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웰빙푸드' 섭취생활
슬기로운 '웰빙푸드' 섭취생활
  • 손채영 기자
  • 승인 2018.11.05
  • 호수 1484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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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의 건강함과 행복을 추구하는 생활 태도인 ‘웰빙’. 소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사람들은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됐고, 이는 웰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웰빙을 표방하는 다양한 요소들 중에서도 특히 ‘웰빙푸드’는 식생활과 직결된 요소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웰빙푸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계속해 제기되고 있다. 건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와 더불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건강하다’는 웰빙푸드. 정말 좋기만 할까? 

해독주스, 알고 보니 ‘해’로운 ‘독’?

디톡스 주스, 클렌즈 주스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해독주스는 이름 그대로 몸속의 독소를 제거한다는 효능과 함께 무가당이라는 특징을 내세우며 웰빙푸드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았다. 소비자들은 이 점 때문에 일반 주스보다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해독주스를 사먹곤 한다. 그러나 최근 분석에 따르면 해독주스가 일반 주스보다 더 높은 당 함량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소비자시민모임이 시중 주스 제품 17종을 분석한 결과, ‘해독주스’로 광고하는 제품들에서 일반 오렌지 주스나 야채 주스들보다 높은 당 함량이 측정됐다. 200mL당 평균 당류 함량은 해독주스가 20.18g으로 오렌지 주스(16.17g)의 약 1.2배, 과채혼합 주스(15.58g)의 약 1.3배에 달했다. 또한 해독주스의 200mL당 평균 열량은 92.74kcal로, 오렌지 주스(87.41kcal), 과채혼합 주스(87.77kcal)보다 높았다. 평소 해독주스를 즐겨 마셨다는 김혜숙<간호대 간호학과 15> 씨는 이에 대해 “건강은커녕 돈을 들여 건강을 해친 기분”이라며 적잖은 충격을 드러냈다.

손숙미<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높은 당 함량 때문에 자주 섭취할 경우 비만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또한 독소 제거 효능에 대해서는 “업체 측이 말하는 ‘독소’의 의미가 정확하지 않다”며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 홍정연<생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해독주스로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영양 불균형 및 과도한 당 섭취로 인해 건강 이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단기적인 체중 감량 효과는 생길 수 있으나 근육량 감소로 기초대사량이 떨어져 살이 더 잘 찌는 체질로 바뀔 수 있다”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건강한 섭취를 위해서는 업체 측에서 광고하는 해독주스의 효능을 맹신하기보다 제품의 영양성분을 꼼꼼히 살펴보고 타 제품과 비교해보는 합리적인 소비 태도가 필요하다. 또한 1일 영양성분기준치를 고려해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배반의 연어, 환경오염까지

연어는 비타민과 오메가3 등이 풍부한 웰빙푸드로 위장장애를 완화해주며,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등 다양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해도 연어가 바다에서 유발하는 여러 문제들은 무시할 수 없다.

우리가 섭취하는 대부분의 연어는 양식이다. 양식장에서 연어에게 공급하는 사료에는 인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성분들이 포함돼있다. 손 교수는 “사료에는 지방에 잘 축적되는 산화방지제가 들어있다”며 “연어는 지방 함량이 높아 산화방지제가 남아있기 쉽다”고 말했다. 사료에 대한 마땅한 규제가 없기에 양식장 업주들이 검증되지 않은 사료를 쓰는 경우도 많다. 홍 교수는 “불안전한 사료 사용으로 질병을 앓는 연어가 느는 추세”라고 설명하며 덧붙여 양식 과정에서 쓰이는 항생제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양식장의 비위생적인 환경 때문에 연어 피부에 기생충의 일종인 ‘바다 물이’가 생기기도 하는데 이를 죽이기 위해 농약을 사용하는 것도 문제다. 양식 과정에서 쓰인 다양한 화학 약품들은 바다를 오염시키고, 연어의 몸속에 고스란히 축적돼 연어를 섭취하는 우리의 몸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지난 5월 미국 피츠버그 대학교 연구진은 미국이나 영국에 시판되는 연어에서 환경호르몬 ‘폴리브롬화디페닐에테르’가 검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연어 대부분도 수입산인 만큼, 우리도 연어의 환경호르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양식 연어의 경우 유전자 조작을 통해 개량된 종이 많아 생물 종의 다양성 문제에도 영향을 끼치고, 야생 연어가 만나 유전적으로 섞였을 때 변이가 나타날 위험도 있다.

양식 연어의 영양소는 야생 연어가 함유하고 있는 영양소와 다를 수 있으므로 시장에 알려진 영양성분 및 장점을 맹신하면 안 된다. 손 교수는 “연어의 성분 표시가 제대로 되지 않은 만큼, 소비자들이 경각심을 갖고 섭취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아보카도 너마저…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피부를 맑게 해주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는 아보카도는 최근 웰빙푸드로 각광받으며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특유의 식감과 맛으로 ‘숲속의 버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아보카도의 또 다른 별명은 ‘블러드(blood)’다. 아보카도 재배 때문에 원산지에서 환경오염이 일어날 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의 삶까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보카도 2~3알을 얻기 위해서는 272L의 물이 필요하다. 한 알에 대략 90L에서 100L 정도의 물이 필요한 것으로, 오렌지(22L)와 토마토(5L)의 물 필요량에 비교해보면 엄청난 수치다. 이렇게 많은 양의 물을 공급하다보니 원산지인 멕시코와 칠레에서는 심각한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서아론<녹색소비자연대> 부장은 “칠레의 아보카도 생산지인 ‘페트로카’ 지방은 주민들이 먹을 생수조차 없는데도 불구하고 돈이 되는 아보카도 재배에 힘을 쏟고 있다”며 인근 주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서 부장은 또한 “아보카도는 원산지와 우리나라 간의 거리가 멀어 푸드 마일리지와 탄소발자국이 굉장히 높은 식품”이라며 아보카도로 인한 다양한 환경오염을 우려했다.

환경오염뿐 아니라 인체에도 악영향을 끼칠 위험이 있다. 손 교수는 “아보카도가 잘 익지 않으면 복통을 일으키는 ‘퍼신’이라는 독성물질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잘 익혀 먹으면 인체에는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칼륨이 많이 함유돼있어 신장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아보카도 섭취를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홍 교수는 “체질에 따라 알레르기를 유발할 위험이 있고, 일부 사람들에게는 메스꺼움, 구토, 편두통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며 입과 목 등에 나타나는 알레르기 반응에 유의해 섭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아보카도는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섭취하는 사람이 많은데, 단일불포화지방산이긴 하지만 지방 함량이 높아 과도한 섭취는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와 같은 웰빙푸드의 이면을 접한 김현<의대 의예과 16> 씨는 “그동안은 제품명이나 광고만 보고 제품을 구매했다”며 “앞으로는 건강한 선택을 하기 위해 주의 깊게 관찰하고, 나 스스로 건강한 분별을 하겠다”는 다짐을 보였다. 전문가 모두 입을 모아 “웰빙푸드라고 무조건 건강할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고, 다양한 식품에 대한 합리적인 소비를 할 것”을 조언했다. 더불어 웰빙은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생태·환경 등 사회 전체의 건강을 생각하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제는 웰빙이라는 트렌드에 무조건적으로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합리적이고 윤리적인 소비 태도가 필요하다.

일러스트 정수연 기자 jsy0740@hanyang.ac.kr
도움: 서아론<녹색소비자연대> 부장
손숙미<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홍정연<생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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