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사설] 신뢰 잃은 의료계, 여론 무겁게 받아들여야
[기자사설] 신뢰 잃은 의료계, 여론 무겁게 받아들여야
  • 한대신문
  • 승인 2018.10.15
  • 호수 1483
  •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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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부터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내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됐다. 환자의 동의하에 수술 과정이 촬영·녹화되며 영상은 의료분쟁 등이 발생한 경우에만 공개한다.

경기도는 수술실 CCTV 설치를 올해 시범운영하고, 내년부터 도내 6개 경기도의료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민 1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91%가 경기의료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한 것에 긍정적으로 답할 정도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론화된 이유는 무자격자의 대리수술 때문이다. 지난 6일, 한 시사프로그램에서는 의료진이 아닌 의료기기 영업사원 대리수술 문제를 방영했다. 병원 CCTV와 내시경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에는 양복을 입은 영업사원의 모습이 포착됐다. 병원 측은 대리수술을 시인했지만, 해당 사건을 개인의 일탈쯤으로 여겼다. 하지만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영업사원 업계에서 무자격자의 대리수술은 이미 공공연한 일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의사협회는 지난 10일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기자회견을 통해 최대집<의사협회> 회장은 “수술실 CCTV가 운영되면 환자의 인권과 의료진의 직업 수행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수술실에서 촬영된 영상 유출로 인한 환자의 사생활 침해 문제와 의료진이 CCTV로 인해 감시당한다는 느낌을 받아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을 그 이유로 꼽았다. 이는 결국 환자의 건강에까지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우려도 있지만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CCTV 촬영·녹화가 환자의 동의하에 이뤄지고, 유출을 차단할 방안만 마련된다면 의료계의 우려를 불식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의사 또한 CCTV가 설치되면 자신의 수술에 대한 의심을 받을 이유가 사라진다. CCTV가 오히려 의사의 수술 과정에 실수가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의료사고 시 책임소재가 분명해져 억울한 사람이 생기는 것도 막을 수 있다.

환자는 수술실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절대적 약자일 수밖에 없다. 환자의 건강, 더 나아가 생사가 오롯이 의사의 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이런 환자들의 입장에서 이 사태를 돌아봐야 한다. 기자회견 중 최 회장은 “의료계 스스로 강도 높은 자정활동에 나설 수 있게 자율적인 징계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국민들이 이에 공감할지는 의문이다.

사실 수술실 내 CCTV 설치 여론이 커진 근본적인 이유는 의료계에 대한 불신이다. 수술실에서 생일파티를 하거나, 마취환자에게 막말을 하는 등 상식에 벗어난 행동이 아니었다면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자는 의견까지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물론 수술실 내에 CCTV를 설치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눈 녹듯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됐는지 스스로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수술실 CCTV 설치를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믿을 수 있는 의료계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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