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사로] 흐름(everything is flowing)
[진사로] 흐름(everything is flowing)
  • 간의철<서울관리처 시설팀> 차장
  • 승인 2018.09.17
  • 호수 1481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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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의철&lt;서울 관리처 시설팀&gt; 차장<br>
▲ 간의철<서울관리처 시설팀> 차장

이 세상에 흐르지 않는 것이 있을까요?

잔잔해 보이는 저 드넓은 바다의 심해도 차가움과 뜨거움이 끊임없이 교차하며 흐르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강물도 끊임없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바람도 쉼 없이 흐릅니다.

흐르지 아니함은 정체됨을 의미하고 정체는 고여있음이요, 고여있음은 생물, 살아있는 것들이 죽어감을 의미합니다. 자연이 흐름의 연속인 것과 같이 인간의 삶도 흐릅니다. 그리고 그 시간의 흐름 위에 인간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삶의 존재 기반인 시간이 흐르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태어나고, 시간의 흐름 위에 존재하며, 그 흐름이 멈출 때 우리 삶이 마감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하든지 시간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습니다. 흐르는 물은 잠시 막아두어 그 흐름을 멈추게 할 수 있지만, 시간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흘러가는 시간, 현재가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점들이 모여 선이 되고, 선들이 모여 면이 되고, 면이 합쳐져 형제를 띤 사물이 되듯이 단 한 번 우리 앞을 지나는 시간의 점들이 과거로 이어져 선이 되고, 그것이 쌓여 면이 되고 우리는 그것을 형상화 시켜 기억과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저장할 뿐입니다. 

그럼, 수많은 흐름의 존재 앞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강가나 바다 위의 배들은 물과 바람의 흐름을 거스르지 말아야 합니다. 그 흐름에 배를 맡기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편안하지만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정할 수가 없습니다. 배가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정하고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항해해야 한다면 흘러가서는 안 됩니다. 항해는 흐름과 거스름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거스름에는 힘이 필요하며, 고단함을 요구합니다. 강물과 바다의 흐름, 바람의 흐름을 거스르는 배의 항해는 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흐름을 거부하고 거스름을 선택함은 내가 지향하는 목표로 나아가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입니다. 

인간의 삶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흐름을 거스르지 아니하고 순응하며 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고 편안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삶은 환경에 의존적이고, 삶의 방향성이 모호하며 때로는 정체되고 도태될 수도 있습니다. 가고자 하는 목표를 정해 놓고 항해하는 배와 같이 자신의 삶에 목표를 정해 놓고 그 길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삶에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바람과 물의 흐름이 내가 바라는 흐름과 일치하면 적은 노력으로 앞으로 나아가지만, 물의 흐름이 나의 것과 같지 않아 그것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면 많은 수고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로 인해 때로는 고단한 삶이 될 수 있습니다. 

지구 한 바퀴를 돌아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거슬러 올라와 자신의 생을 마감하는 연어는 참 고단한 삶을 살지 않나 싶습니다.하지만 그것이 삶의 목표이고 숙명이라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불행한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연어가 흐름을 거슬러 생의 종착역에서 영원한 죽음을 향하지 아니함은 또 다른 생명의 탄생과 그 생명이 또다시 흘러감이 아니겠습니까?

당신은 어떠한 삶을 살아가시겠습니까?

어떠한 삶을 살아가야 할지는 오롯이 개인의 문제이자 선택입니다.   

- 자심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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