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사로] 사학(私學)이 살아남는 방법
[진사로] 사학(私學)이 살아남는 방법
  • 서동호 팀장
  • 승인 2017.09.25
  • 호수 1463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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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동호<ERICA 사회교육원> 팀장

지금 우리나라의 사립대학들은 굶어죽기 직전이다. 거대한 기업이나 튼실한 종교 관련 재단을 둔 대학이라면 모를까 적어도 대부분의 대학들은 모두 현재의 상황이 좋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대학이 생사기로에 서있음을 알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대학들은 배불리 잘 살고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고 있다.    

사립대학 위기의 시작은 국공립대학과는 달리 예산의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는 등록금이 동결되면서부터이다. MB정권에서 시작된 반값 등록금 정책은 오로지 정치적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었다. 대선 당시 투표권이 있는 대학생들의 표를 얻기 위해서 반값 등록금 공약을 내놓았고 임기 후반부에 반값 등록금 정책을 실시했는데 이 전에 먼저 한 것이 바로 주요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달에 가까운 감사였다.

긴 시간동안의 감사는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곳이 없다지만 그보다 더한 없는 먼지도 만들어낼 정도였다. 감사 이후에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그야말로 대학에 대한 융단 폭격이었다. 책정한 예산을 아껴서 사용하면 예산 부풀리기라고 표현을 했고 해를 넘겨서 건물을 지을 경우 이에 대한 예산 또한 넘길 수밖에 없음에도 마치 부정한 짓을 저지른 것처럼 맹비난을 했다. 이러한 결과 명예를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대학을 부정과 부패의 온상처럼 만들어 버렸다. 물론 그간 부정한 짓을 저지른 일부 사립대학들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대학은 전체 대학 중에 불과 얼마 되지 않는 소수일 뿐이다. 정말로 많은 대학들이 연구와 교육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반값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대학에게 있어서는 죽음과도 같은 결코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안긴 것이다.

이처럼 MB정권 후반기에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등록금 동결 정책은 시간이 흐르면서 물가 상승으로 인한 마이너스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학령인구 감소로 인하여 대학마다 똑같이 적용한  정원감축 때문에 대학의 재정은 더욱 더 악화되어 가게 되었다. 

 우리나라 대학은 자율적 운영과는 전혀 상관없이 오로지 정부의 규제 속에서 지금까지 지내왔다. 그러다보니 사립대학의 수입구조 또한 절대적으로 등록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런 구조 속에서 대학 스스로 변화를 취하고 자생할 수 있는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등록금 동결로 몰아가는 바람에 지금 한국의 대학은 세계로 날아가기는커녕 스스로 서있기조차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대학의 발전은 곧 돈과 직결된다.  하버드 대학이 세계 1위를 고수할 수 있는 바탕에는 한해 3조가 넘는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도 있다. 대학이 발전하고 선진화되려면 우선 필요한 것이 바로 재원의 확보이다. 하지만 우리네 현행 대학 수익 구조에서는 먼 나라 얘기에 불과하다. 등록금의 의존율을 떨어뜨리면서 재정을 확보하려면 우선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대학이나 학생들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해답을 찾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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