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사설] 본래 취지에 역행하는 최저임금 정책
[기자사설] 본래 취지에 역행하는 최저임금 정책
  • 한대신문
  • 승인 2018.06.04
  • 호수 1479
  •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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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의 확대가 개정안의 주된 내용으로, 내년 1월부터는 최저임금의 25%를 초과하는 상여금과 최저임금의 7%를 넘어서는 복리후생 수당이 산입범위에 포함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그 결과 올해 최저임금은 7천530원으로 전년 대비 16.4%p 인상됐다. 하지만 그동안 10%p 이내를 유지하던 최저임금 인상률이 갑작스럽게 높아지면서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발생한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는 일자리 감소다. 일자리 감소의 원인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업이나 자영업자의 실질소득이 줄었다는 것이 꼽힌다. 이에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급격한 인상을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기업과 자영업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러한 불만을 잠재워보고자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개정안을 발의·통과시켰다. 

최저임금의 본래 취지는 저임금 노동자의 가계소득을 높여 그들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사회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오히려 최저임금의 본래 취지를 역행하고 있다.  그렇기에 최저임금 인상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를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상여금이나 복리후생 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한 개정안이 가시적인 최저임금은 올렸을지언정 실질적인 임금 상승은 이끌어내지 못했다. 즉 이런 개정안은 도리어 16.4%p란 높은 최저임금 인상률의 효과를 반감시킬 뿐이다. 더 나아가 이는 기업들을 위한 정책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가 기업에게 일명 ‘상여금 쪼개기’를 허용시켜준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국회가 나서서 이를 합법화시켜준 모양새니 기업의 입장에서는 개정안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정부와 국회의 조처는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정책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국회가 나서서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행위로까지 보인다. 

정부와 국회는 최저임금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노동자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국회는 오히려 기업들의 ‘상여금 쪼개기’와 같은 꼼수에 면죄부를 주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최저임금 문제는 어떤 사안보다도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문제인 만큼 신중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단순히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개정안이 나올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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