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건 패션'으로 나를 나타내다
'슬로건 패션'으로 나를 나타내다
  • 한대신문
  • 승인 2018.04.23
  • 호수 1476
  • 4면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passion connected”

‘하나 된 열정’이라는 의미의 이 문구는 지난 2월 막을 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대표 슬로건이다. 이 슬로건은 올림픽 정신을 잘 드러냈다는 호평을 받으며 다양한 기념품에 사용됐다. 실제로 이 슬로건이 사용된 ‘평창 롱패딩’은 전국적인 품절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렇듯 특정 가치관이나 정치적 견해를 담은 슬로건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패션을 ‘슬로건 패션’이라 말한다.

슬로건 패션의 성장 배경으로 먼저 과거에 비해 의견 표현이 자유로워진 사회적 분위기를 말할 수 있다. 윤지향<성신여대 의류학과> 교수는 “현실과 개인의 가치관, 정치적 견해 사이에 생기는 괴리감을 패션을 통해 드러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SNS의 발달로 인터넷 상에 자신의 사회적·정치적 견해를 쉽게 드러낼 수 있게 된 것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이연희<생활대 의류학과> 교수는 “SNS의 해시태그에 익숙한 젊은 계층의 소통문화가 패션에 노출돼 슬로건 패션이 생기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슬로건 패션은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도덕적·윤리적 의미의 슬로건 패션 아이템을 착용하면 슬로건의 가치를 확산돼 팬들의 자선활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인생을 모티브로 제품을 제작하는 브랜드 ‘마리몬드’이다. 윤홍조<마리몬드> 대표는 “많은 유명인이 마리몬드 제품을 소비하면서 브랜드의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있다”며 “유명인의 팬클럽에서 직접 위안부와 관련된 재단에 기부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즉 슬로건 패션 소비에만 그치지 않고, 사회적 활동의 참여까지 이끌어내는 것이다.

최근에는 사람들이 *내적효능감에 민감해지면서 △시위 △축제 △해시태그 운동과 같은 다양한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젊은 세대는 자신의 가치관과 정치적 신념을 패션으로 표현하면서 사회의 작은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 교수는 “슬로건 패션이 디자이너, 브랜드, 착용자의 메시지 전달 도구이자 사회적 변화 요구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슬로건 패션을 소비하는 이들에게 선입견을 가져 문제가 되기도 한다. 단순히 특정 슬로건의 가치관을 지지해 관련 제품을 소비했을 뿐인데, 개인의 행동과 언행이 모두 그 가치관과 연관됐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성소수자의 상징인 무지개 색이 담긴 옷을 입은 사람의 성적 지향성을 단정짓는 경우가 그 예다. 

슬로건 패션은 자신의 가치관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문화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와 더불어 슬로건 패션을 이용하는 데에 있어 타인의 가치관을 존중하는 포용력 있는 태도가 요구되는 바이다. 


*내적효능감: 시민 스스로 정치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믿음을 말한다.

도움: 이연희<생활대 의류학과> 교수
윤지향<성신여대 의류학과> 교수
윤홍조<마리몬드> 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민경 2018-04-30 16:44:05
크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