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세월호 참사 민간 잠수사, 그들도 피해자다
[아고라] 세월호 참사 민간 잠수사, 그들도 피해자다
  • 정서윤 기자
  • 승인 2018.04.23
  • 호수 1476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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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서윤<문화부> 정기자

4년 전, 필자는 뉴스에서 또래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가던 중 해상사고를 당했다는 속보를 접했다. 전원 구조 됐다는 보도를 접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이는 오보였다. 4년이 지난 지금, 약 3백여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세월호’ 사고는 그 단어만으로 여전히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희생자를 비롯한 수많은 이들의 삶은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 2014년 4월 16일에 멈춰있다. 당시 누구보다도 희생자 수습에 힘썼던 민간 잠수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국가적 재난에 남들보다 한 걸음 더 용기를 낸 그들은 하루하루를 트라우마 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 생존자 구조가 아니라 희생자 수습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에 △분노조절 장애 △불면증 △우울증 △죽음 충동 등의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는 민간 잠수사들이 많다. 세월호 희생자 수습에 참여한 민간 잠수사들 중 일부는 이로 인해 직업을 그만두기도 했다.
 
가장 큰 책임과 관심을 보여야 할 정부에서 사건을 외면할 때, 목숨을 걸고 맹골수도에 뛰어든 자들은 바로 민간 잠수사들이었다. 심해 잠수 능력이 없는 해경을 대신해 선내 수색을 전담한 그들은 ‘당연히 가야 했기에’,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기에’ 직접 바다에 뛰어들었다. 민간 잠수사들은 잠수 후 최소 12시간 이상 몸을 회복해야하는 안전수칙을 무시하고 칠흑같이 어두운 세월호 안으로 들어갔다. 희생자들을 상처 없이 가족들 곁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몸이 부서질 듯한 조류와 냉기를 버티며 한 명씩 보듬어 올렸다.
 
민간 잠수사가 세월호 선체 내로 진입해 수색작업을 할 동안 해경 잠수사는 밖에서 민간 잠수사의 공기 공급선을 잡아주는 등의 보조 역할만 했다. 국가가 능력 부족으로 할 수 없던 일들을 민간 잠수사들이 자발적으로 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다치고, 생활고와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잠수사들 중 일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정부는 민간 잠수부들에 대해 적절한 지원과 보상은 커녕, 그들에게 동료 잠수부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기까지 했다.

일부 민간 잠수사들은 간신히 손실보상 대상으로 추가됐지만 여전히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로는 인정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민간 잠수사들의 정신적‧육체적 후유증 등에 대한 보상금은 2016년에 뒤늦게 지급됐다. 하지만 이 역시 치료비와 생계비를 마련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55명의 신청 인원 중 약 절반인 27명만 보상금을 지급받았으며, 이는 투입된 전체 민간 잠수사 약 1백여 명 중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세월호 피해자를 민간 잠수사 등까지 확대하고 의료비 지원 등을 포함한 ‘김관홍법’이 발의됐으나 국회에서 통과가 되지 않았다.

그저 바다가 좋아서 잠수사 일을 시작했던 그들은 이제 더 이상 바다 속 깊이 오랜 시간 잠수하지 못한다. 그들을 찾는 세월호 실종자들의 목소리가 바다 속에서 들리기 때문이다. 민간 잠수사들도 2014년 4월 16일의 차가운 바다 속에서 여전히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이다. 국가는 세월호 참사 이후 단 한번도 국가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정부는 그들을 피해자로 인정해 후유증 지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또한 우리 사회도 민간 잠수사들이 명예를 회복하고 위로받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관심을 놓지 말아야 할 때다.


*손실보상: 국가 또는 공공단체의 적법한 공권력 행사에 의하여 사유재산권에 특별한 손실이 가하여진 경우에 그 손실에 대하여 지급되는 전보(塡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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