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인프라 없이 훈련하는 ERICA캠 소속 체육부
제대로 된 인프라 없이 훈련하는 ERICA캠 소속 체육부
  • 임해은 기자
  • 승인 2018.11.05
  • 호수 1484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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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관심을 주세요" 체육부의 외침

우리 학교에는 ‘한양대’라는 이름을 걸고 경기에 임하는 △농구부 △배구부 △아이스하키부 △야구부 △유도부 △육상부 △체조부 △축구부가 있다. 이중 야구부와 아이스하키부는 ERICA캠퍼스에 소속돼 있다. 야구부는 1957년에, 아이스하키부는 1983년에 창단됐다. 야구부는 '제52회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에서 8강에 진출했고, 아이스하키부는 현재 ‘2018 KUSF 대학 아이스하키 U-리그’에 참가하고 있다. 

하지만 긴 역사와 훌륭한 기록을 만들어 가고 있는 체육부임에도 불구하고 훈련 환경은 좋지 못한 형편이다. 

9회말 2아웃으로 몰린 야구부 
김영은<야구부> 코치의 말에 의하면 현재 ERICA캠에는 야구장과 실내 연습 공간이 없다. 김 코치는 “학교 내부에 대운동장이 있지만, 그곳에서 훈련할 경우 학우들이 야구공에 맞아 다칠 위험이 있어 연습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또한 김 코치는 “대운동장은 야구부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야구에 중요한 베이스 및 홈플레이트 등을 박아둘 수 없다”며 대운동장에서 훈련할 수 없는 이유를 전했다. 현재 야구부는 학교 외부에 위치한 사회인 야구장을 대관해 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훈련장 부재에 대한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김 코치는 “사회인 야구장은 한양대 야구부 전용 공간이 아니다”라며 “다른 팀이 이용할 경우 시합 준비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현재 사용하는 훈련장은 사회인 전용 훈련장이기 때문에 운동장이나 기구 관리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야구부 주장 박성현<예체능대 생활스포츠학부 16> 씨도 “사회인 경기장은 선수들이 훈련하기에 알맞지 않다”며 선수 전용 경기장이 아닌 곳에서 훈련하며 겪는 불편함에 대해 말했다. 

야구부가 겪는 어려움에는 훈련장 부재 외에 장비 문제도 존재한다. 김 코치는 “경기장 자체가 야구부의 권한이 있는 곳이 아니다 보니 *배팅 케이지(batting-cage)도 서울캠퍼스에서 썼던 것을 가져와 사용하고 있다”며 “약 2년 동안 제대로 된 보수 없이 사용만 해서 그물망이 다 찢어지고 구멍이 나 있다”고 밝혔다. 박 씨는 “예전에는 방망이가 부러지면 바로 한 자루씩 받았는데 요즘에는 방망이가 다 부러져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전했다.

전용 버스가 없어 겪는 불편함도 지니고 있다. 김 코치는 “프로팀에서 연습 경기 요청이 들어와도 전용 버스가 없어 경기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대학 야구의 경우 정식 경기가 먼 지방에서 많이 열리는데 그때는 서울캠에 버스를 요청해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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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준<아이스하키부> 감독은 “다른 학교는 한 해에 선수를 8~9명을 뽑는데 본교 아이스하키부는 한 해에 5명만 뽑는다”며 인원 부족 문제를 언급했다. 조 감독은 “학년당 5명씩 총 20명의 선수로 구성된 우리 팀은 경기 출전 최소 인원인 22명에도 못 미친다”며 “중도 하차하는 선수들도 있어 현재 아이스하키부는 20명도 채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조 감독은 “아이스하키는 격렬한 운동 종목이라 부상이 잦다”며 “인원이 적으면 부상자가 발생했을 때 빈자리를 채우기 어렵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이스하키부 주장 정형수<예체능대 생활체육학과 15> 씨는 “시합 때 타 대학은 팀 내에 네 개의 조를 구성해 돌아가면서 경기에 출전하지만 우리는 두 개의 조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정 씨는 “다른 팀의 선수가 경기에 한 번 나올 때 우리 팀 선수들은 세 번 경기에 나오다 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체력이 떨어져 경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며 인원 부족으로 겪는 어려움이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호소했다. 

아이스하키부도 학교 내부에 전용 경기장이 없어 학교 외부에 있는 경기장을 이용하고 있다. 조 감독은 “현재 수원에 있는 경기장에서 훈련하고 있다”며 “선수들이 새벽 5시에 일어나 새벽 6시 30분부터 8시까지 수원에서 훈련을 하고 안산의 학교로 돌아가 수업을 받는다”고 전했다. 정 씨는 “새벽에 훈련을 진행하기 때문에 많이 피곤한 상태에서 훈련하게 되고, 운동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선발되는 아이스하키부의 신입생들은 재능우수자 전형으로 입학한다. 조 감독은 “2·3·4학년들은 특기생으로 등록금, 기숙사비 등의 혜택을 받지만 새로 들어오는 1학년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며 “아이스하키부가 있는 학교 중에서는 유일하게 본교만 전형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그는 “한 팀 내에 선수들이 서로 다른 대우를 받는다면 팀워크가 무너질 수 있을 것 같다”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야구부, 아이스하키부 인프라 부족에 대해 최일용<체육부실> 실장은 “운동 시설 확보를 위해 고민하는 단계”라며 “재정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예산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우리에게도 관심을 주세요”
야구부의 김 코치는 “서울에서 안산으로 옮겨 생활하게 된 만큼 학교에서도 체육부 환경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며 “좋은 방향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주장 박 씨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며 야구부에 대한 학교의 지속적인 지원을 부탁했다.

아이스하키부 주장 정 씨는 “아이스하키부가 비인기 종목이라 관심밖에 있는 것 같은데 학내 구성원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부주장 최윤석<예체능대 생활체육학과 15> 씨는 “재정적인 지원이 늘어 아이스하키 선수단을 알차게 꾸릴 수 있으면 한다”고 밝혔다. 조 감독은 “기본적으로 대회를 치를 수 있는 인원을 배치해주길 바란다”며 “인원 부분에서 조금 더 신경 써준다면 선수들도 좋은 경기력과 사명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아이스하키부 상황에 대한 학교 측의 재고를 당부했다. 

최 실장은 △유도부 △육상부 △체조부 △축구부도 ERICA캠으로 이동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ERICA캠에 소속된 야구부와 아이스하키부의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수의 체육부가 이동한다면 똑같은 문제 상황만 발생할 뿐이다. 야구부와 아이스하키부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하루빨리 개선하고, 다른 체육부가 ERICA캠으로 이동하기 전에 해당 인프라에 대한 충분한 준비를 마쳐야만 한다. 


*배팅 케이지(batting-cage): 그물 형태의 타격연습용 그물망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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