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덜트숍, 알고19나!
어덜트숍, 알고19나!
  • 조수경 기자
  • 승인 2018.05.14
  • 호수 1477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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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골목길에 위치한 음침한 분위기의 상점, 길거리에 주차된 봉고차에서 은밀하게 파는 물품들. 보통 어덜트숍이라 하면 어두침침한 음지 문화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편견을 깨고 양지로 나온 어덜트숍이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외부에서도 내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커다란 창문, 과감하고 큰 간판은 어덜트숍보다는 팬시용품점에 더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매장 내부에는 성인용품 외에도 우리에게 익숙한 캐릭터의 피규어가 곳곳에 전시돼있어 처음 방문하는 고객도 성과 관련된 제품을 부담 없이 구경할 수 있다.

▲ 홍대에 위치한 어덜트숍 '레드컨테이너'의 외부모습이다.
▲ 홍대에 위치한 어덜트숍 '레드컨테이너'의 외부모습이다.

그동안 어덜트숍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위치와 불법 제품을 판매하는 창구라는 인식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구중회<레드컨테이너> 실장은 “과거 어덜트숍은 주로 지하나 구석진 골목길 등 외진 곳에 있어 음지 문화라는 인식이 있었다”며 “뉴스에서도 어덜트숍의 위법행위에 대한 보도가 주로 이뤄졌기 때문에 불법적인 곳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라고 답했다. 또한 이러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더불어 안전성이 불분명한 저가형 제품들이 많아 소비자들의 거부감도 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성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며 어덜트숍도 변화하고 있다. 김종갑<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소장은 “미디어를 통해 성에 대한 담론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성이 개방화되기 시작했다”며 “이는 다양한 성적 취향을 인정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들며 어덜트숍을 양지로 나오게 했다”고 설명했다. 즉 은밀하고 사적인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성이라는 주제가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는 대상이 되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에 어덜트숍도 밝고 가벼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대중들이 좀 더 거부감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바뀌고 있다. 특히 세련된 디자인과 안전성이 더해진 제품을 통해 성인용품에 대한 이미지 변화를 주도하며 다양한 소비자층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구 실장은 “현재 어덜트숍은 자극적인 성인용품만을 판매하는 곳에서 벗어나 즐거운 성생활을 위한 다양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곳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그 외에도 성교육 등을 통해 올바른 성문화를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어덜트숍은 단순히 성인용품을 판매하는 곳을 넘어 건강한 성문화를 추구하는 공간으로 나아가고 있다.

과거의 어덜트숍은 변태 성욕자들의 전유물 또는 문란한 성생활을 돕는 부정적이고 부끄러운 곳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이런 편견이 깨지며 어덜트숍은 하나의 색다른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성문화는 더 이상 숨겨야 할 부끄러운 것이 아닌 당당히 즐길 수 있는 문화이다. 어덜트숍의 성장을 통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성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해본다.

도움: 구중회<레드컨테이너> 실장
김종갑<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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