학생들이 있는 반면, 무기력에 빠져 고민만 하고 막연하게 기다리는 친구들도 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자신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사소한 것도 잘 결정하지 못한다.

휴학을 하고 현장 경험을 쌓을지, 아니면 학교를 다니면서 취업준비를 병행하는게 나을지에 대한 고민, 전공에 대한 불만족으로 인해 다중 전공을 할지, 아니면 전과를 할지에 대한 선택, 학교을 다니면서 반수를 할지 아님 한 번 더 집중해서 재수를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뿐만 아니라 ‘오늘 점심 뭐먹지’에 대해서도 선택 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많다.

결정 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의 일부를 인용하고자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윤홍균은 <자존감 수업>이란 책에서 결정을 잘하기 위한 3가지 조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첫 번째는 적절한 타이밍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아무리 옭은 결정이라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그 의미가 퇴색하거나 사라진다. ‘장고 뒤에 악수’라는 말이 있듯이 결정을 늦춘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없다.

두 번째는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한 인지가 필요하다. 우리는 남의 결정을 대신 해줄 수 없고 미래를 결정할 능력도 없기 때문에 결정에 대한 고민은 현재 자신의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세 번째는 세상에 옳은 결정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어떤 결정에 대해 만족스런 결정인지 후회할 결정인지 그 당시에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시에는 최선이라고 여겼지만 나중에 후회가 남을 수도 있고, 시간에 쫓겨 급하게 결정한 것이 엄청난 행운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어떤 문제를 아무리 고민해봐야 정답은 없다는 점을 생각하고, 어떤 결정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결정한 후에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되새길 필요가 있을 것이다.

윤홍균 원장은 자존감을 높이는 결정법으로 첫째 스스로 결정하고, 둘째 자신이 내린 그 결정을 따르고, 셋째 결과가 나쁘면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가 아닌 ‘앞으로는 이럴 때 이렇게 해야지!’라는 다짐을 하고, 마지막으로 결과가 좋을 때 ‘너의 조언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어’라고 타인에게 감사하라고 말한다.

자존감은 감정적으로는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며, 이성적으로는 스스로 결정하고 자신의 결정을 존중하는 능력이다. 작은 선택에서부터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을 존중하는 법을 훈련함으로써 자존감 높은 한양인이 되길 바래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