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처벌 논란', 학생 징계 시스템 개정 논의해야
'솜방망이 처벌 논란', 학생 징계 시스템 개정 논의해야
  • 이율립 기자
  • 승인 2018.09.17
  • 호수 1481
  • 1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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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정학은 3개월 이후 해제 가능
위원회 구성, 팔이 안으로 굽는다?
피해자는 모르는 징계 해제
학생지원팀 “징계의 교육적 철학을 고려해 개정해야”

▲ 나체 사진 유포 학생에게 내려진 징계 결과를 규탄하는 현수막이다. 지난달 30일 기자회견 이후 사회대 현관에 부착됐다.

지난달 30일, 정치외교학과 학생회와 반성폭력 반성차별 모임 ‘월담’ 등은 미성년자의 나체 사진을 유포한 학생에게 ‘유기정학 3개월’의 징계가 내려진 것과 관련해 학교 본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피해자 두 번 울리는 허울뿐인 솜방망이 징계 규탄한다”라는 문구를 내세우며, 가해 학생에 내려진 징계의 재심을 요구했다.

징계 사안에 대한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정보시스템학과에서 일어난 두 건의 성희롱 사건은 징계 해제가 문제됐다. 두 건의 성희롱 사건 가해 학생 총 7명은 모두 무기정학을 받았다. 하지만 한 학기 만에 일부 학생이 징계 해제 승인을 받아 복학해 학생 사회에 논란이 일었다. 정보시스템학과 학생회장 김창회<공대 정보시스템학과 17> 씨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징계 해제가 빠르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다수”라고 전했다. 또한 김 씨는 “피해 학생은 가해 학생의 징계 해제를 몰랐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점을 안타까워하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학교의 징계 규정은 어떻게 제정돼 있을까. 학생 징계와 관련한 사항은 학칙 제11장에 의거, ‘학생 상벌에 관한 규정’을 따른다. 규정의 제5조(징계의 구분)에 따르면 징계는 근신, 유기정학, 무기정학 및 퇴학으로 구분한다. △근신은 7일 이상 1월 미만 △유기정학은 1월 이상 3월 이하 △무기정학은 3월 초과 △퇴학은 학칙 제28조 1항에 의한 제적의 징계가 내려진다. 제9조(징계의 절차)에 의하면 위원회는 재적 위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회하고, 출석위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징계가 의결된다. 

현 징계 규정에서 한계로 지적되는 부분은 크게 △정학 기간 △징계위원회의 구성 △징계 통보다. 우선 정학 기간에 있어 3개월 초과의 징계, 즉 무기정학은 3개월 이후라면 언제든 해제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제12조(징계의 해제)는 지도교수 및 학과(부)장이 무기정학 중인 학생에 대한 지도결과 보고서와 징계 해제에 대한 의견서를 소속대학(원)장에게 제출하면 소속대학(원)장이 위원회에 징계의 해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학생처장은 위원회의 징계 해제 요청을 받은 경우 총장의 승인을 얻어 징계를 해제한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A씨는 “무기정학 징계가 3개월이 지나고 4개월이 되는 때에 해제된다면 무기정학이라는 처분은 무의미하다”며 “사안의 경중에 따라 징계를 정하고 그 기간은 이후에 수정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위원회의 구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제7조(징계위원회)에 의하면 위원회는 징계대상 학생의 소속 대학(원) 전임교원 및 학생부처장을 포함한 5인 이상 7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징계대상 학생의 소속 대학(원)장이 맡는다. 즉 학생부처장을 제외한 위원회의 다른 모든 구성원들은 징계대상 학생 소속 단과대의 전임 교원으로 구성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학생 B씨는 “징계대상 학생과 징계위원이 같은 소속이라면 위원들이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현행 위원회 구성은 징계 처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징계 해제 통보와 관련한 규정에도 허점이 있다. 앞선 정보시스템학과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현행 규정상 가해 학생의 징계 해제 결과는 피해자에게 통보되지 않는다. 제13조(징계의 통보)에 따르면 징계대상자는 징계의 결과를 학생처를 통해 통보받는다. 또한 학생처는 사건을 접수하고 조사해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인권센터에도 징계 결과를 통보하며, 피해자는 인권센터 내부규정에 의해 인권센터로부터 징계 결과를 전달받는다.

하지만 징계 해제의 경우 인권센터가 해제 요청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징계해제위원회는 인권센터에 결과를 고지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인권센터도 피해자에게 징계 해제 결과를 알릴 수 없다. 이에 대해 A씨는 “징계 결과가 피해자에게 통보되는 것처럼 징계 해제 관련 사안도 모두 피해자에게 알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A씨는 “무기정학이라는 징계를 받았다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무기정학이 해제되는 것까지가 징계의 선상”이라고 전했다. 이원걸<학생처 학생지원팀> 팀장은 이러한 지적에 관해 “현 규정은 징계 학생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피해 학생을 위한 사후 대책은 다소 미흡하다”며 “인권센터에서 정보를 최초 제보자에게 전달한다든지 등 여러 가지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생 징계를 담당하는 학생지원팀은 개정의 필요는 있지만, 개정이 신중히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팀장은 “최근에 일어난 여러 사건이 규정 개정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며 “유기정학 기간 제한 사항이 적절한지, 유기정학과 무기정학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등이 다시 연구‧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이 팀장은 “학생 징계는 원래 교육의 목적을 지닌다”며 “규정의 근본 취지와 철학을 고려한 개정이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 팀장은 꾸준히 제기되는 징계 규정 개정에 관해 “변호사 등 전문가를 초빙해 개정을 세부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오래 유지될 수 있는 개정안을 만들기 위해 시간을 두고 연구를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 A씨는 “학교가 가해자의 편에 서준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반드시 징계 규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B씨 역시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가해 학생을 처벌함으로써 잘못한 학생은 더욱 엄하게 징계하고, 억울하게 처벌받는 학생은 없어야 한다”는 바람을 학교에 전했다. 최근 학생 징계에 관한 지적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만큼 개정에 대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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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배 2018-10-04 20:00:32
학생들의 입장과 학생처 입장을 잘 담아 유익한 기사였네요.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