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문화계를 위하여
더 나은 문화계를 위하여
  • 손채영 기자 외
  • 승인 2017.05.20
  • 호수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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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향유하는 만큼 문화계에는 늘 논란이 일어나곤 한다. 어떤 대상이 큰 비판을 받기도 하고, 여러 입장들이 부딪치기도 한다. ‘머리 아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논란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나침반이 될 수도 있다. 더 나은 문화계를 위해, 그동안 일어났던 논란들에 대해 알아보자.

문화계 논란의 중심, 블랙리스트
작년 10월 소문만 무성하던 문화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명단)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문화계가 발칵 뒤집혔다. 박근혜 정부가 블랙리스트를 통해 반정부적 활동을 하는 문화·예술인에 대해 관리를 해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블랙리스트에는 세월호 관련 선언을 한 1,348인과 특정 후보 지지 선언을 한 8,125인 등 총 9,473명이 이름을 올렸다.
블랙리스트는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작성돼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위원회를 통해 반정부적 인사에 대한 지원배제에 이용됐다. 문화예술위원회는 작년 지원 사업 선정과정에서 연출자 박근형 씨의 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를 배제하도록 심사위원을 압박했다. 박 씨가 2013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풍자한 연극 「개구리」를 연출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또한 출판사 ‘문학동네’는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쓴 도서 「눈먼 자들의 국가」를 발간한 이후 좌편향 출판사로 낙인찍혀 각종 사업에서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 선정사업인 세종도서에 선정되던 25종의 출판물은 5종으로 줄었고, 해당 출판사에 지원되던 10억 원 규모의 문화예술위원회 산하 ‘우수 문예지 발간 지원사업’은 폐지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핵심 관련자들을 모두 형사처분하기로 정하고 수사를 진행했다. 특검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강요 혐의를 적용해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블랙리스트와 연관된 고위공무원을 무더기 구속기소 했다. 현재는 이들에 대한 공판이 진행 중이다.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해 팝아티스트 강형민 씨는 “블랙리스트의 존재는 예상했던 바”라면서 “예전처럼 반정부적 활동을 한 예술가가 감옥에 가진 않지만, 경제적인 피해를 받는 사례는 여전히 많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 때문에 많은 예술가가 자기 검열의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한 인터뷰에서 블랙리스트 청산을 약속하면서 “문화계를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겠다”며 문화계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문화계가 다시는 정권의 향배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된다. 블랙리스트에 대한 철저한 청산과 함께 정부로부터 문화계의 독립성을 온전히 지킬 필요가 있다. 

한대신문
도움: 강형민 팝아티스트
참고 문헌: 도서 박용상, 「명예훼손법」, 박영사. 2009.



한국 문단의 어두운 뒷모습, 빛은 어디에
작년 가을, ‘#문단_내_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가 트위터를 뜨겁게 달궜다. 시인 박진성에게 성폭행을 당한 문학지망생 A씨가 그를 고발하는 글을 해시태그와 함께 트위터에 게재한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시인 배용제, 작가 박범신 등을 포함한 여러 문인의 성폭력 사실이 드러나 문단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다. 이는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 문단의 가장 큰 해결과제로 남아있다.
문단 내에서 성폭력 사건이 많이 발생한 가장 주된 이유는 한국 문단의 폐쇄성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등단하려면 특정 출판사들의 문학공모전에 작품을 내고 기성 문인들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등단 후에도 유명 문인들에게 좋은 평가를 들어야 작품성 있는 작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인들은 유명 문인들이나 대형 출판사로부터 부당한 일을 당해도 자신에게 피해가 되돌아올 것을 걱정해 저항하거나 피해 사실을 밝히기 어렵다. ‘갑질’이 만연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는 ‘문단 권력’과 ‘문단 마피아’라는 말을 낳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문단 내 성폭력이 “남녀 간의 문제를 넘어선 갑과 을의 문제”라며 권력에 의한 부조리라고 설명했다.
문단 내 각종 부조리를 없애기 위해선 앞서 지적한 문단의 폐쇄성을 해결해야 한다. 신인이 등단할 수 있는 매체를 다양화하고, 적절한 제재 수단을 마련해 특정 출판사나 문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20년간 신인상을 운영해온 계간지 「21세기 문학」은 문단 권력 및 폐쇄성을 해결하고자 신인상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시인 임솔아 씨는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출판사 ‘문학과 지성사’와의 계약서에 성폭력이 발생할 시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항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성폭력을 당해도 계약 문제로 피해자가 참을 수밖에 없었던 문제점을 개선한 것이다.
문단에 퍼져있는 잘못된 인식들도 바뀌어야 한다. 문화평론가 김 씨는 “예전부터 예술인이 자유분방하게 유흥을 즐기는 것에 대해 관대한 경향이 있다”며 “이러한 의식이 성폭력을 정당화하는데 일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성폭력이 묵인될 수 없는 범죄라는 것을 인지하고 멈춰야 할 시점이다.
지금까지의 한국 문단은 자신들의 치부를 숨기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한국 문단이 진정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성폭력을 비롯한 여러 부조리가 해결돼야 한다.

