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한대신문, 호랑이 아닌 사자
[취재일기] 한대신문, 호랑이 아닌 사자
  • 노은지 기자
  • 승인 2017.10.30
  • 호수 1465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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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은지<사진·미디어부> 정기자

많은 대학생들이 그러하듯, 필자 역시 ‘팀프로젝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때 팀플을 많이 했지만, 그 기억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때마다 ‘차라리 혼자 하는 게 낫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혼자라면 서로의 의견을 물을 필요도 없고, 시간을 훨씬 아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런 필자가 대학교에 와 가장 처음 한 활동은 학보사에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그저 ‘내 기사만 잘 쓰면 되겠거니’했던 생각은 보기 좋게 틀려버렸다.

방학 기간 중 신문사에서는 한 학기의 신문 발행을 위한 기획안을 미리 만든다. 모든 기자들이 모여 각자 가져온 기획안을 한 달간 평가하고, 그 피드백을 바탕으로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다. 수정을 하는 횟수는 많게는 5~6회를 넘긴다. 개강을 하면 수차례 수정을 거친 기획안을 바탕으로 기사를 쓴다. 취재 과정에서도 부서원, 혹은 부서 간에 소통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이렇게 완성된 초고가 하나의 ‘기사’가 되기까지 부장과 국장, 간사님과 교수님의 손을 거친다. 다시 말해 신문사 전체가 하나의 ‘팀플’인 것이다. 사실 ‘팀플은 무의미한 것’라고 굳게 믿고 있던 필자로서는 ‘왜 이렇게 비효율적이게 해야 하지?’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정기자가 돼 몇 번의 발행을 거친 이후에야 ‘팀플’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닌 오히려 ‘더 좋은 신문을 위해’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이라고 느꼈다.

좋은 신문은 정확한 정보를 독자들이 알기 쉽게 전달하는 신문일 것이다. 그런 신문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협업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신문사 기자들은 좋은 신문을 만들기 위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함께 의견을 나누고, 서로가 독자가 돼 기사를 평가한다. 글을 쓰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다른 기자의 조언을 들어보고, 완성된 글이라 할지라도 어떻게 하면 독자에게 의미를 잘 전달하는 글이 될지 함께 고민하면서 말이다.

수습기자를 거쳐 정기자로 활동하는 동안 내 이름이 걸린 기사가 벌써 10개다. 그 기사들은 ‘나의 기사’이나, ‘나만의 기사’는 단 1개도 없다. 한대신문의 모든 기사는 기획부터 기사 작성까지 ‘함께’ 만든 기사이다. 만약 다른 기자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기획안을 작성했다면, 그리고 그들의 수정 없이 기사를 썼다면 과연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까? 혹은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기사가 나왔을까? 당연히 아닐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머리를 맞대며 ‘함께’ 고민하는 것, 그리고 그 고민의 결과가 혼자 했을 때보다 더 낫다는 것. 이것이 필자가 한대신문 활동을 통해 느낀 진정한 ‘팀플’의 의미이다.

필자가 입시를 준비하며 읽은 책에서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신문기자가 홀로 사냥하는 호랑이라면 방송기자는 무리 지어 사냥하는 사자와 같다.” 신문기자는 혼자 취재하고 혼자 기사를 쓰지만, 방송기자는 카메라 기자 등 많은 이들과 협업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한대신문 기자로 약 8개월을 보낸 지금, 이 말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는다. 신문 역시 기사 하나에 수많은 사람의 의견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한대신문 역시 ‘좋은 기사를 위해 무리지어 고민하는’ 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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