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학생회비 사적 유용 사태, 대책 마련 시급
대학원 학생회비 사적 유용 사태, 대책 마련 시급
  • 김현중 기자
  • 승인 2017.05.20
  • 호수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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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본지 1458호 4면 ‘한양대학교 대학원 총학생회, 미숙한 운영으로 논란 일어’에서 총학생회장의 학생회비 공금 사적 유용 의혹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 14일, 이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 현재 대학원 총학생회(이하 원총) 집행부 관계자들과 학교 측은 의혹에 대해 대책본부를 구성해 경찰 수사를 의뢰하고 회계 장부를 조사하고 있다.

수면 위로 올라온 회비 횡령
총학생회비 사적 유용 사건은 회계 관리의 불투명함과 대학원생 단체복 사업 금액 측정 문제로 인해 발생했다. 총학생회장 A씨는 따로 회계 관리 임원을 두지 않고 회계를 혼자 관리했다. 총학생회비에 대한 관리와 사용에 대한 결재권은 총학생회장에게 주어져 있기에 회계 관리가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후, 단체복 사업 금액 측정 문제 또한 논란이 됐다. 총학생회장이 단체복 가격을 원가보다 2배 이상 비싸게 책정함에 따라, 학생 사회에서는 “원총이 명분 없이 수익성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뒤이어 총학생회장 A씨가 원우회비를 클럽에서 유흥비와 택시비 등으로 썼다는 의혹이 학내에서 일파만파 퍼지자, 원총 집행부 임원들은 총학생회장에게 통장 내용 공개 및 공금 사적 유용 의혹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A씨는 집행부 임원의 이러한 태도가 월권 행사라고 주장했으며, “대학원 학생회는 통장 내역에 관해 항상 비공개로 운영됐다”며 해명을 거부했다.
하지만 항의가 계속되자, 결국 총학생회장 A씨는 통장 내역을 원총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지난 14일, 원총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SNS 오픈 채팅방에 입장문도 게재했다. A씨는 입장문을 통해 “원우회비를 가볍게 여겨 소개팅 자리에서 무의식중에 사용했고, 작게는 1만 원에서 크게는 68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택시비, 회식비 등 개인적 용무에 지출한 적이 있음”을 밝혔다.
이에 원총은 대책 본부를 만들어 사건 조사에 나섰으며, 성동경찰서에 해당 사건을 의뢰했다. 또한 익명을 요구한 원총 대책 본부 관계자 B씨는 “내부 회계 감사를 통해 학생회비 통장 내역에 있어서 의심되는 부분을 모두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장 A씨는 “경찰 수사에 충실히 임할 것이며, 본인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이다”라고 말하면서도, “원총 집행부 측의 잘못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A씨는 “공금 사용 및 예산에 대한 부분은 회장 독단적으로 관리한 것이 아니며 원총 집행부의 동의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학생회비는 보통 원총 집행부 회식 비용으로 사용됐기 때문에,   원총 집행부 역시 회비 사용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여전히 A씨와 총학 대책 본부는 서로 잘못한 부분에 대해 비판하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학생회비 사적 유용 사태, 원인은?
총학생회비 횡령 사건에서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우선, 원총 내부의 회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단과대 학생회나 학부 총학생회는 회비 사용이나 예산 내역에 대해 매달 또는 매분기마다 투명하게 공개한다. 반면, 원총은 회계 담당 총무가 사용 내역을 임원들에게 공개하면 그들이 결재를 하는 방식으로, 비교적 자율적으로 회계를 관리했다. 하지만 이는 별다른 절차 없이 진행됐으며 회계 감사 또한 따로 이뤄지지 않았다.
다음으로 총학생회장 A씨가 총학생회비가 들어 있는 통장을 개인이 쓰는 통장과 혼용해서 사용했다는 점이다. 총학생회 등 학생자치기구는 따로 법인통장을 발급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학과 학생회나 학부 총학생회는 사용하지 않는 개인 통장을 비워 학생회 운영비와 관련된 회계를 진행한다. 하지만 총학생회장 A씨는 개인 통장을 비우지 않고 개인소유금과 학생회비를 함께 관리 및 사용했다. 학생회비 등의 용도로 사용되는 공적 성격을 띤 개인 통장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면 공금 사적 유용으로 분류될 수 있다.

아직 해결해야 할 것이 남았다
현재 원총 집행부로 구성된 대책본부는 사실상 마비 상태다. 그 이유는 사적 유용이 의심되는 학생회비를 아직 총학생회장이 가지고 있어 원총이 금전적으로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총학생회장의 사퇴 여부도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이에 총학 대책 본부 관계자 B씨는 “현재 총학생회장과의 연락이 두절된 상태이며, 학생회비 통장이 사건과 직접 연관돼 있는 거래 내역이기에 함부로 개입하기 조심스럽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현재 원총의 모든 업무는 금전적인 면에서 마비 상태”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편 총학생회장 사퇴 여부에 대해서는 “총학생회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려고 하지만 회칙 절차가 총학생회장에 의해 변경돼 어려움이 있다”고 말하며 “회장 개인이 잘못된 것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자진 사퇴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총학생회장 A씨는 이에 대해 “사퇴에 대해서는 전부 보류한 상태이며 회장직을 이어나가고 있다”며 “대책본부는 회장에게 모든 책임을 묻고 본인들의 잘못은 덮으려 한다”고 전하며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총학생회장의 학생회비 사적 유용 의혹이 제기된 지 벌써 한 달여 시간이 지났다. 총학생회장 본인이 학생회비 사적 유용을 인정한 만큼 이에 대해 투명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원총 대책 본부는 추후 이런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회칙 개정과 조속한 시스템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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