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이상 사이, 누리봄교실
현실과 이상 사이, 누리봄교실
  • 김민주 기자
  • 승인 2018.11.05
  • 호수 1484
  • 1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아의 학습권 보호와 병상 확보 문제의 대립

▲ 지난 24일, 한양어린이학교는 누리봄교실 폐지에 반대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게시했다.

한양대학교병원(이하 병원)과 ‘한양어린이학교’는 병원학교 ‘누리봄교실’의 폐교 문제로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병원은 소아암 환아의 학습권을 지켜주고자 소아병동에 누리봄교실을 지난 2005년 개설했다. 소아암 환아는 장기 입원을 하거나 지속적으로 통원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에 소아암 환아들은 퇴원이나 완치로 학교에 돌아가더라도 학습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수업일수가 부족해 다음 학년으로 진급하지 못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문제는 환아가 누리봄교실에서 듣는 수업의 일부가 수업일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교육청이 누리봄교실을 병원학교로 인가하면서 어느 정도 해결됐다. 

이처럼 14년간 소아암 환아들의 꿈터였던 누리봄교실이 폐교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달 24일, 누리봄교실에 교사를 파견하는 우리 학교의 중앙동아리인 한양어린이학교 측은 “병원이 누리봄교실 폐교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이에 반대하는 대자보를 게시했다. 한양어린이학교는 “누리봄교실 폐교는 ‘사랑의 실천’이라는 이념에 반하는 행동이자 경제적 이익을 우선한 조치”라며 비판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기존 약 13평의 교실을 사용하던 누리봄교실을 그 절반인 약 6.5평의 공간으로 이전한 것뿐”이라며 “알려진 것처럼 폐교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광현<한양대학교병원> 병원장은 “공간 이전 외의 것은 계획에 없다”고 단언했다. 이 병원장은 “폐교는 누리봄교실 교장인 소아청소년과 교수님이 ‘협소한 공간에서 수업이 힘들 것 같다’며 먼저 제안한 것”이라며 “소아청소년과 교수님의 말에 고려해 보라고 답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병원 측은 누리봄교실의 사용 공간을 이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인한 ‘병상 간격 확대’를 들었다. 병원은  이에 따라 1m였던 병상 간격을 1.5m로 늘려야 한다. 이 병원장은 “병상 간격을 늘리면 병원을 증축하지 않는 이상 병상 수를 줄여야 한다”며 “이로 인해 소아병동에 수용할 수 있는 환아의 수가 줄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 병원장은 “병상 수를 확보하는 것은 병원의 이익 문제도 있지만, 더 많은 환아를 치료하기 위함이 우선”이라며 “일주일에 두세 시간 있는 수업을 위해 큰 공간을 비워둘 공간적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한양어린이학교의 김대하<경영대 파이낸스경영학과 16> 씨는 “누리봄교실의 구성원인 한양어린이학교, 환아, 학부모님과 아무런 논의 없이 진행된 교실 이전은 잘못됐다”며 “이와 관련된 문제는 구성원들과의 논의를 통해 결정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한양어린이학교 김하은<경영대 파이낸스경영학과 16> 씨는 “이전된 공간은 협소할 뿐만 아니라 먼지가 많아 감염에 취약한 환아와 활동하기 힘들다”며 “이 공간에서의 수업은 무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기존 공간 유지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 병원장은 “수업 자재 중 오래됐거나 사용하지 않는 것을 정리해 이전한 공간을 사용하는 방법뿐”이라며 강당과 같은 추가 공간을 대여해서 쓰는 방법을 제시했다.

김대하 씨는 “누리봄교실은 환아의 학업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곳이며 정서적인 버팀목”이라며 그 필요성과 중요도를 강조했다. 환아를 위한 적절한 합의점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