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이 쏘아올린 작은 공… 체육요원 병역특례제도 논란
아시안게임이 쏘아올린 작은 공… 체육요원 병역특례제도 논란
  • 김종훈 기자
  • 승인 2018.09.17
  • 호수 1481
  • 3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일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렸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개최되기 전부터 선수들의 병역혜택 여부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면 병역특례제도에 의해 현역 입대 대신 체육요원으로 복무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야구와 축구 대표팀은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면제를 받았다.

손흥민 선수의 병역면제 여부로 인해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받은 축구 대표팀과 달리 야구 대표팀은 비판의 대상이 됐다. 대한민국을 제외한 타 국가들은 아마추어 선수들을 중심으로 선수를 선발했지만 우리나라는 24명의 선수단 전원을 프로리그 소속 선수로 구성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야구 대표팀은 선수단 구성 과정부터 병역혜택을 주기 위한 선발이 아니냐는 논란을 빚었다. 익명을 요청한 A씨는 “야구 대표팀이 병역혜택을 위해 모인 팀이라는 인상을 줬다”며 “야구팬으로서 이번 사태를 보며 실망했다”고 말했다. 박성배<예체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스포츠에 불문율이라는 것이 있다”며 “명시적으로는 아니지만 묵시적으로 대회의 규모에 맞는 수준의 선수를 선발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렇듯 논란이 되는 병역특례제도에는 체육과 예술 분야가 있다. 이 중 체육요원 병역특례는 1973년 처음 등장했다. 박 교수는 병역특례제도의 등장 배경에 대해 “내셔널리즘이라는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선수들을 유인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며 “그런 유인책의 일환으로 병역특례제도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후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쳐 현재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 이상을 한 선수에 한해서 혜택이 한정됐다.

1990년 이후 큰 변화 없이 유지되던 제도가 현재 논란이 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 번째로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 논란이다. 프로게이머나 연예인도 운동선수 못지않게 국위 선양을 하는 것에 반해 특정 직업군에게만 혜택을 한정하는 것이 차별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전우현<법학전문대학원 상법전공> 교수는 “국위 선양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며 “직업이 점점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특정 분야에 병역혜택을 한정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국제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면 연금이라는 혜택도 받는 상황에서 병역까지 면제해주는 것은 과도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로 병역특례제도가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병역면제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전 교수는 “국민의 4대 의무 중 가장 중요한 국방의 의무가 수단화되는 것은 문제”라며 “현 제도로 인해 국방의 의무를 면제받는 것이 큰 자랑거리로 비춰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현 제도가 입상에만 초점이 맞춰져 성과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이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과거에 비해 순위보다 페어플레이 정신이나 정정당당한 경쟁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찬수 병무청장은 이런 논란에 대해 이례적으로 “최근 논란을 보고 병역특례제도를 손볼 때가 됐다고 느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 제도의 대안으로 △마일리지 제도 △입대 시기 연기 △전면적 폐지 등 다양한 해법이 제시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 교수는 “마일리지 제도와 연기하는 방안 모두 큰 혜택이기 때문에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특례제도에 다른 직업군에 대한 조항도 추가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박 교수는 “면제보다는 선수 생활 후에 군 복무와 같은 기간 동안 코치나 감독같은 다른 형태로 봉사를 하는 아이디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와 전 교수 모두 병역문제는 민감하고 신중히 논의돼야 하는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신철민<인문대 사학과 18> 씨는 “국가를 대표해 국위선양한 것은 박수받을 일이지만 제기된 논란은 가볍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으로 인해서 성급하게 제도를 없애거나 바꾼다면 머지않아 또다시 문제가 될 것이다.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주먹구구식 대책보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도움: 박성배<예체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전우현<법학전문대학원 상법전공>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