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한대신문 문예상 비평부문 심사평] 분석과 해석의 차이
[2017 한대신문 문예상 비평부문 심사평] 분석과 해석의 차이
  • 이재복<국문대 한국언어문학과> 교수
  • 승인 2017.12.03
  • 호수 1469
  • 6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 해 한대신문 문예상 비평 부문에 응모된 작품은 총6편이었다. 이 6편 중에서 주목을 끈 것은 「남은 자들의 기억」과 「우리는 무엇을 외쳐야 하는가」였다. 전자는 영화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에 대한 비평이었고, 후자는 루쉰의 소설「외침」에 대한 비평이었다. 이 2편은 비평치고는 소품이고, 비평의 기본 형식에 미달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2편에 주목한 것은 적어도 이들 투고작들은 비평이 무엇인지를 나름대로 인지하고 글을 썼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남은 자들의 기억」은 나치의 홀로코스트 문제를 ‘기억’의 차원에서 비평하고 있는 글이다. 이 기억 내에서 제기하고 있는 것은 ‘죄책감’과 ‘연대’ 그리고 ‘회복’의 문제이다. 국가적 차원의 파시즘이 자행한 역사적 상처를 기억이라는 통로를 통해 들여다보면서 그것의 회복이 ‘남은 자들의 연대를 통해서만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라든가 ‘공동체의 상처로 남게 된 기억은 남은 자들의 기억을 통해 계속해서 기억된다’는 식의 해석 등은 비평 의식의 예각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주목에 값한다. 비평이 단순히 텍스트에 대한 분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비평 주체의 이해와 판단을 토대로 성립되는 해석의 정의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것은 비평가로서의 어떤 가능성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을 외쳐야 하는가」 역시 분석을 넘어 해석을 겨냥하고 있는 글이다. 소설의 표제이기도 한 ‘외침’의 문제를 텍스트 내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외적인 차원으로 확장해서 그것을 해석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외침의 문제를 ‘지금, 여기’ 우리의 현실을 성찰하고 반성하는 실천적 준거로 인식한 것은 비평의 중요한 덕목인 ‘지적 모험’을 감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칭찬할 만하다. 좀 더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현상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덕목을 기른다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으리라고 본다. 지적 모험과 ‘아웃사이더적인 의식’이 부재한 우리의 사회·문화적인 현실을 고려할 때 이러한 태도는 실로 소중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지금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볍고 매끄러운 감각에다 동물적인 욕구만을 쫓는 그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비평은 우리의 이러한 결핍을 채워 줄 둔중한 의식과 정신이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