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사로] 청계산을 가다
[진사로] 청계산을 가다
  • 김송수<학생지원팀> 과장
  • 승인 2017.11.13
  • 호수 1467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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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수<학생지원팀> 과장

지난 주말 워크숍을 겸한 산행이 있었다. 경의중앙선 국수역 근처에 위치한 청계산은 낯익은 이름이지만 낯선 곳이었다. 수도권에는 청계산이라는 이름의 산이 세 곳이나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산이란 오르게 되면 정상까지 가야하는 것을 목표로 삼지만 워크숍이란 것이 단합대회의 성격이 강하기도 하고, 산행 후 점심을 예약해 놓았기 때문에 시간상 무리해서 정상까지 오르지는 않기로 했다. 우리는 중간 어디쯤에 위치한 형제봉을 갔다 오는 것으로 산행을 마무리하기로 하였다. 

단체로 산을 오르다 보면 길이 서서히 좁아져서 세로로 줄을 지어 걸어야 하는 때가 오게 된다. 이런 경우 선두로 걸어가는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가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하게 된다. 잠시 짬을 내어 쉬지 않는 한 뒷사람을 돌아볼 겨를도 없다. 내 앞에 놓여있는 울퉁불퉁한 산길을 어떻게 지나가야 할지 고민하기에 바쁘다. 쫓아갈 사람이 앞에 없으니 힘들다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는다. 주변의 풍경과 사람이 보이지 않는 순간이다. 

그렇게 나는 선두에 서서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형제봉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다. 몸에서 발산되는 땀과 열기가 갑갑했는지 겉옷을 벗어 한 손에 쥐어본다. 전방의 나무사이로 언뜻 보이는 하늘이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려 주었다. 그곳을 향해 힘겹게 한 발 한 발 옮기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드디어 형제봉 도착! 표지석이 반갑게 나를 맞이하며 서 있다. 몇 분의 간격으로 일행들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오래간만에 산을 오른다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임에는 분명하다. 형제봉에 도착할 때쯤 모두들 지쳐서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잠시 동안의 휴식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위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산 길을 같이하는 일행 한 분이 만들어준 지팡이가 나를 쉬이 내려갈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이정표를 기준으로 아까 왔던 길과는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자 푹신한 흙길이 우리 앞에 펼쳐졌다. 주변의 풍경이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주상절리를 연상케 하는 흙구덩이 모양에 감탄하고, 뜬금없는 소나무 군락을 보며 서로에게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 길가를 스쳐지나가는 뱀 한 마리에도 깜짝 놀라는 순간이 있었다. 

사실 단합대회로서의 산행이 모두에게 환영받는 행사는 아니다. 올라가는 일이 만만치 않은 체력을 요구하기도 하거니와 그렇게 힘들게 올라간 산을 다시 내려와야 하는 허무함도 한 몫을 담당한다. 그리고 산행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게 산이란 계곡에서 물놀이 하는 곳, 평상에 앉아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닭백숙에 막걸리와 파전을 즐기는 장소 정도로 인식되고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산행은 우리와 가까운 곳에 있지만 낯선 경험이다.

하지만 산행은 우리를 고민하게 만들었던 문제와 근심 등을 잠시 동안 잊게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다. 산을 올라가는 동안에는 목적지에만 오롯이 집중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청명한 산길을 걷는 동안 갖게 되는 리듬감은 즐거운 쾌감을 선사하고, 산 아래로 보이는 새로운 풍경들은 우리의 마음을 평화롭게 만든다. 산행은 도심을 벗어나 자연에서 노니는 커다란 여유로움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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