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열풍에 따른 금융소외계층의 눈물
핀테크 열풍에 따른 금융소외계층의 눈물
  • 한대신문
  • 승인 2017.10.16
  • 호수 1464
  •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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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식당에서는 친구들 사이에서 “네가 계산해, 내가 돈 지금 보내줄게”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이런 변화는 핀테크가 하루가 멀다하게 발전을 거듭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특히 스마트폰 보급률이 90%가 넘는 우리나라에서 모바일을 통한 뱅킹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 화려한 이면 뒤에 간과해서는 안 될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있다. 바로 금융소외계층이다.  

핀테크가 만드는 변화의 바람
2015년 들어 생소했던 ‘핀테크’라는 개념은 2017년 트렌드 중 가장 영향력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정부도 전국 18곳에 핀테크 창업을 위한 맞춤형 컨설팅과 입주 공간, 금융서비스의 혁신이라고도 일컫는 ‘핀테크(Fintech)’는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을 결합한 말로, 금융과 기술의 융합을 통한 금융서비스 및 산업의 변화를 통칭한다. 금융서비스의 변화로는 △모바일 △빅데이터 △SNS 등 IT기술을 활용해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기반 금융서비스 혁신이 대표적이다. 과거의 인터넷뱅킹을 포함해 모바일뱅킹과 앱카드 등을 혁신의 예로 들 수 있다. 산업의 변화로는 IT기업 및 비금융기업이 보유 기술을 활용해 금융서비스를 이용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것이다. 카카오뱅크, 알리페이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핀테크를 통해 은행들은 기존의 점포 중심의 금융서비스에서 더 나아가 빅데이터, 모바일 기반 플랫폼의 장점을 활용한 △결제 △송금 △자산관리 △투자 △펀딩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후,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됐고 개인시간을 소비해 금융회사의 점포를 찾아야 하는 불편을 겪지 않게 됐다. 실제로 김영아<경기도 남양주시 49> 씨는 “굳이 은행 점포를 찾아가지 않아도 핸드폰 앱으로 은행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에 가는 횟수가 줄었다”며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매우 편리하다”고 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공인인증서나 OTP(One Time Password) 없이 간단한 비밀번호만으로도 금융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이용할 수 있다. 안치훈<간호대 간호학과 16> 군은 “가장 애용하는 서비스는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 없이 간단한 비밀번호로 송금이 가능한 ‘토스(TOSS)’”라며 핀테크의 편리함을 강조했다.
  
이처럼 ‘내 손안의 금융생활’이 펼쳐지면서 은행의 전통적인 금융거래 방식인 대면거래 방식이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 많은 은행이 지점 축소 및 모바일로의 전향 등 핀테크 기술과 금융서비스 혁신에 발맞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이나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발 빠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다.  

금융의 변화, 뒤쳐지는 고령층
최근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디바이드’는 △교육 △성별 △소득수준 △지역 등의 차이로 인해 정보에 대한 접근과 이용이 차별되고 그 결과 경제사회적 불균형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인터넷전문은행은 물론 핀테크업체까지 등장하면서 이 디지털 디바이드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모바일 기기 및 디지털 기술의 이용 정도나 능력을 측정한 디지털 정보화 지수는 20~30대가 각각 129.5점, 125.6점을 받은 반면에 60~70대는 각각 55.5점과 28.7점에 그칠 정도로 그 격차가 크다. 

▲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지수가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을 보여준다. 

상대적으로 20~30대 젊은 세대들보다 새로운 기술이나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서 디지털 디바이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들은 온라인 전용상품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은행 영업점을 주거래 방법으로 이용하면서 *창구 거래로 인한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는 것이 현 고령층의 현실이다. 또한, 고령층은 은행의 다양한 혜택으로부터 제외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들이 모바일 전용 플랫폼을 통해 이체 수수료를 면제해 주거나 환전 수수료를 깎아주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고령층은 모바일 뱅킹에 미숙하다는 이유로 실질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핀테크 열풍 속 배제된 장애인들
고령층뿐만 아니라 장애인 또한 핀테크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불편을 겪으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장애인포럼과 김석일<충북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의 연구팀이 공동으로 조사해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8개 시중은행의 모바일 앱의 장애인 접근성은 평균 55.8점에 그쳤다.
 
연구팀은 “△명도 △수화 △어려운 인터페이스 △자막 △초점 등 대부분 은행 모바일 앱 접근성이 60점 미만으로 장애인의 원활한 사용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또한, 인터넷뱅킹으로 금융거래를 할 때 전화 통화를 이용하는 ARS 본인 인증은 청각장애인이 사용할 수 없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한국소비자원이 작년 말 △신한 △KB국민 △KEB하나 △우리 △NH농행 5개 은행을 대상으로 ‘청각장애인의 인터넷뱅킹 금융서비스’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5개 은행 모두 단말기 지정 신청을 하려면 ARS 인증이 필요했다. 뿐만 아니라 3곳에서는 개인정보 변경, 공인인증서 등록, 계좌이체 등을 위한 ARS 인증이 필수였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농아인협회 관계자는 지난 2월 17일 금융위원회가 개최한 ‘장애인 금융 접근성 제고를 위한 간담회’에서 “청각장애인은 본인 확인을 위한 자동응답시스템 인증방식을 이용할 수 없어 애로가 있다”고 호소하면서 변화를 촉구했다.  

기술의 발전, 제도적 뒷받침 뒤따라야
이처럼 핀테크가 빠른 속도로 일상에 흡수되면서 금융소외계층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권마다 금융 소외계층의 원활한 뱅킹업무 지원을 위해 점자형 보안카드 발급, 전용 상담 창구 및 콜센터 운영 등 이용 편의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진호<NH농협은행 진접지점> 지점장은 “영업창구와 같은 대면서비스 대비 임대료 및 인건비 부담이 적은 관계로 업계마다 핀테크 서비스를 확대해 중년층의 금융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보이는 추세”라며 “정부 당국 또한 핀테크 금융 소외계층의 원활한 대면 채널 서비스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그는 “금융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서비스의 급격한 발전만큼 다수의 소외계층이 양산될 수 있어 다각도의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도움: 현진호<NH농협은행 진접지점> 지점장


*창구 거래 : 단순 입출금 거래를 은행 영업점의 창구를 통해서 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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