손채영 기자 scyeong02@hanyang.ac.kr
도움: 김헌식 문화평론가



로리타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들

▲ 로리타 논란을 일으켰던 가수 아이유의「스물셋」의 뮤직비디오


지난 12일 신인 그룹 ‘보너스베이비’의 무대의상이 논란에 휩싸였다. 영유아가 사용할법한 턱받이를 착용한 채 KBS2 ‘뮤직뱅크’에 무대에 출연해서였다. 재작년에는 가수 아이유가 발표한 곡 「스물셋」의 뮤직비디오를 두고 인터넷상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꽃이나 사과, 젖병, 우유 등의 소품이 ‘로리타 콤플렉스’를 자극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화계에서의 로리타 콤플렉스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로리타 콤플렉스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에서 파생된 단어로 어린 소녀에 대한 성적 집착을 뜻한다. 대중문화에 영향력을 미치는 연예인들이 이러한 콘셉트로 미디어에 등장하면 소아성애라는 비정상적 성도착증에 대한 왜곡된 정서가 형성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아이유뿐만 아니라 수지와 설리, 사진작가 로타를 두고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특히 로타의 경우 사진의 구도가 남성 중심적 시각에서 미성년의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로타의 사진 속 여성들은 교복이나 체육복을 입고 멍한 표정을 짓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수동적 모습에 의해 소녀가 성적 소비의 대상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유의 곡 「스물셋」에 논란이 있었던 당시, 비판 여론만큼이나 옹호 여론도 존재했다. 논란이 된 뮤직비디오 속 소품들은 단지 가사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옹호론자들은 또한 대중의 과도한 해석으로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화평론가 배국남 씨는 “로리타라는 개념에 남성과 여성, 기성세대와 신세대,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립 구조가 내포하기 때문에 해석이 다양할 수 있다”며 “처해있는 상태, 소속한 집단에 따라 텍스트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달라지기 마련”이라고 그 이유를 분석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로리타 논란을 표현의 자유로서 인정해야 할까. 아니면 사회의 올바른 가치관 정립을 위해 규제해야 할까. 이에 대해 문화평론가 배 씨는 “돈벌이를 위해 아동을 성적 소비 대상으로 이용하는 가수와 연예기획사에 대해서는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태성 기자 taesung1211@hanyang.ac.kr
도움: 배국남 문화평론가
사진 출처: 아이유 「스물셋」 M/V 캡처



악의 없는 농담일지라도

 

 

