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8 한·일 위안부 합의 살펴보기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살펴보기
  • 김도엽 기자
  • 승인 2017.04.29
  • 호수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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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논란을 안고 있는 합의, 재협상·폐기 가능할까

본지 1456호에서는 일본 대사관 앞에 위치한 소녀상 취재를 통해 위안부 피해와 양국 정부가 체결한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이하 위안부 합의)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알아봤다.
그렇다면 과연 위안부 합의는 법률적으로, 그리고 내용상으로도 문제가 없는 것일까? 이번 호에서는 합의가 진행된 배경은 무엇이며, 문제가 되는 부분과 재협상 가능성은 없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피해자 의견이 배제된 12·28 위안부 합의, 꼭 필요했나
위안부 문제는 독도 영유권 문제와 더불어 한·일 관계에 있어서 민감한 사안이다. 그러므로 일본 정부와의 협상에 있어서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위안부 합의에 대한 여론은 굉장히 비판적이며, 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굴욕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불합리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합의를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위안부 문제를 다룬 과거 우리 정부의 태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과거 위안부 문제에 취한 태도를 살펴보면, 이 문제가 1965년 한일기본조약과 청구권 협정을 통해  해결된 사항이라고 치부해왔다. 하지만 2005년, 정부는 민관공동위원회를 통해 “위안부 문제 등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청구권협정에 의해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은 남아있다”는 명확한 견해를 밝혔다. 소극적으로 대처했던 이전과는 다른 해결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결국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법적 책임에 대해 추궁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위안부 문제를 외교현안으로 제기하지도 않았다. 해결 의지를 표명했지만 아무런 외교적 대처를 취하지 않은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로 인해 위안부 피해자들은 2006년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결국 2011년 헌법재판소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관한 양국 정부 간 해석상 분쟁을 해결하지 않고 있는 정부의 태도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인용 결정은 한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과의 합의를 강행하게 된 배경이 됐다.
하지만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위안부 문제의 피해 당사자인 할머님들의 의견이 철저히 배제된 합의였다는 점이다. 은용수<사회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합의 자체의 내용적 문제를 떠나서, 피해 당사자의 목소리가 빠져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법상으로도 합의 절차에 있어서 피해자의 참여를 상세히 규정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와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지도, 최종 합의에 피해자들의 동의를 구하지도 않았다. 이처럼 위안부 합의는 격식도, 예의도 없는 절차였다.

▲ 日 기시다 외무대신
▲ 韓 윤병세 외교부장관

 

 

 

 

 

 


논란이 있는 내용, 심지어 이행되지도 않았다

일본 측 기시다 외무대신

일·한간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양국 국장급 협의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협의해 왔음. 그 결과에 기초하여 일본 정부로서 이하를 표명함.

①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함.
아베 내각총리대신은,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서 다시 한 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함.
②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도 본 문제에 진지하게 임해 왔으며, 그러한 경험에 기초하여 이번에 일본 정부의 예산에 의해 모든 前 위안부분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조치를 강구함. 구체적으로는, 한국 정부가 前 위안부분들의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하고, 이에 일본 정부 예산으로 자금을 일괄 거출하고, 일한 양국 정부가 협력하여 모든 前 위안부분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행하기로 함.
③ 일본 정부는 상기를 표명함과 함께, 상기의 조치를 착실히 실시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번 발표를 통해 동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함. 또한,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와 함께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동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판하는 것을 자제함.

한국 측 윤병세 한국외교부장관

한·일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양국 국장급협의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협의를 해 왔음. 그 결과에 기초하여 한국정부로서 이하를 표명함.

①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표명과 이번 발표에 이르기까지의 조치를 평가하고, 일본 정부가 상기에서 표명한 조치를 착실히 실시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번 발표를 통해 일본 정부와 함께 이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함.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실시하는 조치에 협력함.
②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방향에 대해 관련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함.
③ 한국 정부는 이번에 일본 정부가 표명한 조치가 착실히 실시된다는 것을 전제로 일본 정부와 함께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동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함.

