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나라, ‘아이템사기’허리케인 상륙
온라인게임나라, ‘아이템사기’허리케인 상륙
  • 성명수 수습기자
  • 승인 2005.09.04
  • 호수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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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받고 아이템 안주는 사기행위 극성

최근 아이템 사기로 인하여 피해를 본 유저들이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게임 아이템 거래 시장이 심상치 않다. 게이머들이 아이템 현금거래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하더니 지난해에는 아이템 거래시장 규모에서 총 1조원을 돌파해버렸다. 게임 속 캐릭터를 자신의 분신으로 여기는 게이머들이 고성능 아이템 장착을 위해 현금 거래를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게임 내 화폐를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합법 사이트가 등장했으며, 아이템만을 벌어들이는 ‘아이템 사냥꾼’까지 활보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게임의 아이템 거래 시장이 양적으로 팽창하는 만큼 질적인 수준에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 동향을 보면 현금은 받고 아이템은 넘겨주지 않는 사기행위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고교생 6명이 경찰에 고발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들은 후배의 휴대폰·신분증으로 계정을 등록해 사기행위를 일삼았다. 거짓신분으로 등록한 캐릭터로 다른 게이머와 접촉해 아이템을 넘겨받은 후 갖가지 핑계를 들어 현금지급을 미룬 것이다. 이들이 지난해 말부터 지난 5월까지 이 수법으로 챙긴 돈은 무려 3천5백만원 정도다. 고교생이 일으킨 범죄치고는 상당한 액수의 사건이었다.

게임아이템 사기 해킹 피해건수
아이템 및 게임화폐 전문 교환사이트 아이템베이에 따르면 지난 1월에만 2백56건의 게임아이템 사기·해킹 피해사례가 접수됐고 6월 한 달 동안에는 3백20건이 발생하는 등 올해 상반기까지만 1천6백여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미신고 건수까지 고려하면 그 피해규모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 클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템 사기사건의 더 큰 문제는 미성년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아직 아이템 현금거래에 대한 법적인 조항이 없어 처벌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다. 게임 아이템을 현물로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상적인 상거래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기사건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를 악용한 청소년들이 주 가해자가 되고 있어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또 게임화폐를 전문적으로 벌어들이는 프로그램 ‘매크로’가 등장해 문제로 떠올랐다. 이는 캐릭터가 혼자 사냥하며 아이템을 모으도록 컴퓨터에 자동사냥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이다.

이 같은 행위는 보통 한 PC방에서 여러대의 컴퓨터를 동시에 켜놓고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활동반경을 축소,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키며 서버와의 접속이 불안정해지는 ‘랙현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또 이렇게 벌어들인 아이템과 화폐는 현금거래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게임업체에서는 이 같은 행위에 대해 강력한 단속지침, 처벌규정을 마련했지만 완전히 근절시키진 못하고 있다.

대만에는 게임 산업에서도 한류열풍을 실감케 할 만큼 수많은 국산 게임들이 진출해 있다. 그러나 대만은 최근 충격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주)엔씨소프트의 게임 ‘리니지’를 아이템 사기 피해와 관련,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한 것이다. 아이템 사기에 관련한 이 문제는 결코 국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 사례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4년간 발생한 온라인게임 관련 범죄는 총 18만여 건으로 전체 사이버 범죄 가운데 44%에 이른다고 한다. 이 때문에 열린우리당 정성호 의원은 아이템 거래에 대한 법적 규제로 거래원칙을 확립할 법안 마련을 검토 중이다. 주 내용은 아이템 거래의 양성화인데 이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게임 내 ‘빈부격차’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관계자들은 “현실적으로 아이템거래행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하지만 사기 피해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온라인게임문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성명수 기자
sumysu@i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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