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그들은 누구?
채식주의자, 그들은 누구?
  • 한대신문
  • 승인 2017.09.10
  • 호수 1462
  •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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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개봉한 영화 「옥자」는 인간의 탐욕으로 만들어낸 슈퍼돼지 옥자를 구하려는 소녀의 사투를 그려낸 영화이다. 이 영화는 식탁에 올라오는 육류 반찬이 공장식 축산업의 잔인한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표현했고, 채식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채식주의는 살아 있는 것을 죽이지 않는 ‘불살생’의 원리를 따랐던 고대 인도 종교집단과 자연 철학을 중시하던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에 의해 처음 제기됐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고대 로마가 기독교를 국교로 삼으면서, ‘무릇 산 동물은 너희의 식물이 될 지라, 채소같이 내가 이것을 다 너희에게 주노라(창세기 9장 3절)’라는 기독교 윤리에 따라 점차 채식주의는 그 입지를 잃어갔다. 그러던 것이 19, 20세기 들어오면서 채식주의는 급격히 확산됐다. 반(反)근대주의의 시대답게, 동물을 포함한 타자에 대한 배려와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인간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는 지식인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에서는 육식을 곧 타자를 지배하는 타락한 인성으로 등식화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이에 1847년 영국에서는 최초로 채식주의자 협회 설립됐고, 1908년에는 국제협회가 창립되며 채식주의를 이끌기도 했다. 20세기에는 건강상의 문제와 동물권에 대한 관심 때문에,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와 달걀 살충제, 간염 소시지 등의 사회문제 때문에 채식주의자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채식연합원에 따르면, 국내 ‘채식인구’는 총인구의 약 2~3%를 차지한다. 또한, 채식을 생활화해 실천하지 않지만, 채식을 지향하는 ‘채식 선호 인구’는 총인구의 약 25~30%이다. 최근에는 △건강 △다이어트 △동물보호 △환경 등의 이유로 채식에 대한 관심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채식주의는 우리나라에서 보편적인 문화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일까? 누군가 “나 채식주의자야”라고 말하면 자연스럽게 “풀만 먹고 살아?”라고 되묻는다. 채식주의자라고 채소만
먹고 사는 것은 아니다. 채식주의자는 <사진>에 제시된 것처럼 그 유형과 특징이 다양하다.

▲ <사진>은 프루테리언,비건, 락토 베지테리언,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 등 채식주의자 유형을 8가지로 나타낸 것이다.

한편, 채식을 결심한 이유는 다양한데 이를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채식을 선택한 대부분의 사람은 △동물권의 이유 △건강상의 이유 △환경상의 이유로 채식을 시작한다. 

먼저 ‘동물권의 이유’가 있다. 한국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총 51.4kg이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 목축업은 최소 비용과 최대 이윤의 원칙을 철저히 따른다. 좁디좁은 우리에 돼지를 사육하고, 하자 없는 가금류를 판매하기 위해 품질이 상하지 않도록 가금류의 부리를 인위적으로 제거하기도 한다. 이처럼 공장식 사육은 동물에 대한 학대를 전제한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비건’이자 ‘페스코 베지테리언’이다. A씨는 “공장식 사육 현실과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해 ‘페스코 베지테리언’ 생활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속할 수 있는 채식을 위해 ‘비건’과 ‘페스코 베지테리언’으로 정착했다. A씨는 “주변 사람들이 저를 보고 공장식 사육에 대해 한 번씩이나마 생각했으면 한다”라며 바람을 전했다.   

앞서 제기한 문제는 ‘건강상의 이유’로 직결된다. 좁은 곳에서 길러지는 가축들의 질병 감염 위험은 높다. 이를 줄이기 위해 대량 항생물질이나 약품이 투여된다. 약품 처리가 된 육류는 인간의 식탁에 놓이게 되고, 항생제가 투여된 고기를 반찬 삼아 그대로 섭취한다. 이와 관련해 이원복<한국채식연합원> 대표는 “최근에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는 살충제 계란 파동과 간염 소시지 파동,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 등과 같은 사건이 채식을 선호하는 사람을 늘어나게 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비건’이라고 밝힌 박지민<고려대 미디어학부 11> 양은 “자신이 먹는 음식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왔는지에 대해서도 한 번쯤은 꼭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박 양은 채식을 실천하면서 건강이 회복됐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환경상의 이유’이다. 김일방<제주대 사회교육과> 교수에 따르면, 축산업은 비료와 농약 등의 살포로 인한 수질오염, 목장 확대로 인한 삼림 파괴, 메탄가스의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 등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김 교수는 “미국에서는 육우에게 곡물과 콩을 16파운드 정도 먹였을 때 우리가 회수할 수 있는 것은 접시 상의 1파운드의 고기에 불과하다. 나머지 15파운드는 동물 자신의 에너지를 낸다든지 털이나 뼈와 같은 우리가 먹지 않는 동물 자신의 몸 일부를 형성한다거나 배설하는 데 쓰이고 우리 손에는 이르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육류를 축산 하는 데 많은 에너지와 자원을 투자하는 것에 비해 실제로 우리가 얻는 영양의 효용성은 낮다. 

채식주의자가 되는 계기는 사회적 문제와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 시대가 바뀌면서 채식주의자 문화가 늘어나고 그들이 사회적으로 어떠한 목소리를 외치는지 우리 사회는 주목해야 한다. 또한, 채식주의 문화를 통해 비인간적인 동물권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인포그래픽: 임지은 기자  ije9917@hanyang.ac.kr
도움: 이원복<한국채식연합원> 대표 
참고문헌: 김일방. “채식주의의 윤리학적 근거”. 2012, 철학논총 제68집, 149~156쪽
정한진. 왜 그 음식은 먹지 않을까. 살림, 2008 Frances Moore Lappe, Diet for a Small Planet (New York: Ballantine Books, 1991), p.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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