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 아픈 청춘에게 전하는 봄의 선물
[교수칼럼] 아픈 청춘에게 전하는 봄의 선물
  • 차윤경<사범대 교육학과> 교수
  • 승인 2018.03.12
  • 호수 1472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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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윤경<사범대 교육학과> 교수

체로키 인디언들은 3월을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달”이라고 불렀다 한다. 겨우내 차갑게 몰아치던 삭풍이 어느새 잦아들고 따스한 햇살과 함께 훈훈한 봄바람이 불어온다. 봄비와 함께 꽁꽁 얼었던 땅이 풀리면 마음도 덩달아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양지바른 길섶에 수줍게 고개를 내민 제비꽃이라도 만나는 순간엔 설레는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 움츠린 가슴을 펴고 뭔가를 새로이 시작해 봐야겠다는 의욕도 샘솟는다. 새해 벽두에 시작했다 작심삼일로 끝난 운동을 다시 해볼까? 신학기가 시작되었으니 자꾸만 미루기만 했던 외국어 공부를 시작해볼까? 이제 대학생이 되었으니 새로운 취미를 개발해 보거나 이성 친구를 사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니면 이젠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에 돌입해야 하나?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녹녹치 않다. 하고 싶은 일도, 꼭 이루고 싶은 것도 많으나 원하는 것들을 다 얻기에는 너무도 많은 제약과 장애가 따르기 마련이다. 꿈과 포부가 컸던 만큼 실망과 좌절감도 커진다. 때로는 사회를 탓하기도 하고 종종 너무도 무기력하고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자신을 나무라기도 한다. 모든 것이 순탄하게만 보이는 주위의 사람들에 비해 자신은 한없이 초라해지고 작아진다. 

만약 당신이 이런 사람들 중의 하나라면 잠시 틈을 내어 주위를 둘러보기 바란다. 날카로운 삽날이나 무거운 곡괭이조차 튕겨내던 바위처럼 단단한 땅을 뚫고 살포시 고개를 내미는 여리고 여린 새싹들을 보라. 모진 삭풍에 죽은 듯이 움츠리고 있던 작은 가지에서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터지는 꽃망울들을 보라. 이 모두가 바로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랴? 말 그대로 기적으로 가득 찬 세상이다(Miracles are everywhere!).

당신이 뭔가를 꿈꾸고 있다면,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장애로 인해 번민과 좌절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면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이 수많은 기적들을 통해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얻길 바란다. 세상을 가득 채운 이 수많은 생명들은 혹독한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 자기보다 먼저 더 크게 자라는 초목도, 앞서 꽃망울을 터뜨리는 다른 꽃들을 시샘하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히 겨울의 시련을 이겨내며 생명력을 비축하고 자신만의 생체리듬과 고유한 색깔로 스스로를 완성해 나갈 뿐이다. 

카네기멜론 대학교의 촉망받는 교수였던 랜디 포쉬(Randy Pousch)는 48세의 젊은 나이에 췌장암 진단을 받는다. 죽음을 바로 목전에 두고서도 그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거나 절망하는 대신 뒤에 남겨질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생을 마무리하는 강의를 준비한다. “어릴 적 꿈을 진짜로 이루기”라는 제목의 마지막 강의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당신을 가로막는 벽(장애)은 아무런 이유 없이 그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당신이 얼마나 간절히 그 꿈을 이루기를 원하는지를 증명하기 위해 그곳에 있다.”

이 봄, 사방에서 요동치는 생명의 맥박들이 아파하는 당신 역시 또 하나의 아름다운 기적임을 일깨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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