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학생 민주사회 위해선 ‘총학생회칙’부터 개정해야
올바른 학생 민주사회 위해선 ‘총학생회칙’부터 개정해야
  • 김민주 기자
  • 승인 2018.10.08
  • 호수 1482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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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치러진 총(여)학생회 선거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지적된 선거시행세칙은 지난 3월, 문제점을 보완해 개정됐다. 하지만 문제가 있는 것은 선거시행세칙만이 아니다. 총학생회(이하 총학)의 운영 방침을 규정한 총학생회칙에도 문제가 존재한다. 박찬운<법학전문대학원 인권법전공> 교수는 이에 대해 “현행 총학생회칙은 충돌되는 조항도 있고 모호한 부분도 여러 곳”이라며 “현재 규정은 경우에 따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총학생회칙을 명확하게 정비해야 한다”며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전학대회 △확운위 △중운위는 총학의 의결기구로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 △전학대회 △확운위 △중운위는 총학의 의결기구로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 개정이 필요하거나 문제가 있는 학생회칙 조항을 정리한 표다.
▲ 개정이 필요하거나 문제가 있는 학생회칙 조항을 정리한 표다.

현행 총학생회칙의 문제점은 크게 △회원의 알 권리 침해 △조항상의 모호한 표기 △충돌하는 조항으로 나눌 수 있다. 총학생회칙 제5조(회원의 권리와 의무) 2항에 따르면 총학생회의 회원 즉, 모든 재학생은 회의 운영 전반에 관해 알 권리를 가진다.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의 경우 제27조 11항에 의거해 중운위 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확대운영위원회(이하 확운위)에는 회의록을 작성하고 공지할 의무를 명시한 조항이 없다. 박 교수는 “학생회 활동은 공개를 원칙으로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밀스럽게 회의를 진행할 이유가 없다”며 “회의록 작성을 ‘회칙’에 담고 이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현 규정은 학생들의 예산 사용에 관한 알 권리도 침해할 위험이 있다. 학생회비를 사용한 단위는 중앙집행위원회의 직무 및 권한을 다루는 제33조 2항과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 자금운영세칙’ 제21조(공고 및 심의) 1항에 따라 자금의 △증빙 △수입 △지출 △분배를 학생회비 납부자에게 공고할 의무가 있다. 이때 사용한 예산 내용을 학생회비에 한해 공개한다는 조항은 없다. 하지만 공개된 결산안에는 학생회비 사용 내용만 있을 뿐, 학교지원금이나 기업 후원금에 관한 사용 명세는 누락돼 있다. 박 교수는 “관련 규정에 모든 예산에 대한 사용 명세를 공개하는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며 “현재 조항으로는 학생회 임원들이 교비나 후원금을 다른 학생들 모르게 임의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모호하게 표기돼 운영에 혼란을 줄 수 있는 조항은 세 개다. 첫 번째는 전체학생총회의 소집을 다루는 제11조 2항,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의 소집을 다루는 제16조 2항이다. 두 조항은 모두 의사 결정 단위의 개최 조건을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들에 의하면 △전체학생총회 △총투표 △전학대회 △확운위 △중운위는 특정 수의 학생이 찬성할 경우 개최된다. 하지만 개최 조건을 특정 수로 고정한다면 전체 학생 규모를 고려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박 교수는 개최 조건을 특정 인원 수보다 학생 수에 따른 일정 비율로 정할 것을 제안하며 “학생들 사이의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비율을 정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전학대회의 직무 및 권한을 다루는 제17조다. 제17조는 전학대회에서 의결되지 않은 사안은 확운위 또는 중운위로 위임한다는 것을 명시한다. 박 교수는 "'또는’로 표기함으로써 위임하는 기구를 특정하지 않은 것은 조직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책임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사안을 확운위나 중운위 한 곳으로 특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불분명한 표기로 잘못 해석될 수 있는 조항은 제14조 1항과 제67조 1항이다. 이 조항들은 각각 전학대회와 총투표의 지위를 명시한다. 이 조항들에 의하면 전학대회는 전체학생총회의 최고의사결정권을 위임받은 의결기구이며, 총투표는 전체학생총회 다음의 최고 의사결정방식이다. 하지만 이에 따르면 전학대회와 총투표는 모두 전체학생총회 다음의 의사 결정 단위로 그 위계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 박 교수는 “총투표의 위계에 대한 표현이 모호해서 발생한 문제”라며 “총회에 참석한 학생만 의결권을 가지는 전체학생총회를 모든 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는 총투표로 대신한다면 해석에 대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충돌하는 조항은 제32조의 2항과 3항이다. 중앙집행위원회의 지위 및 구성에 관한 제32조 2항에 따르면 중앙집행위원회의 국장은 총학생회장의 승인을 얻어 국원을 둘 수 있다. 하지만 바로 다음인 3항에서는 국장, 차장, 국원은 전학대회의 인준을 받아 임명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2항과 3항이 국원 임명에 관해 충돌한다. 이에 박 교수는 “총학생회장의 권한과 전체 학생의 의견 중 무엇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관련 조항을 정리 또는 삭제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외에도 박 교수는 “각 의결기구의 구성이 조항마다 다르다”며 총학생회칙에 대한 전반적인 정리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한편 지난해 12월부터 활동하고 있는 ‘한양대학교 회칙개정 준비모임’은 지난 6월 총학생회칙 전부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영석<정책대 정책학과 13> 씨는 “총학생회칙 개정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며 “논의할 수 있는 초안이라도 만들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인 혹은 소규모의 단체가 총학생회칙을 개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총학생회칙 제15장 학생회칙의 개정에 의하면 학생회칙 개정은 △총학생회장 △중운위 위원 1/2 이상 △총학생회 회원 500인 이상의 요구에 의해 발의되며 전학대회에서 의결된다. 또한 지난해 12월 중운위는 총학생회칙 개정을 하려면 공청회를 실시하고 자료집을 배부하라는 입장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김 씨는 “실질적으로 소수의 학생이 공청회를 개최하고, 자비로 자료집을 만들어 배부하는 것은 힘들다”며 “총학과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총학생회칙을 정확하게 정비하기 위해서는 회칙 개정 담당 TF팀이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금은 애한제 준비로 총학생회칙 개정에 관해 논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비대위원장 이강현<경영대 경영학부 16> 씨는 “총학생회칙, 세칙 개정은 짧은 시간 안에 이뤄질 수 없고 장기간에 걸쳐 회원들 간의 공감대가 형성될 때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총학은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도량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총학 임원들이 투명성의 원칙을 지키며 책임을 가지고 운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씨와 박 교수는 모두 “총학생회칙 개정이 바르게 이뤄지기 위해선 학생들의 활발한 토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학생 사회 내 구성원들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했다. 학생들은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 총학생회칙에 대한 관심과 스스로의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인포그래픽 황가현 기자 areyoukkkk@hanyang.ac.kr
도움: 박찬운<법학전문대학원 인권법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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