▲ 다음은 12·28 위안부 합의 당시 한·일 양국 장관이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한일 위안부 합의는 내용적 측면에서도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기자회견문 전문을 살펴보면,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처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하며, 이에 따라 일본 정부의 예산 10억 엔의 자금을 거출하여 한국 정부가 재단을 설립한다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하지만 ‘책임’이라는 단어는 법적 책임을 의미하는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이전 일본 정부의 태도와 같은 인도적인 책임만을 의미하는 것인지 그 뜻이  모호하다. 한국 정부는 기존의 인도적 책임에서 ‘인도적’이라는 단어가 생략된 것만으로도 그 성과가 크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가 언론을 통해 법적 책임을 이행한다는 의미가 아님을 분명히 표시하고 있음을 볼 때 여전히 인도적인 책임 수준에 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일본이 진정성을 갖고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그 여부가 불투명하다. 실제로 합의 이후에도 일본 정부에서는 ‘이번 합의로 전쟁범죄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위안부를 강제연행했다는 증거는 없다’ 등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은 교수는 “합의 이후에도 일본 정부는 전범의 위패를 모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법적 책임을 여전히 회피하는 등 합의를 전혀 이행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재단 설립을 위해 일본 정부가 10억 엔을 거출한다는 내용 또한 논란이 있다. 애초에 ‘10억 엔’이라는 금액 자체도 기자회견문에 명시돼 있지 않았고 단지 구두로 발표한 금액일 뿐이다. 즉, 어떤 근거로 산출된 것인지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의미다.
또한 은 교수는 “금액의 문제를 떠나 한국 정부는 마치 일본의 대변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며 “인도적 차원에서의 위로금을 마치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지급하는 배상금인 것 마냥 이야기하며 피해자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한국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더불어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배상금 형식의 지급이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최종적, 불가역적’. 과연 사실일까?
그렇다면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으며, 이제는 합의의 재협상 혹은 폐기가 불가능한 것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렇지 않다. 위안부 합의는 국가 간의 정식 조약으로 보기 힘들다. 빈 협약에 따르면 조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조약문이 서면 형식으로 존재해야 하지만, 이번 합의는 각국 장관이 언론을 통해 발표한 구두 조약의 형식을 띠고 있다. 즉, 이번 합의는 지키지 않거나 파기한다 해도 법적 책임이 발생하지 않는 외교적인 약속에 불과한 것이다. 은 교수는 “물론 구두 합의도 조약의 성격을 가질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하지만, 이번 합의는 조약 체결에 필요한 국회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점 등 국내법과도 충돌한다는 이유에서 조약이라고 보기 힘든 점이 많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조약이 아닐 경우, 다음 정부가 출범한다면 국민적 합의를 통해 충분히 폐기할 수 있는 합의”라고 주장했다.
위안부 국내 피해자는 공식적으로 38명밖에 남지 않은 상황인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외교적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차기 대선 주자들 대부분이 위안부 협상에 대해 재협상·폐기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대선 이후 한·일간 위안부 합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위안부 문제는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사적 문제이다. 앞으로 집권할 차기 정부의 위안부 관련 외교적 조치에 대해 우리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이를 통해 일본 정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여야 할 것이다.

은용수<사회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사진 출처: 사진 1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2273078
사진 2 http://www.japantimes.co.jp/news/2016/01/19/national/politics-diplomacy/
메인 화면 사진 외교부 홈페이지
참고 문헌: 정재민 (2016). 일본군 ‘위안부’ 관련 2011년 헌법재판소 결정과 2015년 한일정부 간 합의의 관계. 국제법학회논총, 61(1), 189-219.
조시현 (2016).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하나의 결산. 황해문화, 90, 169-188.
양현아 (2016). 특집 :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법적 문제: 2015년 한일외교장관의 “위안부” 문제 합의에서 피해자는 어디에 있(었)나?: 그 내용과 절차. <민주법학>, 60(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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