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의 양면’ 암호화폐, 대책 시급해
‘동전의 양면’ 암호화폐, 대책 시급해
  • 한대신문
  • 승인 2017.10.30
  • 호수 1465
  •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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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의 상승세가 뜨겁다. 지난 2009년 초 비트코인의 가격은 2010년 중반까지 1BTC(비트코인) 당 11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 27일 약 678만 원의 가치를 갖게 됐다. 즉 7년 만에 60만 배 이상 뛴 것이다. 또한, 다른 암호화폐도 과거에 비해 가격이 전체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이 암호화폐의 ‘폭풍 성장’은 범죄, 투기 등 여러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식지 않는 암호화폐의 인기
 암호화폐는 암호가 걸린 가상의 전자화폐다. 인터넷 상에서 이 암호를 풀면 취득할 수 있다. 이 화폐를 처음 고안한 사람이 정한 규칙에 따라 화폐의 가격이 매겨져 실제 화폐와 교환될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하고 유통된다. 지난 2009년 최초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출현했으며 이후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리플 △대시 △보스코인 등 수많은 암호화폐가 등장했다. 암호화폐의 시초인 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암호화폐를 ‘알트코인(Alternative Coin)’이라고 부른다.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암호화폐의 전체 시가총액은 1천 712억 달러로 전년 대비 13배 이상 증가했다. 더불어 가짓수는 1천종이 훌쩍 넘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암호화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미국이 양적완화를 통해 달러를 많이 찍어내자 달러화의 가치 하락을 우려한 사람들이 대안 화폐로 암호화폐에 눈을 돌린 것이다. 이후 은행의 뱅킹서비스와는 다른 지급결제수단으로서 암호화폐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실제로 암호화폐는 은행과 같은 중개 기관을 거의 거치지 않다 보니 각국의 전통 금융회사보다 비용과 시간 모두를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또한, 암호화폐는 거래에 있어서 거래의 독립성 보장, 안전 제고 등 다양한 장점을 가진다. 통상 돈이라고 하면 한국은행과 같이 중앙관리기구가 유통을 조절하지만 암호화폐는 이러한 기구가 없다. 국가의 개입에 의한 조정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개인이 독립적으로 채굴할 수 있다. 실제로 오태민<크립토 비트코인 연구소> 소장은 “국가가 통화정책을 기본적으로 취하려면 자국민들이 국가의 통화 체계 안에 있어야 되는데 암호화폐는 국경이 없어 통화정책으로부터 자유롭다”며 “정부가 파산하거나 경제 정책상 화폐개혁을 하면 기존 화폐는 가치를 잃을 위험이 있지만, 암호화폐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또 해외송금이나 소액결제 시에도 부가적인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며, 환전의 필요 없이 공통의 화폐로 이용할 수 있다.
 
온라인상에서만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암호화폐는 인증 정보가 분산돼 높은 안정성과 보안성을 갖춘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다. 즉, 모든 거래 과정이 기록에 남고 보안성도 높아 기존의 현물 화폐를 대체할 미래의 ‘대안 화폐’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범죄와 투기의 수단, 암호화폐
하지만 암호화폐의 급격한 성장은 여러 가지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이 대표적이다. 사람들의 관심으로 인한 비트코인 가치 상승은 각종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을 높였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암호화폐는 도박자금, 범죄수익금과 같은 자금을 마련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실체가 모호한 ‘가상’이라는 암호화폐의 특징을 악용한 것으로, 암호화폐 거래 대상자의 추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용된다.
 
실제로 한국 랜섬웨어 침해대응센터의 한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만 약 13만 명이 랜섬웨어에 감염돼 3천억 원 정도의 피해가 발생했는데, 이 중 최소 10% 이상인 1만 3천 명의 피해자가 100억 원 이상의 비트코인을 해커에게 복구비용으로 지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 2015년과 비교해 1년 사이에 3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또한, 암호화폐는 화폐로서의 가치가 입증이 되지 않았음에도 투기로서 이용되고 있어 문제가 된다. 일반적으로 투자는 투자를 통한 자금의 지원이 투자를 받는 이의 생산활동에 기여하지만 암호화폐는 사람들이 투자보다 가격의 변동성에서 창출되는 이득을 더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와 더불어 암호화폐는 실질적인 가치를 지닌 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주식회사들의 신용등급을 매겨주는 회사들처럼 암호화폐의 가치를 보장해주는 단체가 없다. 안전한 화폐가 아니기에 거품이 걷히면 그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 실제로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튤립버블’의 양상이 지금 암호화폐의 상황과 유사하다. 꽃에 일종의 투기를 한 것인데, 꽃의 가치를 더 이상 못 느껴 사람들이 튤립을 팔기 시작하자 가격은 최고치 대비 수천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고 많은 사람들이 돈을 잃었다. 암호화폐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 사람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악용에 대비한 법적 근거 마련 필요해
암호화폐가 주목받으면서 각국의 정부 및 정치권으로부터 암호화폐에 대한 과세 제도의 마련이나 불법거래 이용 차단을 위한 감시 와 개입이 시작되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 또한 전반적으로 당국의 감시와 감독에 벗어나 있던 암호화폐의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현황만 지켜보고 적극적인 정책마련은 부재한 상태다. 이는 암호화폐 가치의 변동성과 불안정성이 커, 당장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실정 때문으로 보인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암호화폐를 관리·감독하는 법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고 주무 부처도 불분명한 상태다. 단속 체계가 불분명하고 사전 규제가 사실상 없어 피해가 벌어진 뒤의 사후처리만 겨우 이뤄지는 셈이다.
 
 암호화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지속되는 가운데, 암호화폐가 범죄와 투기에 악용되는 걸 예방하고 방지하기 위한 법 제정과 제도가 시급한 시점이다. 

인포그래픽 임지은 기자 ije9917@hanyang.ac.kr
도움: 오태민<크립토 비트코인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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