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사설] 참을 수 없는 문화의 가벼움에 대하여
[교수사설] 참을 수 없는 문화의 가벼움에 대하여
  • 한대신문
  • 승인 2017.06.04
  • 호수 146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의 축제는 그 대학 문화의 꽃이다. 바로 축제가 대학의 교양과 의식 수준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두 캠퍼스의 축제는 이러한 교양과 문화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주점과 연예인으로 대표되는 우리 대학 축제의 적폐를 청산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여기에는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반성과 인본주의적인 정신을 상실한 채 맹목적인 경쟁과 외형 부풀리기에 집착해온 대학의 어두운 역사가 자리하고 있다. 문화와 교양의 상실로 인한 대학의 천박함과 통속화는 곧 대학이 동물적인 욕구와 말초적인 배설의 장소로 전락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대학 문화가 획일화되고 긴장력을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후기자본주의 문화논리가 대학과 대학 구성원의 의식 속에 자리잡으며 대학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반성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 맥락에서 볼 때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대학의 공공성 회복이다. 대학은 개인의 과도한 욕구와 욕망을 분출하고 충족하기 위한 곳이 아니라 이를 적절하게 조절하고 통제하면서 공공의 선과 집단지성을 구현하는 곳이다. 대학의 공공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대학은 물론 사회 역시 병들 수밖에 없다. 대학이 사회와 소통하면서 그 사회의 시스템 바깥에서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문제와 해결 방안을 제시할 때 대학은 그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대학 혹은 대학 구성원의 높은 문화 의식과 교양 수준 그리고 윤리 의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지금, 여기 우리 대학은 급격한 환경 변화와 과도한 대내외적인 요구로 인해 문화, 교양, 윤리 같은 대학이 반드시 지녀야 할 덕목들을 잊거나 배제함으로써 잠재적인 불안을 키우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전망조차 어둡게 하고 있다. 지식의 축적과 외형적인 성장만으로는 대학의 질적 성장과 도약을 이룰 수 없다. 이제는 높은 문화 의식과 교양 그리고 윤리 의식 같은 인간의 정신과 내면의 가치를 발견하고 고양시켜야 할 때이다. 우리 대학의 문화와 교양 그리고 윤리 의식에 대한 위기감을 가지고 성찰과 반성이 없다면 우리 대학은 교육적 가치와 개념이 없는 맹목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대학이 추구하는 교육적 가치와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 대학 구성원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인식해야만 한다. 대학 구성원 각자 각자가 주체적으로 참여하여 집단지성을 형성한다면 대학의 문화는 혁신적으로 바뀔 수 있으리라고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