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 나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
[교수칼럼] 나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
  • 이문우<사범대 영어교육과> 교수
  • 승인 2018.05.28
  • 호수 1478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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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문우<사범대 영어교육과> 교수

꽤 오래 전 대학에 갓 입학했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구두를 한 켤레 선물 받았습니다. 그 동안 공부하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이제는 20대 아가씨니까 멋도 좀 내고 재미있는 학교생활을 하라는 의미의 선물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구두는 그 때까지 교복에 갖추어 신던 검정색 단화와는 대조적으로 밝은 베이지색에 앞코도 뾰족한 ‘예쁜’ 구두였지요. 하지만, 처음 그 ‘예쁜’ 구두를 신고 학교에 간 날은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들 중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많은 여학생들이 깊이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제 발모양과 전혀 맞지 않고 길들지 않은 그 새 구두는 저에게 결국 밴드 한 통을 다 써도 안 될 만큼의 고통을 안겨주었죠.

그 후, 제가 영어교육학을 전공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했던 영어 표현이 바로 ‘put oneself in someone’s shoes‘라는 표현입니다.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역지사지(易地思之)‘ 정도가 될 수 있겠는데, 사실 우리말 번역보다는 영어 표현 그 자체가 훨씬 더 쉽고 그 의미가 빠르게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신발은, 아무리 그가 나와 같은 발 사이즈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나와는 다른 그의 취향, 발볼의 넓이, 발바닥의 모양, 발가락의 길이 등으로 인해 온전히 내 신발처럼 내 발에 맞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한 다른 사람의 신발에 자신의 발을 맞추어보는 것은, 단순히 신발을 바꾸어 신어보는 행위를 넘어서서 내가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찬찬히 들여다보고 생각해보는 그런 관점의 전환, 세심한 배려, 그리고 높은 수준의 공감능력을 필요로 하는 행위인 것입니다. 

흔히들 사회생활을 하는 것을 정글에 비유하고는 합니다. 나와는 너무 다른 사람들과의 충돌이 없는 사회생활을 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보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충돌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해도, 그것이 개인이나 조직의 건설적인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충돌이라면, 우리는 그것이 꼭 필요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경우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충돌은 소위 말하는 ‘밥그릇싸움’이나 ‘자리싸움’인데, 물론 자신의 밥그릇이나 자리를 차지하고 지키는 일은 누구에게나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이 지나쳐서 ‘나’의 이익을 위해 다른 이들을 파괴하고자하는 시도를 하는 사람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스스로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려는 노력을 하신다면 사회생활은 훨씬 더 평화로울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그들을 통해 내가 배울 수 있는 점이 무엇인지 통찰력 있게 찾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모르게 내 ‘신발’에만 집중하느라 다른 사람의 ‘신발’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것은 아닌지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내 ‘신발’에 맞추라고 강요한 것은 아닌지를 그러한 부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의 ‘신발’에 비추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것을 통해 우리는 앞으로 일어날 불필요한 충돌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이미 일어난 충돌을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사회생활은 나와는 다른 사람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이며, 이 과정에서 우리는 모두 ‘상생(相生)’을 꾀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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