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사설] 미투 운동, 그 '무게'에 대한 단상
[기자사설] 미투 운동, 그 '무게'에 대한 단상
  • 한대신문
  • 승인 2018.03.26
  • 호수 1473
  •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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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미국 영화배우 앨리사 밀라노가 유명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에게 성폭력을 당한 사실을 개인 SNS에 고백했다. 이 글에 사람들이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는 의미인 ‘#Me Too’ 답글을 달면서 ‘미투(Me Too) 운동’은 전세계로 퍼졌다. 우리나라는 지난 1월,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며 미투 운동이 이어졌다. 이후 문화·예술계부터 정치계, 교육계까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나도(Me Too)’, 혹은 ‘함께(With You)’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사람들의 ‘미투 운동 희화화’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9일, 아이스크림 회사 ‘배스킨 라빈스 31’은 광고 영상 속에 ‘#너무_많이_흥분’, ‘#몹시_위험’과 같은 자막을 달았다. 이는 미투 운동을 통해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배우 故 조민기가 피해자에게 보낸 메시지를 패러디한 것이다. ‘배스킨 라빈스 31’은 해당 광고가 미투 운동을 희화화했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영상을 삭제한 뒤, 홈페이지에 사과글을 게시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이 주최한 창작시 공모전에는 ‘#Meat too –운동 지지-’, ‘제 다리를 보더니 침을 삼키면서... -치킨 미투 운동-’과 같은 지원작이 등장했다. 이는 홈페이지에 그대로 노출됐고,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이 일자 ‘배달의 민족’은 “불편함을 주는 작품을 삭제하고 심사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몇몇 기업이 ‘미투’를 마치 유행어처럼 광고에 이용했고, 어떤 이들은 개인 SNS에 미투를 조롱하는 글을 게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위와 같은 ‘미투 운동 희화화’는 미투 운동을 그저 가벼운 ‘해프닝’으로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가벼운 태도는 이들이 미투 운동의 의미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미투 운동은 단순히 한 개인의 성폭력 사실을 고발하기 위한 운동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권력형 성폭력’을 보여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움직임’인 것이다. 미투 운동에 참여한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신의 아픈 기억을 힘겹게 꺼낸 이들이다. 하지만 이렇게 진지하지 못한 태도로 미투 운동을 바라보는 것은 피해자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는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또한, 아직 미투를 외치지 못한 이들의 입을 막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

‘미투(Me Too)’와 ‘위드유(With You)’는 성폭행 피해자들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의미한다. 하지만 ‘미투 운동 희화화’는 이를 정면으로 반(反)하고 있다. 미투 운동이 주목받은 지 수개월이 지난 현재, 아직도 우리나라는 미투 이슈로 뜨겁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미투 운동의 ‘무게’에 대한 이해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만이 미투 운동의 진정한 의미를 이어갈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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