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측성 기사 난무하는 일간지 “믿을 수 있나”
추측성 기사 난무하는 일간지 “믿을 수 있나”
  • 강명수 수습기자
  • 승인 2006.05.28
  • 호수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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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사건 모종배후 추측, 한겨레, 범인 인간적 측면 부각
일러스트 김금선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가 지난 20일 지방선거 유세장에서 습격을 당해 얼굴에 11Cm 가량의 자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 사건을 두고 22일 월요일부터 25일까지 신문사별로 매우 다른 내용의 기사가 보도되고 있다.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의 경우 두 신문 모두 박근혜 대표가 습격당한 사건을 1면 머릿기사로 보도했다. 하지만 두 신문은 표제 내용에서는 현격한 차이점을 보인다. 예컨대 조선일보는 22일자 머릿기사에서 ‘보호관찰대상자가 테러’라는 자극적인 표제를 통해 이번 사건의 범죄적 측면을 강조했다. 그리고 3면의 ‘“배후 있나” 질문에 범인 “모른다… 말하기 싫다”’에서 범인의 악행을 부각시기는 한편 이번 사건에 모종의 배후가 있다고 생각하도록 유도하였다.

반면 한겨레 신문은 22일자 표제로 ‘박근혜 대표 피습… “옥살이 억울” 계획된 테러’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그보다 더 큰 글씨로 ‘사회불만을 왜 야당대표에 표출했나’라고 달아 사회 부적응자의 우발적 범행이라 생각하게 유도하였다. 그리고 3면의 ‘용의자 지씨, 두달여전 갱생공간 퇴소’ ‘왼쪽 눈 안보이고 건강 나빠… 치매 어머니 요양원엷 등에서 범인의 인간적 측면을 기술하여 동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23일과 24일에도 이 사건을 1면 머릿기사로 보도하였다. 23일의 ‘생보자 지씨, 씀씀이 너무 커’라는 머릿기사와 3면 기획기사들을 통해 ‘테러범 지씨의 소비행태’와 ‘누군가로부터의 금전적 지원여부’등을 부각시켜 지씨가 누군가에게 금전적 지원을 받고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24일의 기획기사에서 ‘소득이 없는 지씨가 매달 평균 127만원을 써 왔고’, ‘지씨 후원자의 존재 여부와 그 인물의 실체가 최대의 관심사’라는 기사를 통해 이 사건이 지씨를 후원했던 누군가에 의한 계획적 범행일지도 모른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에 비해. 한겨레신문은 23·24일 머릿기사로 다루지 않았다. 23일의 ‘박대표 테러’ 살인미수 영장’이라는 기사에서 ‘15년의 옥살이를 한 것을 억울해했으며… 한나라당의 뿌리로 여겨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보도하여 이번 사건을 지씨 개인의 원한에서 나온 단순범죄로 다루었다. 뿐만 아니라 같은 기사에서 ‘정신과에서 세 차례 진료를 받기도…’을 통해 지씨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24일의 1면 하단기사에서는 단순히 ‘박대표 습격’ 지씨 구속’으로 이번 사건을 종결짓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같은 사건을 다루었음에도 두 신문기사의 내용은 너무나 다르다. 그리고 이렇게 선별된 기사를 읽는 독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이런 신문사의 기사 논조의 영향을 받는다. 그것은 학생들도 예외가 아니다. 신문보도의 영향에 대한 인터뷰에서 하상훈<인문대·언어문학 06>은 “처음 읽은 신문기사의 이미지가 강렬해 저도 모르게 그쪽으로 계속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이종우<경금대·경제 06>는 “경제신문 외엔 잘 읽지 않지만, 가끔 읽을 땐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간다”고 말해 지성인이라 할 수 있는 대학생 역시 신문기사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드러냈다.

특히 신문읽기에 대한 특별한 교육이 마련돼 있지 않은 우리학교의 경우,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하다. 서울과 안산 양 배움터 모두 언정대나 사회대 신방과의 전공과목이나 특정한 교양과목을 제외하곤 신문기사를 비판적으로 읽는 방법을 접하기가 어렵다.

이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조영수 간사는 “신문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것은 중요하지만, 악용여부와 관련되면 문제가 된다”면서 “이번과 같이 중요한 사건이 선거와 같은 특수한 상황과 맞물릴 경우엔 보도의 논조가 당락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 간사는 “신문의 모든 사건은 정치적으로 이용된다”며 “보도기사가 단순한 추측인지 아니면 분명한 사실인지를 구분하여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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