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정치인들에게 만우절은 필요 없다
[장산곶매] 정치인들에게 만우절은 필요 없다
  • 김도렬 편집국장
  • 승인 2018.04.02
  • 호수 1474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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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렬<사진·미디어부> 부장
▲ 김도렬<편집국장>

서로에게 장난을 걸며 화합을 다지는 ‘만우절’은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기념일 중 하나이다.
 
만우절은 16세기 중세 유럽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중세 유럽은 부활절을 한 해의 시작으로 여겼다. 하지만 그 날짜가 항상 들쑥날쑥해 불편을 겪었다고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프랑스의 왕 샤를 9세는 새해 첫 날을 1월 1일으로 바꿨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바뀐 날짜를 알고 있던 이들도 샤를 9세를 비웃었다. 이 사건이 만우절의 기원이 됐다고 한다. 

사람들이 만우절을 사랑하는 이유는 단지 매년 갱신되는 재미있는 거짓말 에피소드와 대학가 내에 출몰하는 ‘교복 무리’들, 기업들의 유쾌한 만우절 이벤트 때문만은 아니다. 만우절은 일상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거짓말’이라는 사소한 일탈을 허용해주고 같이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인 기념일이다.

만우절은 오히려 인간이 정직과 신뢰를 가치로 둔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기념일이다.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예외적인 하루’라는 개념은 ‘대부분의 경우에는 거짓말을 해선 안 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만우절은 정직한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유쾌한 일탈이라고 볼 수 있다.

그에 비교해 최근 한국 정치계는 만우절이 가지는 의미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차기 대권 후보로 뽑히던 도지사는 성추문으로 지지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다 줬다. 그는 합리적이고 인권을 강조하는 이미지였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그런 이미지가 단지 가식이었던 걸로 드러났다.

뇌물 수수, 비자금 조성 의혹을  꾸준히 받던 전직 대통령은 해당 혐의를 꾸준히 부인했지만, 비리 사실이 확인돼 구속됐다. 관련 의혹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강한 부인을 했던 그이지만, 수사 과정에서 결국 해당 의혹이 모두 진실이었다는 것이 드러나며 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서울시장 출마를 노리던 한 정치인 역시 성추행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특히 “피해자가 미투를 공작으로 이용한다”, “대국민 사기극이다”와 같이 지나치게 자극적인 어휘를 사용해 피해자를 정신적으로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까지 하며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결국 그의 해명이 거짓이었던 것으로 드러나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카드 결제 내역은 있지만, 기억은 나지 않는다”는 말을 남기며, 책임감이 결여된 모습을 보여줬다. 심지어 피해자에게 일말의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거짓된 모습으로 그들에게 신뢰를 준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는 것이다. 정치인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은 정직함이다. 그러나 이들은 국민들이 기대하는 정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이했다.

비단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거철만 되면 저자세가 되고, 시민을 섬기겠다고 말하는 정치인들이지만, 정작 선거에서 당선되면 공약을 무시한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따르면 19대 국회의 공약 이행률은 51.24%에 불과하다고 한다. 18대 국회의 공약 이행률은 35.16%로 더 심각하다. 이처럼 낮은 공약 이행률은 정치인들이 얼마나 공약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는지 알 수 있는 지표다. 

공약은 정치인과 유권자 간의 약속이다. 정치인이 기본적인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 어떤 국민이 그들에게 신뢰를 보낼 수 있을까.

국민들도 이제는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아닌, 적극적인 정치 참여로 정치인들의 거짓말에 대응하고 있다. 정치인들도 과거처럼 순간만 벗어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흔히 사람들은 만우절을 ‘거짓말을 하는 날’이라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만우절이 가치가 있는 이유는 ‘거짓말은 나쁘다’라는 기본적인 규범을 우리 사회가 공유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에게 일상화된 면피성 거짓말은 하루도 용납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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