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사고파는 것이 아닙니다
'생명'은 사고파는 것이 아닙니다
  • 이화랑 기자
  • 승인 2018.03.12
  • 호수 1472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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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1471호에서는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한 사설 보호소 취재를 통해 우리나라의 유기견 보호소의 실태에 대해 알아봤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는 열악한 보호소로 향할 수밖에 없는 유기견이 얼마나 실재하고 있을까? 이번 호에서는 우리나라의 반려견 유기 현황은 어떠한지, 그리고 이와 같은 ‘반려견 유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유기되는 동물이 매년 ‘10만 마리’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보유 가구는 593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8.1%를 차지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 전체 4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셈이다. 그러나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증가하는 만큼 유기되는 반려동물 또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4년간 동물보호센터에 입소된 유기 및 유실 동물 증가 추이를 보면, 2014년 8만1천147마리, 2015년 8만2천82마리, 2016년 8만8천559마리까지 유기동물은 매년 지속적으로 늘다가 2017년에는 10만715마리로 10만 마리를 넘어서게 됐다(그래프 1). 지난해만 하루에 약 270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이 버려진 것이다. 그 중 가장 흔한 반려동물인 ‘개’는 지난해 버려진 유기동물 10만715마리 중 7만3천2마리로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했다(그래프 2).

▲ 그래프 1
▲ 그래프 2


반려견들은 왜 길거리로 내몰리나
그렇다면, 위 통계에서 보이듯 우리나라에서 유기견이 이렇게나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그 근본적인 이유로는 ‘무분별한 반려동물 생산·공급 구조’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펫샵에서 동물을 ‘구입’하는 문화가 지배적인 상황이다. 대부분의 펫샵은 불법 번식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된 ‘예쁘고, 작은’ 순혈종을 팔고 있고, 사람들은 외롭다거나 방송에 나온 특정 견종이 인기라는 이유로 충동적인 호기심에 개를 데려오곤 한다. 불법 번식장의 과잉 번식으로 아무나 손쉽게 개를 살 수 있는 현실에서는 결국 쉽게 산만큼 쉽게 버리게 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반려동물 양육에 대한 시민의식이 낮은 것 역시 문제다. 서울연구원의 반려동물센터 도입방안 보고서(2017)에 따르면, 우리나라 반려동물 인구 4명 중 1명은 반려동물에 대한 기본적 지식을 습득하지 않고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으며,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포기 또는 유기 충동 경험을 겪은 가구는 무려 42.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농림축산검역본부 조사 결과, 반려동물 등록제가 의무화됐음에도 불구하고 66.5%의 가구는 반려동물을 등록하지 않았는데, 등록하지 않은 이유를 보면 ‘등록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가 37.2%로 가장 높았다. 이어 ‘등록 제도를 알지 못해서’(31.3%), ‘동물등록방법 및 절차가 복잡해서’(21.5%) 순의 응답이 나왔다. 유기 및 유실 방지를 위해서는 반려동물 등록이 기본인데도, 이 같은 결과는 한국이 아직 반려동물 양육 문화가 성숙하지 못한 상태임을 투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 동물 유기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기 때문이기도 하다.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유기동물을 줄이기 위해 이달 22일부터 반려동물 유기 시 소유자에 부과하는 과태료를 현행 ‘100만 원 이하’에서 ‘300만 원 이하’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과태료에 그치는 처분에 불과해 미약한 처벌 제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소연<동물권단체 케어> 대표는 “유기 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과태료가 아닌 벌금형으로의 상향 조정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벌금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며 “유기 행위를 했던 사람에게는 이후 동물에 대한 소유권을 제한하는 등 동물 유기에 대한 강력한 처벌 근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도 강력한 제재가 필요해 
동물 복지 선진국들의 경우 반려동물을 책임질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을 통해 동물권을 인식하는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 국가에서는 금전적인 동물 거래가 전면 금지돼 있으며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가족 구성원 모두 정부가 시행하는 기본교육을 받아야 하고, 유기 시 벌금도 매우 높기 때문이다. 독일과 영국, 미국 일부 주에서는 무분별한 반려동물 생산·공급 문제를 우려해 법적으로 매매를 금지하고 있다. 해당 국가들은 펫샵 자체를 금지하고 유기동물 입양 또는 판매업자 면허 의무화를 강제하고 있다. 반려동물 보호에 대한 기준도 굉장히 엄격하고 처벌 수위 또한 높다. 스위스의 경우 ‘생명의 존엄성’을 헌법에 명시할 정도로 동물을 강력하게 보호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물보호법 위반 시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2만 스위스 프랑(약 2천 3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재산에 따라 벌금이 차등 부과되기 때문에, 최대 100만 달러(약 11억 4천 500만 원)까지도 부과될 수 있다. 더불어 독일과 영국, 프랑스는 내장형 동물등록제가 의무적이다. 영국은 반드시 마이크로 칩이 삽입돼 있어야만 반려동물을 데리고 입국할 수 있을 정도로, 반려동물 등록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돼 있다. 우리나라도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법적,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

상품이 아닌 ‘생명’으로 존중해주길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이달 22일부터 반려동물 생산업이 허가제로 전환된다. 하지만 박 대표는 “신고제가 허가제로 바뀌었을 뿐, 허가제 기준이 까다롭지 않아 문제는 여전하다”며 “동물 생산업에 대한 엄격한 규제와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동물을 이익 창출의 대상으로 보는 동물 산업 진흥 부처에서 동물 보호까지 맡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박 대표는 “이런 이율배반적인 사안들이 해소되려면 ‘동물 보호’에 대한 분야만큼은 환경부 등 규제 부처로의 이관이 핵심”이라며 “당장은 금지할 수 없더라도 농식품부는 동물 보호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너무도 부족한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유기 행위에 대한 강력한 법과 제도의 도입도 중요하지만, 반려동물을 상품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포그래픽 정수연 기자 jsy0740@hanyang.ac.kr 
도움: 박소연<동물권단체 케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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