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신뢰 잃은 군(軍), 개혁이 시급하다
[아고라] 신뢰 잃은 군(軍), 개혁이 시급하다
  • 김현중 대학보도부장
  • 승인 2017.10.15
  • 호수 1464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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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중<대학보도부> 부장

요즘 군대 내 사건들이 또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 각종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논란에 대처하는 군당국의 태도를 보면  쉽사리 고개를 끄덕일 수 없다. 

지난 7월, 군은 故 고 일병 자살 사건과 관련해 국민의 뭇매를 맞았다. 사건을 수습하는 군의 태도 때문이다. 사건 발생 이틀 후, 육군본부 ‘현안업무 점검 회의’ 자료에 따르면 육군은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아닌 ‘언론 동향을 점검할 것’과 ‘유가족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강조했다. 이에 국민여론은 ‘군이 사건의 진상 규명보다는 여론 대응에만 힘쓰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군 인권센터 또한 사건에 대해 “육군은 사과와 재발 방지, 엄정수사에 관한 내용은 논의하지 않은 채 오직 사건으로 인한 여론 악화에 신경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심해지자, 피해 병사의 모교에서는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는 등 군에 대한 거센 비판이 일어났다.
 
지난 달 발생한 ‘철원 총기 사고’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사고 발생 다음 날 군은 사망한 병사가 *‘도비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전문가와 유가족을 비롯한 국민 여론은 군이 발표한 사고 원인에 대해 ‘도비탄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은 절대적으로 희박하며 어떠한 근거도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비판 여론이 계속되자,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방부는 특별 조사 본부를 꾸려 철저한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군의 특별 수사 과정에서 초동 조사 결과와는 달리 ‘도비탄’이 아닌 *‘유탄’에 의한 사고임이 밝혀졌으며. 사격 훈련부대와 병력인솔부대, 사격장관리부대의 관리 소홀이 있었음이 확인됐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군내 사건과 군이 보여줬던 일련의 대응 태도는 그야말로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꼴’이었다. 현재 군은 ‘국민에게 신뢰를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타, 가혹 행위 등 군내에 남아 있는 부조리로 인한 사건들은 수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올 때마다 국방부는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병영 문화를 혁신할 것을 국민 앞에 다짐한다. 그러나 여전히 잔재하는 병영 악습과 이로 인한 피해가 계속 발생하는 것을 보면 지금껏 내놓은 대책은 별다른 실효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병영 악습 문제에 있어 군은 말뿐만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과 확고한 실행의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총기 사고 원인 규명 논란’ 또한 마찬가지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군이 ‘책임 소재 덮기’에 급급하다는 인식은 이미 사회에 만연해있다. 이 때문에 국민은 군을 신뢰하지 않았으며 결국 철저한 재조사 결과, ‘군이 책임 소재를 피하고, 쉬쉬하려 한다’는 치욕만 남았다.    

군대 내의 끊임없는 사건 사고,  논란을 피하려 쉬쉬하는 태도, 계급적 조직 구조에서 자행되는 악습 등은 군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노력이 없다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군은 조속히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군은 국가의 안보를 책임지고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임무가 있다. 그 역할에 걸맞게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도록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도비탄: 발사된 후 딱딱한 물체에 부딪혀 튕겨 나온 탄이다.
*유탄: 조준한 곳에 맞지 않고 빗겨 나간 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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