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학보사 수난시대
[장산곶매] 학보사 수난시대
  • 김도렬 편집국장
  • 승인 2018.05.28
  • 호수 1478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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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렬<사진·미디어부> 부장
▲ 김도렬<편집국장>

지난 한 주간 학교를 시끌벅적하게 만들었던 대동제도 지난 25일을 끝으로 마무리됐습니다. 특히 올해 서울캠퍼스 축제는 비대위 체재의 불안함과 급작스러운 주류 판매 금지 여파로 인해 준비 과정에서부터 크나큰 우려의 시선을 받았죠. 하지만 이러한 걱정은 단지 기우였습니다. 비대위는 총학의 빈자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축제를 성공적으로 기획하고 진행했습니다. 학내구성원으로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완성도 있는 축제를 만든 비대위와 축기단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대동제가 끝났다는 것은 5월이 저물어 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는 학보사의 한 학기도 마무리돼 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 번의 발행이 더 남은 지금. 조금은 이르긴 하지만, 편집국장으로서의 한 학기 동안 학보사 활동을 하며 느낀 점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취임한 이후 정말 정신없고 힘든 나날을 보냈습니다. 부담감과 우여곡절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스스로 돌이켜봐도 취임 이후 지금까지의 모습이 썩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과 아쉬움에도 여전히 신문사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이 활동을 통해 그만큼 얻어가는 것도 많다는 점 때문이죠. 학보사 일의 가장 큰 자산은 조금은 진부한 답이지만, ‘경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기자들은 발행을 거듭할수록 다양한 경험을 쌓습니다. 물론 항상 좋은 경험만 있는 건 아니지만, 나쁜 경험을 해결하려는 과정 역시 기자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됩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점 역시 학보사 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큰 자산입니다. 좁게는 사내 구성원부터 넓게는 대선 주자까지. 학보사라는 특수한 집단에 속해 있지 않았더라면 이토록 다양한 이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요? 그리 쉽지만은 않았을 겁니다. 비록 짧은 인연에서 끝날지라도, 다양한 범주의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꽤나 매력적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학기 편집국장이 된 후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이하 서언회)의 회의에 참석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 건 정말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서언회는 한대신문을 포함해 서울권 20여 개 대학에 속한 학보사들의 모임입니다. 격주마다 한 곳에 모여 각 학보의 현안을 공유하죠. 소위 말해 ‘같은 업계종사자’들과의 만남이기 때문에, 초면이더라도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와 수다하듯 몇 시간 동안 떠들어댈 수 있습니다. 평소 혼자만의 고민에서 끝나는 것을 다양한 사람들과 토론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서언회도 마냥 즐거운 이야기만 나오지는 않습니다.

사실 서언회에 소속된 각 학보사의 브리핑을 들으면 대학언론에 대한 학교 본부의 개입과 예산 삭감 그리고 독자들의 무관심이 얼마나 심각한지 체감할 수 있습니다. 10명 이하의 소수 인원으로 힘겹게 신문 발행을 이어나가는 학보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학교 본부와 주간 교수로부터 받은 심각한 수준의 편집권 침해로 인해 백지 발행을 고려하는 신문도 여럿 존재합니다. 하루아침에 30%의 예산이 삭감돼 어쩔 수 없이 원고료와 장학금을 포기하며 학보사를 지키는 기자들도 있죠.

대부분의 학교는 신문사의 운영비가 학교에서 나온다는 이유로 학보사에 대한 개입을 정당화하려 합니다. 그들은 학보사가 학교의 돈을 받고 신문을 만들기 때문에, 학교에 대한 비판을 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칩니다. 그러나 이는 조금만 생각을 해도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비판이 없는 사회와 집단은 결국 쇠퇴한다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기 때문이죠. 단지 학교에 관해 쓴 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학내언론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편집권을 침해하는 것은 너무나 편협한 행위입니다.

지난 한 학기 동안, 한대신문의 편집국장이자 서언회의 구성원으로 활동하며 이처럼 대학언론에 대해서 학교가 필요 이상으로 개입하려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사실 SNS가 발달한 시점에서 과거처럼 학보사의 기사를 막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습니다. 지금과 같은 정보화 시대에 고작 학보를 회수한다고 대학의 실정이 크게 가려지지 않기 때문이죠.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 건전하고 건설적인 비판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학보사에 대한 지원을 유지하는 것이 대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몇몇 대학은 학보사 개입 문제를 떠나, 비판 자체를 수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다양한 사고와 적확한 비판은 한 사회를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부디 지식의 상아탑인 대학만큼이라도 비판적인 시각과 다양한 시선을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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