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제한, 학과와 학생 사이의 보이지 않는 대립
전출제한, 학과와 학생 사이의 보이지 않는 대립
  • 한대신문
  • 승인 2017.11.06
  • 호수 1466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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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측, “학과 유지를 위해 불가피해”
학생 측, “학생의 전과에 대한 자율권 침해”

우리 학교에서는 일반적으로 전입을 희망하는 학과에서 제시한 기준을 만족하면 그 학과로 전과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단과대 및 학과의 학생들은 ‘전출제한’에 의해 전과를 하는 데 있어 추가적인 제약을 받는다. 이는 일부 학과에서 학생들이 지나치게 감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과를 신청한 학생 중, 학과 정원의 10%까지만 타 학과로 전과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제도다. 이 10%는 1학년 성적에 따라 결정된다. 최근 서울캠퍼스에서는 전출제한을 하는 학과들이 늘어나고 있다. 2015~2016년 사이, 전출제한을 하는 학과가 5개나 증가했다.

전출제한은 보통 소규모 학과에 걸린다. 현재 서울에서는 단과대 기준으로는 생활과학대와 인문과학대, 학과로는 △건설환경공학과 △건축공학부 △건축학부 △도시공학과 △자원환경공학과에 전출제한이 걸려있으며 ERICA캠퍼스에는 단과대로는 과학기술융합대, 학과로는 건설환경플랜트공학과에서 전출제한을 하고 있다.

서울의 인문대와 생과대는 다른 단과대에 비해 규모가 작은 편이다. 전출제한이 걸린 공대의 5개 학과들 역시 공대 내에서는 인원이 적은 편에 속한다. 전출제한을 하는 학과 중 하나인 자원환경공학과 측의 홍지현<공과대학 RC행정 1팀> 직원은 “이렇게 인원이 적은 학과에서 많은 학생들이 전과를 통해 빠져나가 수업개설 최소인원을 충족하지 못하면 필수 과목들조차 수업이 폐강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로 인해 줄어든 인원에 맞춰 신입생 TO도 줄어들기 때문에 학과 발전에 있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들을 종합해 봤을 때, ‘학생들의 전출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학과의 존립 여부까지 위협받을 수 있어 전출제한을 걸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학과 측의 입장이다.

“왜 우리 과에만 이런 제한이?”
하지만 전출제한에 대해 해당 학과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들이 부당하다고 느끼는 핵심적인 부분은 전출제한이 일부 학과에게만 특수하게 가해진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출제한 학과의 학생 A씨는 “작년에 몇몇 동기들이 전과를 위해 열심히 공부했지만 전출제한 때문에 대부분 다중전공이나 복수전공을 선택했다”며 “그들은 ‘다른 학과에 없는 제한이 우리 학과에는 존재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진짜 적성에 맞지 않아 전과를 결심한 학생들이 애꿎게 피해를 본다는 것 또한 큰 문제다. 이조은<과기대 분자생명공학과 17> 군은 “학생들이 전출제한 때문에 몇 년 동안 자신과 맞지 않는 공부를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출제한 학과의 학생 B씨 또한 “희망학과에서 원하는 기준을 맞췄음에도 전출제한을 통해 전과를 막는 것은 학생들이 각자의 꿈을 펼치는 일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출제한 심의과정, 적절한가
전출제한은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이뤄진다. 가장 먼저, 학과장 회의 등을 통해 전출제한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그 후, 결정된 사안에 대한 단과대학장의 승인이 떨어지면 본부인 교무처 학사팀으로 의사가 전달된다. 그 다음에는 △교무위원회 △규정자문위원회 △기획운영위원회 △학사위원회 등 본부 차원의 위원회에 안건이 상정된다. 위원회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규정 개정을 통해 전출제한이 걸리게 된다. 현재까지 전출제한 요청이 있은 후, 승인되지 않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에 대해 장경선<교무처 학사팀> 차장은 “공문이 접수될 때마다 관련 위원회 및 규정 개정 위원회에서 총장님 이하 보직교수님들의 검토를 거쳐 타당성이 인정됐기 때문에 해당 요청이 승인돼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출제한 검토과정에 대해 학생들은 의문을 갖는다. 승인이 이뤄지기까지의 과정에서 학생들과의 논의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C씨는 “예전에는 없던 전출제한이 갑자기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당황했다”며 전출제한이 학생들과의 논의 없이 이뤄진 점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또한 ERICA의 경우에는 과기대보다 인원이 훨씬 적음에도 불구하고 전출제한을 걸지 않는 학과들도 많다는 점 때문에 ‘적은 인원’으로 인해 전출제한을 건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보는 입장도 있다. 명확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 채로 학과 측의 결정에 따라 전출제한이 가해지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전출제한만이 유일한 해답일까
전출제한이 특정 단과대 및 학과에만 가해진다는 점에서 일부 학생들은 불공평하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전과를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음에도 전출제한을 통해 전과를 못하도록 막는 것은 학생들의 전공 선택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전출되는 학생들로 인한 학과 규모 축소와 이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들 또한 간과하기 어려운 부분인 것도 사실이다.

양 측 모두 틀리지 않은 주장을 하는 상황에서 어떠한 학사 시스템이 가장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제기가 학생사회에서 요구되는 시점이다. 단과대 및 학과 측에서는 전출제한만이 인원감소 문제에 대한 답이 아님을 인지해야 한다. 전과에 대한 학생들의 자율권을 침해하지 않는, 더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학생들과 적절한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도움: 임해은 수습기자 godms0328@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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