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울고 웃는 아르바이트생들
최저임금 인상, 울고 웃는 아르바이트생들
  • 이율립 기자
  • 승인 2018.03.12
  • 호수 1472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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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을 받겠다고 하니 저를 자르셨어요.”
‘잃어버린 세대’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해
최저임금 인상 결과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지난 7일,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등의 제도 개선에 관한 논의에서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최저임금이 지난해에 비해 16.4% 인상된 후로 사회 곳곳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격렬한 논쟁을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의 높은 인상률이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그에 반해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자들의 최저 생계를 보장하고, 소득주도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안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러한 뜨거운 논의를 보여주듯 최저임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청년 아르바이트생들 역시 최저임금 인상으로 울고 웃는 다양한 모양새다.

“최저임금을 받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저를 자르셨어요.” 김보경<소프트웨어융합대 ICT융합학부 17> 양의 이야기다. 김 양은 1년 넘게 해오던 편의점 아르바이트 자리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됐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3개월의 수습 기간을 지나 겨우 최저임금을 받고 있던 시기였다. “수습 기간 동안 최저임금의 90%를 받았어요. 그 시간이 지나고 나서 최저임금을 받기 시작했죠.” 그렇게 1년 동안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을 하던 김 양은 2018년이 되자 최저임금을 못주겠다는 사장님의 말을 들었다. 법정 최저임금이 인상됨에 따라 인건비가 가게에 부담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은 그냥 최저임금을 안 받고 일하겠다고 했대요. 그런데 저는 당연히 최저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결국 최저임금을 받겠다고 한 김 양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에 잘리게 됐다.

정혜윤<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7> 양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정 양은 최저임금이 오른 뒤로 밥은 줄 테니 평일에 나와 무보수로 일해달라는 요청을 사장님으로부터 받았다. “처음에는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를 도와줬지만, 지금은 거의 4시간 가까이 임금을 받지 않고 일하고 있어요.” 정 양은 “정 때문에 추가로 일하는 것도 있지만, 만약 못하겠다고 얘기하면 잘릴 것 같은 불안감도 있다”고 호소했다. 또한 그녀는 “최저임금이 오르다 보니까 가게에서 인력이 부족해도 사람을 뽑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부담이 돼 몸도 마음도 굉장히 힘들다”고 말했다.

이처럼 높은 최저임금 인상률은 ‘최저임금의 역설’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박춘원<경금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일반적인 경제이론 상,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실업 현상이 더욱 심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학업을 마치지 않은 아르바이트생이나 청년 노동자도 최저임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미숙련 노동자에 포함돼 이들의 일자리는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 경제 전망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1만~2만 명의 고용감소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근로자의 빈곤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이들을 빈곤 상태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는 ‘최저임금의 역설’을 불러올 수도 있다. 박 교수는 “최근 보도에 의하면, 지난 1월 중 단기 계약 임시 근로자의 수가 2%(9만4천 명) 줄어들고 도소매, 음식·숙박업 고용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들 중 최저임금에 직접적으로 적용받는 근로자의 비중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려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또한 박 교수는 “이런 현상으로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라도 일자리를 얻고자 하는 노동 암시장이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고 얘기했다.

한편, 최저임금 인상으로 득을 본 학생들도 있다. 윤서현<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7> 양은 최저임금 인상 덕에 영어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기 전까지 윤 양은 월급이 25만 원 정도에 불과해, 한 달에 30만 원이나 하는 학원비를 지출하기가 부담스러웠다. 월급보다 많은 비용을 학원비로 지출하기 위해선 생활비를 줄이거나 부모님께 손을 벌려야 했기 때문이다. “생활비를 줄이고 학원에 다녔다면 카페 음료 한 잔에 돈을 쓰는 것도 사실 부담스러웠을 거예요.”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기계발을 시작한 윤 양은 “취업을 준비하다보면 학원비 같은 ‘취업 준비 비용’이 드는데, 인상된 아르바이트 급여는 그에 대한 기본자금 마련에 도움이 된다”며 “청년세대의 자기계발을 위해서라도 최저임금 인상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혜윤 양 역시 오른 월급으로 이전에는 하지 못했던 여가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티켓값이 부담돼 제가 좋아하는 인디밴드들이 출연하는 ‘그린플러그드(GreenPlugged)’ 페스티벌에 가지 못했어요. 올해는 시급이 오른 덕에 여유가 생겨 오는 5월에 페스티벌에 갈 수 있게 됐습니다.”

이와 같이 최저임금의 높은 인상률이 소득 양극화를 줄이고, 노동자의 생활을 안정화하는 데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김성희<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소득 양극화가 심각해 저임금 노동자 군과 불안정한 노동자가 많은 사회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유효한 수단이 법정 최저임금 인상”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은 전체 노동자의 소득을 향상하는 데에도 중요한 수단”이라고 언급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보려면 선순환 고리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배근<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은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개인의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는 데에 있어 지원 역할을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아 소득이 소비를 이끄는 선순환 고리를 만든다면 정부가 말하는 소득주도성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은 생계유지 비용을 벌기 위해 필요한 노동시간을 줄이는 효과를 가진다”며 “우리 청년들을 ‘*잃어버린 세대’로 만들지 않으려면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청년들의 자기계발 기회를 넓혀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인상의 결과에 대해선 전문가 모두가 아직까지는 결과를 평가하기 어렵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박 교수는 “시행 기간이 짧아 아직은 구체적인 통계로 최저임금 인상의 결과를 확인하기는 어려운 상태”라며 “실업 증가 여부, 일부 외식비용 인상 등의 원인을 벌써부터 최저임금 인상으로 지목하기에는 무리”라고 언급했다. 김 교수 역시 “최저임금 인상은 시간이 더 흘러봐야 알 수 있는 것”이라며 “최저임금 효과가 아직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은 과장이다”라고 전했다.


*잃어버린 세대: 1990년대 초 일본 버블 경제 붕괴 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 사회에 진입한 세대를 가리키는 말로, 직업 불안정 때문에 소비성향이 낮아지고 비혼·만혼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잃어버린 세대’가 나타났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도움: 김성희<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
박춘원<경금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최배근<견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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