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근시안적 대책보다 장기적 안목으로 대응해야
가짜뉴스, 근시안적 대책보다 장기적 안목으로 대응해야
  • 김종훈 기자
  • 승인 2018.11.05
  • 호수 1484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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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에 진행된 국회 국정감사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가짜뉴스’ 논란이다. 그중에서도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코리아’의 가짜뉴스 관리에 대한 질문이 쟁점을 이뤘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구글이 명백한 거짓 정보로 법원 판결까지 나온 내용의 동영상에 대해서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존 리<구글코리아> 사장은 “판결은 존중하지만 이를 통해 허위 여부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며 “자체 가이드라인에 저촉되지 않는 콘텐츠는 삭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국정감사는 결국 가짜뉴스를 차단해야 한다는 입장과 정보의 허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며 끝났다.

가짜뉴스, 그것이 알고 싶다
이렇게 논란이 되는 가짜뉴스는 무엇일까. 가짜뉴스는 해외에서 쓰이는 페이크뉴스(fake news)를 우리말로 직역한 것이다. 언론과 많은 사람들이 이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가짜뉴스가 무엇을 의미하고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의견이 갈린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열린 ‘가짜 뉴스 개념과 대응방안’ 세미나에 따르면 현재 통용되는 가짜뉴스에는 △진실을 가장해 고의로 조작한 정보인 거짓정보 △사실이 아님을 인식하지 못한 채 의도적 또는 비의도적으로 전파되는 정보인 오인정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허위정보 등의 의미가 혼재돼있다.

최근 들어 가짜뉴스가 크게 이슈가 되고 있지만, 실은 아주 오래전부터 논란이 계속돼왔다. 권영준<국민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가짜뉴스의 역사도 굉장히 길다”며 “삼국유사의 ‘서동요’나 국가 간의 전쟁 중 선전 뉴스 같은 것들도 가짜뉴스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서야 가짜뉴스 논란이 커진 이유에 대해서 권 교수는 “가짜뉴스 자체의 수가 갑자기 많아진 것이라기보다 뉴스를 접하는 경로가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이라며 “디지털 플랫폼으로의 변화가 이전에 비해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뉴스가 전파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덧붙였다.

불신의 씨앗이 되는 가짜뉴스
가짜뉴스는 사회와 개인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권 교수는 가짜뉴스가 문제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뉴스란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으로 사람들이 이 정보를 기반으로 행동과 경향성을 정한다”며 “이 과정에서 가짜뉴스가 세상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권 교수는 “가짜뉴스로 인한 잘못된 판단과 행동은 개인과 사회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사회 전반에 가짜뉴스가 만연하면 그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권 교수는 “사람들이 가짜뉴스로 생긴 불신때문에 사실 기반의 뉴스조차 믿지 않을 수 있다”며 “이는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져 사람들 간의 신뢰나 믿음 같은 사회 자본의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이하 미디어연구센터)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가 ‘가짜뉴스 때문에 진짜뉴스를 볼 때도 가짜로 의심한다’는 질문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진짜뉴스와 가짜뉴스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이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9월 21일부터 27일까지 김성수<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녹색소비자연대’가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를 한 결과, 설문에 참여한 41.5%의 사람들이 가짜뉴스를 가려내지 못했다. 미디어연구센터의 설문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해당 조사에서는 두 개의 진짜뉴스와 네 개의 가짜뉴스를 제시하고 진실 및 거짓 여부를 물었다. 조사 결과 1.8%에 해당하는 사람만이 진짜뉴스와 가짜뉴스를 정확히 가려냈으며, 네 개 이상을 가려낸 응답자도 29.2%에 그쳤다. 신준호<예체대 체육학과 18> 씨는 “평소 해당 주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가짜뉴스에 현혹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실제로 주변에서 가짜뉴스를 접하고 쉽게 믿는 사례를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규제에 앞서 충분한 논의 필요
이렇게 가짜뉴스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박광온<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허위·조작정보 유통 방지에 관한 법률안’(이하 허위정보방지법)을 발의했다. 법안은 △법원 판결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 정보 △언론사가 정정 보도 등을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인정한 정보 △언론중재위원회가 사실이 아니라고 결정한 정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허위사실, 지역·성별 비하 등으로 삭제를 요청한 정보 등을 허위·조작 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박 의원은 법안을 준비하면서 독일의 ‘사회 관계망 관련법’을 참고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허위정보방지법은 이런 내용의 정보가 게시됐을 경우 해당 정보를 유통하는 제공자가 이를 삭제하고, 허위정보에 대한 관리 내용을 담은 ‘투명성 보고서’를 분기별로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허위정보방지법은 이 같은 내용을 위반한 대상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관련 매출액 10분의 1 이상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법안에 대해 권 교수는 “무엇이 가짜뉴스인지 사회적으로 합의된 안이 없을뿐더러 누가 가짜뉴스와 진짜뉴스를 구분할지에 대한 문제도 남아있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짜뉴스가 문제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이와 같은 이유로 법안이 실효적인 방안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의 말에 따르면 가짜뉴스에 대한 법률적 규제에 앞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제대로 된 대처가 가능하다. 권 교수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나라도 갑작스럽게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맞은 것은 마찬가지”라며 “대책이 실효적인지 고민해보고 가짜뉴스를 막기 위한 장기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법률 규제도 중요하지만,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 권 교수는 “무비판적으로 정보를 수용하는 것보다 접한 정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치밀하게 생각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정보의 허위 여부를 스스로 가릴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적 차원의 교육이 선행돼야 하지만, 개인적 차원에서도 가짜뉴스에 속지 않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미디어 리터러시: 미디어를 수용하고 해석하는 능력에서 더 나아가, 미디어를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도움: 권영준<국민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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