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도박장, 사행성 피씨방
신개념 도박장, 사행성 피씨방
  • 김나영 수습기자
  • 승인 2006.07.23
  • 호수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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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광주의 한 피씨방에서 게임을 하던 손님 둘이 단속을 피해 4층에서 뛰어내려 한명은 숨지고 한명은 중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 피씨방은 사행성 피씨방으로 도박 게임으로 모은 포인트를 현금으로 환전해 주는 신도박장이다.

정부는 최근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이 같은 사행성 피씨방과 전면전을 선언했다.
성인게임장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사업자 등록 신고가 자유로운 피씨방으로 불법도박이 옮아가고 있다. 전국에 약 4천여 개의 사행성 피씨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씨방은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 신고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일반 피씨방으로 신고를 하고 사행성 피씨방으로 위장영업이 가능하다.

또 주택가에 자리 잡아 주부와 학생들이 도박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사행성 피씨방의 경우 일반 피씨방과 달리 현금거래가 일어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손님이 일단 현금을 카운터에 내면 포인트가 충전되고 피씨방 측은 손님에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준다. 손님은 고유 아이디로 고스톱·포카 등 도박 프로그램에 접속한다. 포인트가 떨어지면 재충전이 가능하며, 남은 포인트는 환전소에서 현금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성동경찰서에 따르면 성동구 내에 있는 사행성 피씨방은 약 마흔 개 정도.
경찰관계자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힘들게 번 돈을 모두 잃는 대학생들을 종종 본다”며 “그럴 때마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행성 피씨방이 기승을 부리는 것에 대해 “피씨방을 찾는 손님들이 도박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단순한 온라인 게임이라고 생각해서 문제”라고 원인을 밝혔다. 또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정부가 성인 게임장에서 2만 원 이하의 상품권거래를 허락해 준 것이 화근”이라고 말했다.

문화부는 지난 2002년 음성적으로 경품을 제공하고 이를 현금으로 환불해 주는 형태를 양성화하고 문화산업 진흥을 위해 상품권 경품 제공을 허용했다. 그러나 상품권이 문화상품 구입에 쓰이지 않고 환전 용도로 쓰이면서 사행성 게임장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사행성 피씨방을 근절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계속돼 왔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지난 12일 ‘신고포상금제도’를 도입하기로 발표했으며 지난 20일에는 문화관광부가 ‘불법사행성게임근절 및 게임산업진흥대책 소위위회’에서 사행성 피씨방에 대한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현재 등록제인 피씨방을 허가제로 바꾼다는 것이다.

경찰관계자는 “경찰의 단속에는 한계가 있다”며 “불법 도박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등 정부의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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