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외국인 유학생, 어떻게 지내나요?
우리 학교 외국인 유학생, 어떻게 지내나요?
  • 조수경 기자
  • 승인 2018.03.26
  • 호수 1473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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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찾는 외국인 유학생 수가 2016년 기준으로 10만 명을 돌파했다. 교육부는 ‘유학생 유치 확대 방안’을 발표해 2023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20만 명을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우리 학교도 이에 맞춰 작은 국제 사회로 나아가는 중 이다. 2017년 기준 서울캠퍼스에는 약 2천여 명이, 에리카캠퍼스에는 약 350여 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우리 학교에서 함께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한국에 오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소통의 부재로 인해 문화적인 교류도 제대로 못 한 채 자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캠퍼스 안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을 만나지만 그들이 어떻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우리 학교 외국인 유학생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기자는 서울캠퍼스에 유학 생활을 한 멕시코 국적의 카를로스<경영대 경영학과 교환학생> 씨와 중국인 유학생 허영<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6> 양을 만나봤다.

한양에 온 외국인 유학생
서울캠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마친 카를로스 씨는 처음 한국에 오기로 결심한 이유를 떠올렸다. “높은 교육의 질과 우수한 공학교육 과정을 가지고 있는 학교라서 오고 싶었어요. 실제로 교육과정과 캠퍼스 환경 등 학습 여건이 좋아 인상적이었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체육관에서 운동하거나 서울을 여행했다는 그는 한국에서의 시간을 즐겁게 보내려고 노력했다. 국제처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인 ‘Global Hanyang Lions’를 통해 좋은 한국 친구를 사귀기도 했다. 그는 “친절하고 진실 된 친구를 만나게 돼 정말 만족한다”며 “현재 그 친구와 일도 함께 하며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서울캠에서 유학 생활 중인 허영 양은 “케이팝, 한국의 영화 같은 것이 좋다고 생각해 한국에서 미디어를 전공해보고 싶었다”며 한국에 오게 된 계기를 설명해줬다. 유학 생활 중 힘든 일은 없냐는 질문에 “어떤 교수님은 강의 자료를 강의실에 올려주지 않으셔서 수업 후에 복습하기가 좀 어렵다”며 한국어로 빠르게 진행되는 수업이 아직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유학생 동기 중 한 명이 매일 필기를 정리해서 공부를 도와준 적 있다”며 학교생활을 하면서 특히 기억에 남았던 순간을 말했다.

하지만 그들의 유학 생활이 항상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다. 카를로스 씨는 “사실 여러 활동과 문화 체험을 기대했었는데 경험하기 쉽지 않았다”며 유학생들이 한국에 쉽게 적응하기 힘든 현실에 대해서 언급했다.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학생들이 많지 않아요. 먼저 다가가려 해도 꺼리는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그는 이미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열린 마음을 갖고 있어 국제처 프로그램에 지원한 학생들을 제외하면, 그들에게 먼저 다가오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며 아쉬워했다.

허영 양도 “사실 팀 과제가 아니면 한국 친구들과 소통할 기회가 별로 없다”며 소통이 많지 않은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보였다. 또한 그녀는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가지고 있는 편견 때문에 벽이 생기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동기 중에서 말은 유창하지 않아도 태도가 좋고 열심히 노력하는 친구들이 있거든요.” 언어가 부족한 탓에 한국 학생들과 팀 과제를 하면 의견을 주장하기도 쉽지 않다. “한국말을 좀 더 능숙하게 할 수 있다면 한국 학생들과 소통할 기회가 많을 거라 생각해요. 제가 더 노력해야겠죠."
 

존재하나 보이지 않는 사람들
사실 이들이 언급한 문제들은 생소한 문제점이 아니다. 강의실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 학생들과 섞이지 못하는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학교 측에서는 유학생과 재학생 간의 소통을 위해 ‘글로벌 사랑한대’, ‘Global Hanyang Lions’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 이상 한국 학생과 실질적으로 소통할 기회가 많지 않다. 카를로스 씨는 “한국에 오기 전 다양한 활동을 기대했는데 대체로 한국 학생들만을 위한 활동이었다”며 유학생들을 위한 활동이 다채롭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들은 학교와도 소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몇 개의 학교 시설물은 구체적인 사용 설명서가 영어로 적혀있지 않아 외국인 유학생들이 시설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학교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혼란과 불편함을 일으킨다. 카를로스 씨는 “종종 한국인 동행자가 없으면 이용할 수 없는 시설들이 있다”며 “학교에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해결된 것이 없었다”고 개선을 부탁했다. 더 나아가 학교에서 운영하는 특강과 같은 행사들도 전부 한국어로 공지돼 있어 그들이 정보를 얻고 참여하기 쉽지 않다. 그나마 중국인 유학생의 경우 해당 국가의 유학생 비율이 높아 활동에 대한 정보와 참여 면에 있어 나은 편이다. 허영 양은 “중국인 유학생들은 중국어 설명회가 따로 있다”며 “다른 나라 학생들보다는 정보를 접하기 쉬운 편”이라고 답했다.

또한 외국인 유학생들은 직접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그 예로 지난 1월에 열린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외국인 유학생의 등록금만이 인상되며 논란이 된 것을 들 수 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학교 재학생이라면 모두 동등한 입장에서 교육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기본적인 물가상승률과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추가로 제공되는 각종 교육서비스를 고려했다”며 “부담분을 수혜자인 외국인 유학생들이 지불해야 한다고 판단해 외국인 등록금을 인상하게 됐다”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인 외국인 유학생들의 목소리는 아예 배제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허영 양은 “유학생들은 학교의 일방적인 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힘들다”며 “외국인 유학생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 모두의 한양’을 위해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들과 ‘함께’ 나아갈 수 있을까. 수업 시간에 유학생들을 가르치며 관련 문제를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는 문수현<인문대 사학과> 교수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학교와 학생들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에 맞춰 학교도 외국인 유학생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우리 학교 기숙사의 경우 외국인과 재학생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정지혜<학생생활관 행정팀> 직원은 “현재 기숙사 측면에서 유학생과 재학생이 함께 사는 다국적 룸메이트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 중”이라며 유학생과 재학생의 문화적 교류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씨는 “서로 소통하며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며 “환경이 허락한다면 프로그램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한국 학생들의 따뜻한 관심이다. 카를로스 씨는 한국 유학 생활을 마치고 돌아가면서 “우리는 그저 한국의 문화를 경험하고 일부가 되어보길 원할 뿐”이라며 한국 학생들이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조금 더 열린 마음을 가져주길 부탁했다. 문 교수도 “유학생들이 본인의 노력만으로 타지에서 적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그들이 유학 생활에 장기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학생들의 도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새 학기가 시작한 지 어느덧 한 달이 됐다. 하지만 개강의 설렘이 완연한 캠퍼스 안에도 여전히 소외당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우리와 함께 교정을 거닐고 있지만 ‘진정’으로 함께하진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생각보다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가장 가까이 있는 그들에게 먼저 따뜻한 인사 한마디를 건네 보는 건 어떨까.

일러스트 정수연 기자 jsy0740@hanyang.ac.kr
도움: 문수현<인문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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