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총학의 빈자리 학생사회 힘 합쳐 메꿔야
[장산곶매] 총학의 빈자리 학생사회 힘 합쳐 메꿔야
  • 김도렬 편집국장
  • 승인 2018.03.26
  • 호수 1473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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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렬<사진·미디어부> 부장
▲ 김도렬<편집국장>

결국 학생 대표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달 말 예정됐던 서울캠퍼스 제46대 총학생회(이하 총학) 보궐선거에 그 어떤 후보자도 등록하지 않았다. 결국, 서울캠 학생들은 총학생회 없이 남은 2018년을 보내게 됐다. 지금껏 11월 선거가 무산된 적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구성된 적도 있었지만, 보궐선거조차 무산돼 비대위가 구성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학과 기사 내외적으로 마주칠 일이 많은 신문사 기자들은 총학의 부재를 바로 느낄 수 있다.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역시 취재와 관련된 부분이다. 물론 비대위 구성원들도 취재 과정에서 많은 협조를 해주고 있지만, 아무래도 모두가 겸직이다 보니 어수선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은 아주 사소한 부분인데, 바로 총학생회실의 불이 자주 꺼져있다는 점이다. 신문사와 총학생회는 같은 건물, 같은 층을 쓰는 ‘이웃 관계’라고 볼 수 있는데, 각자의 업무 특성상 늦은 시간까지 건물에 남아있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필자는 신문 마감일, 늦은 밤까지 불이 켜져 있는 총학생회실을 주변을 지나가며 그들에게 왠지 모를 동질감과 함께 ‘적어도 그들이 무슨 일을 하고는 있구나’라는 것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선거가 무산된 시점부터는 ‘어두운 밤을 밝히는 총학생회실’을 보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아직 많은 학생은 총학의 부재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당장은 총학의 공백으로 발생하는 문제가 학생들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총학의 공백은 학생사회와 본인에게 꽤나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는 것을 항상 생각할 필요가 있다.

총학이 없어져서 생기는 문제가 ‘축제 준비 차질’ 밖에 없었다면 오히려 다행이다. 하지만 그보다 큰 문제는 학내 사안에 대한 학생사회의 발언권이 자연스럽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등록금 △장학금 △학생복지예산 등 학생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예산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학생 대표자가 부재해, 주도권을 학교가 쥐고 회의를 진행하는 상황은 학생의 입장에선 썩 좋은 상황은 아닐 것이다.

최근 필자가 총학의 부재로 인해 아쉬움을 느낀 상황은 바로 이달 발생한 학내에서 발생한 ‘미투 폭로 사건’이었다. 물론, 단순하게 총학이 있었으면 그들이 해당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도, 총학이 항상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건을 해결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총학은 학생사회에 중요한 의제를 설정하고 확산시키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학생들이 대자보를 통해 어느 정도 그 역할을 대신 해주긴 했지만, 개인 혹은 소규모로 이뤄졌기 때문에, 학생사회 전체에 영향을 주기엔 부족했다. 학부생이 진행한 미투 운동이라는 점, 해당 부서를 통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점을 생각했을 때 훨씬 더 많은 학생이 관심을 가졌어야 할 사건임에도 생각보다 파급력이 크지는 않았다.

결국 이러한 총학 공백 사태를 해결할 열쇠는 총학의 대리인 격인 비대위와 학생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쥐고 있다. 특히 비대위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 빈자리를 채워야 할 ‘의무’가 있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의 고충은 잘 알고 있다. 그들은 당장 각 단과대 혹은 단체의 업무량도 엄청난 상황에서, 책임이 막중한 총학생회 업무까지 겸업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총학보다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그들에겐 부담으로 작용될 터이다. 그러한 어려움에도 비대위원들은 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비대위의 업무를 다 하는 것이 곧 본업의 목표를 실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체 학생사회의 업무라고 볼 수 있는 비대위 업무를 소홀히 하고, 본업에만 치중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름없다. 학생사회의 안정이 없다면, 단과대 혹은 단체의 안정도 기대하기 힘들다.

또한, 학생들도 총학의 공백을 오로지 비대위의 영역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불안한 비대위 체제이기 때문에, 총학이 있을 때보다 학생사회에 자신의 의견을 주도적으로 내야 한다. 보다 많은 이들이 머리를 맞댈수록 비대위 체제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는 더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많은 학생들은 투표거부운동을 통해 논란이 일었던 총학 선거운동본부에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이 과정에서 더 나은 학생사회를 기대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선본 부재로 총학선거가 무산된 지금,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선 학생들의 적극적인 학생사회 참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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