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여성과 남성'이 아닌, '인간과 인간'이다
[장산곶매] '여성과 남성'이 아닌, '인간과 인간'이다
  • 한소연 편집국장
  • 승인 2017.11.27
  • 호수 1468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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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소연<편집국장>
▲ 한소연<편집국장>

 

서울캠퍼스 총여학생회가 4년 만에 출범했다. 그들이 어떤 노력을 할지 공약이 궁금했다. ‘여학생 4명이 모이면 지원금을 준다’든가 ‘여학생 MT’를 기획한다는 공약들이 눈에 띄었다.

이에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여학생 공동체 지원이 과연 필요한가’라는 게 주장의 요체다. 더불어, 여성 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총여학생회의 공약이 결국 남녀를 이분화해 적대감만 키울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총여학생회 회장 후보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공학 계열이 특성화돼, 남초 현상이 심한 우리 학교 특성상 여학생들이 대학 공동체에 참여하기 불편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필요한 공약이라는 것이다.

총여학생회 회장 후보와 학생들 사이의 대립 양상을 보면, 마치 우리 사회 성 평등 문제의 축소판을 보는 것 같다. 몇 년 전부터 ‘여성가족부’라는 정부 부처가 생겼을 정도로 여성 차별, 여성 인권 복원은 한국 사회의 큰 화두였다. 특히, 작년에 발생한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이 논의의 불을 지피기도 했다. 남성이 개인적으로 느낀 여성에 대한 혐오가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며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운동장이 애초부터 기울어져 있다면, 그 불합리함은 사회 구성원이 고쳐나가야 함이 당연하다는 점 에서 이런 움직임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해당 양상과 그것이 불러일으킨 결과들을 보면 회의적인 생각이 들곤 한다. 여성 인권 향상에 대한 요구가 끊임없이 나오자, 남성은 ‘역차별’을 말하며 반기를 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성 평등을 외치는 페미니스트들과 역차별을 이야기 하며 대립각을 세우는 남성들은 모두 극단적인 양상을 보인다. 마치 마르크시즘처럼 ‘개인’이라는 존재가 결여됐고, 인간이라 함은 남성 집단의 어디쯤, 여성 집단의 어디쯤으로 파악된다. 가령 특정한 성을 가진 집단은 ‘자본가’이며 ‘기득권’이다. 사회에는 그 기득권에게 착취당하는 성이 존재하며, 이를 위해서 착취당하도록 만들어진 집단은 투쟁하고 권리를 쟁취해야 한다는 논리가 가득하다. 그것이 여성이든 남성이든 말이다.

적대감으로 인해 생긴 성별 간의 대립각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어떠한 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여성혐오, 남성혐오와 같이 ‘인격적 혐오 문화’를 조장한다. 개인에 대한 비하도 일삼는다. 한쪽을 ‘김치녀’, ‘메갈’, ‘꼴통’ 페미니스트라고 부르는가 하면, 한쪽을 한남‘충’, ‘개’저씨라고 부른다. ‘성’이라는 프레임 안에 가둔 인격적 비하는 일상이 됐다.

또한 잃어버린 권리를 찾고자 하는 이들은,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여성 취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남녀 취업자 비율을 1:1로 맞추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다른 한쪽은 병역 이행으로 인해 젊은 날의 인생에 큰 흠이 생기니, 취업 시 가산점을 주도록 강제해야 한다고도 한다. 남들보다 능력이 조금 부족한 ‘개인’이더라도 특정한 성을 가진 ‘집단’에 속한다는 이유로, 개인의 능력치를 넘어서는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꼴이다.

평등을 위한 대립은 외려 인간 불신과 인간 혐오를 끊임없이 양산하고 있다. 갈등의 골이, 깊어만 지고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인간 사이에는 ‘화’만 남고, 진정으로 원했던 ‘평등’과는 멀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존엄한 인간이라면, 단지 남성이라는 이유로 징병의 대상이 되어도 안 되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취업과 승진에서 불이익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된다. 더불어 남성이라는 이유로 혐오와 비난을 받아서는 안 되며, 역시 여성이라는 이유로 인격적 모독을 받아서는 안된다.

한 인간을 ‘성’이라는 집단 속 존재로 인지하고 프레임 안에 가둬 판단한다면 ‘평등’이라는 가치는 발전 할 수가 없다. 익히 알고 있듯, 인간의 존엄성 제고를 위해서 평등과 자유라는 가치가 따라와야 하며, 평등과 자유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선행돼야 할 가치는 인간의 존엄성 존중이기 때문이다.

“여성이니까 여성 인권에 힘쓴다는 말은, 남성이니까 남성 인권에 힘쓴다는 말과 같다”는 배우 유아인의 말처럼, 타인의 이해와 존중을 원한다면 ‘성’이라는 집단에 매몰되지 말고 개인으로서의 인간, 인격체로서의 타인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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