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품이 아닌 하나의 '굿즈'로
기념품이 아닌 하나의 '굿즈'로
  • 조수경 기자
  • 승인 2018.04.02
  • 호수 1474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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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즈(Goods)’는 보통 연예인, 애니메이션을 주제로 한 상품을 일컫는 말로 사용됐다. 하지만 최근 단순 기념품에 불과했던 박물관, 미술관의 상품은 팬층을 형성하며 소장가치 있는 굿즈로 탈바꿈하고 있다. 특히 고리타분하고 촌스럽게만 여겨졌던 박물관 기념품들이 크게 달라졌다. 열쇠고리나 엽서처럼 식상한 기념품에서 벗어나 △다이어리 △보조배터리 △보틀과 같은 트렌디한 디자인의 제품들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그 중 국립중앙박물관 기념품은 ‘국립중앙박물관 굿즈’(이하 국립 굿즈)라고 명명될 만큼 큰 팬덤을 형성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국립 굿즈는 윤동주 시인이 쓴 ‘별 헤는 밤’의 시구가 적힌 유리컵과 보틀이다. 이 굿즈는 SNS를 통해 입소문이 퍼지면서 ‘국립 굿즈 덕후’들을 양산해내기도 했다. 경기도박물관도 기존에 판매하던 단순한 완구류 대신 전시연계 및 제작 체험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박물관 기념품은 단순한 기념품을 넘어 하나의 감각적인 ‘굿즈’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박물관 기념품, 변화를 향해서
박물관 기념품은 ‘촌스럽다’는 기존의 편견을 깨고 자신만의 개성을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국립중앙박물관의 온라인 뮤지엄샵 매출은 2015년 대비 2년 만에 약 3배가량 상승하며 박물관 굿즈의 인기를 여실히 보여줬다. 김미경<국립박물관문화재단 서비스운영팀> 팀장은 “박물관 굿즈는 촌스럽고 진부할거라는 편견이 있었다”며 “이를 깨기 위해 역사적인 작품을 기반으로 상품을 만들되, 색상이나 형태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등 디자인에 다양한 변화를 주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박물관 굿즈를 구매했다는 서지수<자연대 생명과학과 13> 양은 “과거에는 박물관 기념품이 촌스럽고 투박한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세련된 느낌을 준다”면서 “한국적인 요소가 드러나는 의미 있는 상품이어서 외국인 친구들에게도 종종 선물한다”며 하나의 굿즈로 변화한 박물관 기념품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한 박물관 굿즈는 마케팅 방식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한정판 마케팅 전략이 눈에 띈다. 대표적인 사례로 국립중앙박물관이 주관한 전시 ‘이집트 보물전’이 있다. 이 전시가 진행된 기간에만 특별 판매된 향수병은 전시가 끝나기도 전에 품절됐고, 재입고 후에도 다시 동나는 품절 대란사태가 벌어졌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한상린<경영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정판 마케팅은 제품에 희소성을 부여해 소비자들의 사로잡는 마케팅 전략”이라며 재화의 희소성이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상승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화하는 소비자, 변화하는 박물관 굿즈
달라진 소비문화도 박물관 굿즈 인기에 영향을 줬다. 과거에는 상품 구매에 가성비를 우선 가치로 뒀다면 최근에는 가격보다 제품의 차별성이 우선 가치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를 *‘가심비’라고 하는데, 박물관 굿즈의 인기는 이러한 트렌드와 잘 맞물린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과거에는 디자인 면에서 매력을 끌지 못했던 박물관 굿즈가 오늘날 ‘디자인이 특별하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과거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에 있어 가성비를 1순위로 뒀지만, 지금은 자신의 심리적 만족감을 우선시한다”며 “박물관 굿즈의 인기는 이런 소비자들의 심리 변화와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한 제품을 사면서 자신의 사회적 가치관을 표출할 수 있는 ‘개념 소비’도 변화의 요인 중 하나다. 실례로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마리몬드’는 감각적인 디자인과 수익금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게 기부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한 교수는 “소비자들의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문화와 역사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커졌다”며 “이런 관심이 사회적 가치와 맞물려 개념 소비 현상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물관 굿즈 역시 역사적 가치를 살린 상품을 통해 한국 문화를 알리는 의미를 더했기에 소비자들에게 더 특별히 다가갈 수 있었다. 김 팀장은 “국립 굿즈를 디자인할 때 실용성과 디자인 경쟁력, 역사적인 의미를 담아내려고 노력했다”며 “그런 노력이 국립 굿즈 열풍을 만들어내고 있는 주요한 요인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 국립중앙박물관 뮤지엄샵에서 굿즈를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 국립중앙박물관 뮤지엄샵에서 굿즈를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하나의 브랜드가 된 박물관
박물관 굿즈의 변신은 박물관 활성화로도 이어진다. 김 팀장에 따르면 실제로 박물관 굿즈에 대한 정보를 접한 고객이 전시에 호기심을 갖고 관람까지 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즉 박물관 굿즈가 박물관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박물관은 다양한 소비층을 대상으로 한 굿즈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재미와 교육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상품을 통해 박물관을 다소 어렵게 느끼는 아동층과의 심리적 거리를 줄이는 중이다. 김 팀장은 “체험 요소가 더해진 교육문화상품은 학생들에게 박물관을 친근하게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며 “우리 문화를 대표하는 소중한 문화재가 더 많은 연령층에 알려지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물관 굿즈는 이제 독립적인 브랜드로 나아가고 있다. ‘국립 굿즈’처럼 다양한 문화공간에서 각계각층을 사로잡는 상품이 생긴다면 더욱 다채로운 문화를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가심비: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는 가성비에 마음 심(心)을 더한 것으로, 심리적인 만족감을 우선으로 하는 소비 형태를 일컫는다.

도움: 김미경<국립박물관문화재단 서비스운영팀> 팀장
한상린<경영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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