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사고 빨리 버리는 당신, 스튜핏!
빨리 사고 빨리 버리는 당신, 스튜핏!
  • 김지하 기자
  • 승인 2017.12.03
  • 호수 1469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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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에 관심이 많은 김승우<인문대 국어국문학과 17> 군은 한 달에 대여섯 번 의류 쇼핑을 즐긴다. 김 군은 저렴한 가격에 최신 유행 의류를 구입할 수 있는 SPA 브랜드를 주로 이용한다. SPA 브랜드 의류가 오래 입을 수 있을 만큼 질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1년만 입고 버릴 건데 질이 좋지 않아도 괜찮지”하는 생각으로 큰 고민 없이 구매한다.

‘패스트 패션’은 빠른 의류 제작과 유통이 이뤄지는 패션 트렌드를 말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니클로’, ‘H&M’, ‘ZARA’ 등의 SPA 브랜드가 패스트 패션을 선도하고 있다. 이들은 보통 2주라는 짧은 기간 안에 옷을 제작하고 그 기간에 맞춰 마네킹의 옷도 바꿔 입힌다. 

최근 ‘울트라 패스트 패션’이라는 새로운 트렌드의 등장으로 이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매주 100개의 신상품을 생산하는 영국 온라인 초고속 패션 업체 ‘부후(Boohoo)’는 주가가 289% 상승해 그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이처럼 빠르게 신상품을 찍어내는 의류 업체들 덕분에 소비자들은 최신 트렌드 안에서 다양한 종류의 옷을 보다 빠르고 많이 접할 수 있게 됐다.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이에 대해 “패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로 인해 패스트 패션과 같은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한 것”이라며 “과거에는 질 좋고 비싼 옷을 구매해 오래 입었다면 최근에는 옷을 일회성 소모품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마냥 좋아 보이는 패스트 패션에도 여러 문제점이 있다. 환경 파괴와 제3세계 국가의 노동 착취가 대표적이다. 환경 파괴는 의류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원 낭비가 주요 원인인데, 생산주기가 빨라진 만큼 원자재 사용량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의류 폐기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와 다이옥신 등의 유해물질이 배출돼 지구 온난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제3세계 국가의 노동 단가를 낮춰 생산 비용을 절감하는 것도 문제다. EBS 다큐 프로그램 ‘하나뿐인 지구’에 따르면 4백 만 명에 이르는 방글라데시의 의류 노동자들은 시간당 약 260원을 받고 일해 법정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의류 브랜드가 패스트 패션을 주도하는 것이 잘못됐다고만은 할 수 없다. 하지만 환경 파괴를 하지 않고 제3세계 국가의 노동력 착취를 하지 않는, 윤리적 소비 측면에서 패스트 패션 문화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패션 업계에서는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유행을 따르지 않는 친환경적 패션인 ‘슬로 패션’ 카드를 내밀고 있다. 특히 ‘H&M’도 ‘2016년 지속가능성 리포트’를 발표해 2030년까지 모든 자사 의류를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생산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태도 변화도 필요하다. 문화평론가 김 씨는 “옷을 쉽게 구매하고 버리는 태도가 환경오염, 노동 착취 등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행을 따라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패스트 패션으로 발생하는 나비효과가 얼마나 거대한지 깊이 생각해 봐야할 시점이다.

도움: 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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