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사설] 국민의 법 감정을 반영하지 못한 그들의 과오
[기자사설] 국민의 법 감정을 반영하지 못한 그들의 과오
  • 한대신문
  • 승인 2017.11.13
  • 호수 1467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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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낙태법 폐지’, ‘조두순 재심’ 등 국민의 청원이 계속되고 있다. 이 청원들은 시대착오적인 법과 납득하기 힘든 판결에 대한 국민의 반발이 표출된 결과다.

낙태법 논란은 법률과 현실의 괴리에서 발생했다. 지금의 낙태법은 온전히 여성에게 죗값을 물어 많은 이들의 반발을 샀다. 이는 낙태법이 달라진 것이 아닌 낙태를 바라보는 국민 의식이 달라진 것이다. 또한 조두순 사건 형벌 논란은 형벌에 대한 법원과 국민 정서의 괴리가 극심해서 발생했다. 현재 대법원은 판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에서, 어느 정도 국민 의견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대법원이 *양형 기준을 설정해 범죄 동기, 과정 등의 객관적 정보와 여론을 바탕으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형을 내리려 노력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양형 기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있다. 법원이 양형 기준 마련을 위해 실시한 공청회를 살펴보면 국민의 참여는 1~2건으로 저조했다. 양형 기준에 관한 공개 토론회 역시 2012년이 마지막이었다. 

대법원도 나름 국민의 의견을 고려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성공적이지 못했던 것이다. 이는 대법원이 실시한 공청회가 실효성이 없었으며 표면적인 의견 수렴에 그쳤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대법원이 진정으로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는 판결을 내리기 위해선 국민의 소리에 조금 더 귀 기울였어야 했다.

결국 낙태법 폐지와 조두순 사건과 관련된 논란이 발생한 이유는 국민의 여론, 정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법은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해서라도 사회 규범을 강제화하는 제도이다. 법이 힘을 얻기 위해선 국민의 동의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따라서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지 못하는 법이 사회 규범을 강제화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제도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지금, 변화가 요구된다. 뒤쳐지는 법은 법률 개정과 개헌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법률 개정과 개헌을 단순히 전문가들만 모여서 한다면 국민의 불만은 얼마가지 못해 다시 터져 나올 것이다. 전문가들의 탁상공론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법의 테두리 안에서 대다수 국민의 의견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낙태법 폐지’, ‘조두순 재심’등에 대한 청원은 법과 판결에 납득하지 못하는 대다수 국민의 목소리다. 법을 만드는, 집행하는 국가 기구가 국민의 목소리에 좌지우지 돼선 안 되지만 이를 무시해선 더더욱 안 된다. 국민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정당한 비판엔 귀를 기울이는 입법, 사법 기관이 돼야 한다.

 


*양형: 법원이 형사재판 결과‘유죄’판결을 받은 피고인에 대해 그 형벌의 정도와 양을 결정하는 일이다. 모든 범죄에 대한 형벌, 즉 양형은 법률에서 최저 또는 최고 등과 일정 범위로 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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