▲ 최근 인종차별 논란이 일었던 SBS '웃찾사-레전드매치'의 한 장면


희극인 홍현희 씨의 흑인 분장으로 방송에서의 인종 차별 논란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인종차별 문제와 미디어의 파급력에 대한 인식 부족이 드러났다’는 의견과 ‘인종적 특징을 부각시켰더라도 조롱의 의미를 담고 있지 않다면 문제없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달 19일 방송된 SBS ‘웃찾사-레전드매치’였다. 홍 씨는 피부를 검게 칠하고 아프리카 원주민을 연상시키는 분장을 한 채 무대에 올랐다. 방송 직후 홍 씨의 개그를 두고 누리꾼들의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여기에 호주 출신 희극인 샘 해밍턴의 항의가 더해져 논란은 더욱 커졌다. 그는 방송 다음날 SNS에 “진짜 한심하다. 내가 한국인을 흉내 내는 분장을 했으면 문제가 안 될까?”라는 게시물을 올리며 홍 씨의 행동을 지적했다.
방송인의 인종 차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엔 걸그룹 마마무가 비슷한 논란에 휘말렸다. 당시 마마무는 콘서트에서 미국 인기 가수 브루노 마스를 따라 하기 위해 얼굴을 검게 칠한 채 등장했다. 이에 해외 팬들은 “서양 사람들이 동양 사람들을 패러디하기 위해 눈을 찢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실망감을 표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얼굴을 검게 칠하는 화장이 금기시된다. 다른 인종의 특징을 즐길 거리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핼러윈 등 분장이 필요한 행사에서 인디언이나 닌자, 치파오 복장을 하는 것이 인종차별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편 홍 씨가 의도적으로 인종을 비하한 것은 아니므로 인종 차별로 보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희극인 황현희 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단순히 분장한 모습을 흑인 비하로 몰아가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해밍턴 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사회마다 개그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매스미디어의 특성을 고려할 때 홍 씨의 분장은 경솔했다는 의견이 다수다. 불특정 다수의 수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만큼 더 예민한 감수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팝아티스트 강형민 씨도 “예술적 표현에 인종차별이나 소수자차별의 요소가 있는 경우는 신중해야 한다. 풍자는 사회적 약자보다는 강자에게 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방송인의 주의를 당부했다.

도움: 강형민 팝아티스트
참고 문헌: 논문 김현귀, 표현의 자유와 혐오표현규제. 헌법재판연구원, 2016.
사진 출처: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인간마저 상품으로 만드는 세상
엠넷의 ‘프로듀스 101’은 아이돌을 뽑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시즌 1부터 지나친 인간 상품화라는 논란이 많았다. 이는 시즌 2에서도 여전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아이돌 연습생들에게 A부터 F까지 등급을 매기고 등급별로 식사시간과 화장실 가는 시간을 나누는 등의 차별을 두었다. 또한, 득표수로 데뷔를 결정짓는 탓에 연습생들은 표를 구걸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대표곡인 「나야 나」의 ‘pick me’라는 가사는 연습생들을 뽑히기를 기다리는 자판기 속 음료수처럼 만든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프로듀스 101’은 여전히 숱한 화제를 낳고 있다.

 

 

 

▲ 인기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 2'의 한 장면

 


엠넷은 오는 7월부터 걸그룹 육성 프로그램 ‘아이돌 학교’가 방영될 예정이다. 이 역시 걸그룹 지망생들에게 획일화된 교육을 해 소비자가 원하는 모습만을 가진 공장의 인형처럼 인간을 상품으로 만들 우려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공개된 티저 영상에서 젖은 교복을 입고 춤을 추거나 일본식 짧은 체육복 하의를 입고 누워 발성 연습하는 등의 성 상품화 우려도 피해 가지 못했다. 이는 비단 오디션 프로그램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예기획사가 아이돌 그룹의 유명세를 위해 성 상품화하는 것은 이미 관행이 됐다. 특히 최근 걸그룹 ‘식스밤’은 분홍색 전신 타이츠를 입어 성 상품화로 논란이 된 것에 이어 멤버 전원이 약 1억 원을 들여 성형한 후 컴백했음을 밝혀 화제가 됐다.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인간 상품화가 만연한 이유로 제도의 부족을 꼽았다. 즉, 현재 우리나라는 연예인을 상품화하는 프로그램을 제재하거나 그들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부분 기획사가 연예인을 발굴해 키우기 때문에 둘 사이의 관계가 수직적인데 이로 인해 연예인이 보호받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이러한 문제는 정부가 대중문화의 내부구조에 관심을 두고 관련 제도를 확립함으로써 해결해야 한다.
상품화된 아이돌은 짧은 시간에 주목을 받을 수 있지만, 이는 단기적 효과에 불과하다. 문화평론가 김 씨는 이에 대해 “장수하는 그룹은 자기만의 개성, 정체성을 찾아 콘셉트나 스토리들을 끊임없이 적용 시킨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처럼 문화계에서 장기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화제성을 앞세워 인간을 상품화하는 전략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윤혜진 수습기자 skss111@hanyang.ac.kr
도움: 김헌식 문화평론가
사진 출처: 엠넷 ‘프로듀스 101’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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