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한대신문 문예상 소설부문 심사평]
[2017 한대신문 문예상 소설부문 심사평]
  • 서경석<인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승인 2017.12.04
  • 호수 1469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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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에 비해 투고 작품의 수도 많았지만 작품의 수준도 매우 높았다. 글쓰기에 임하는 입장이 다양하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일상의 체험을 다룬 작품들이 가장 많았다. 말하자면 ‘일상의 균형을 깨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다. 가족 구성원의 죽음으로 인한 심상의 상처나 친구의 죽음과 그 죽음에 대한 나의 부채감 같은 것이 그 주제이다. 그러나 독자들은 이러한 경험에 익숙하기에 공감하는 정도에 그치고 만다. 학생들이 소설을 쓸 때 자신의 체험을 작품에 담는 일은 일정한 한계가 있다. 전쟁과 같은 역사적 격변을 겪었을 리 없고 또 학생들의 경험과 생각이 서로 크게 다르지 않고 평이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새로운 경험을 그려내기 위해 어떤 주제를 공부하여 쓰게 된다. 이번 투고 작품에 이라크 전쟁 참전의 트라우마,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전쟁과 민간인의 고통, 치매, 우리 농촌에서 살고 있는 베트남 신부의 삶의 고단함, 카지노가 들어선 탄광지구 도숙자들의 기괴함 등이 다루어진 것은 이와 연관된다. 앞으로 이러한 글쓰기가 더 확대되리라 생각하며 창조적 글쓰기의 바탕이 되리라 판단된다. 당선권에 든 「한낮」이나 「구제」가 이런 글쓰기에 해당한다.

한편으로 학생들이 자주 그리고 잘 쓰는 주제는 삶에 대한 고민과 방황이다. 자기 정체성이나 미래의 불투명한 삶에 대한 탐구라는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섬세하게 그려내는 일은 쉽지 않다. 기성질서를 전면적으로 거부하거나 비난하는 것만으로는 이이야기들은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 열심히 살며 깊이 사색하고 진지하게 삶의 의미를 분별해본 사람들이 잘 쓸 수 있다. 「떨어지는 낙엽과 같이」는 이런 주제를 적절하면서도 명민하게 그려냈다. 「프로메테우스」도 같은 계열이라 생각된다.

당선권 안에 들지 못한 작품들도 높이 평가받아 마땅한 것들이 많았다. 당선권에 들지 못한 학생들에게도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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